안락사된 유기동물 사체 교육·연구 목적 제공 법안, 국회 통과
이성윤 의원 발의 ‘동물보호센터 사체 기증 법안’ 통과..수의대 교수 제안으로 발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 자연사 등으로 발생한 사체를 수의학 연구 및 교육 목적으로 기증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카데바 수급의 어려움으로 개 해부실습 자체를 하지 못하는 수의과대학도 있는 상황에서 수의대생들의 실습 교육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센터 사체 처리 방법에 ‘수의학 연구 및 교육 목적 제공’ 추가
10월 1일(목)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대안 내용 중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국회의원(전주을)이 대표발의한 법안도 포함됐다.
동물보호센터에서 발생한 동물의 사체를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의학에 관한 연구 및 교육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일명 ‘동물 사체 수의학교육·연구 활용법’으로 불린다. 불필요한 동물 희생을 줄이는 동시에 수의학 교육 및 연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법안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보호센터에서 발생한 동물 사체를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거나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동물의 사체를 수의학교육·연구에 활용할 근거가 없었다.
이번 개정안은 동물보호센터가 동물 사체를 수의학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위해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추가했다.
동물보호법 제46조(동물의 인도적인 처리 등) ③ 동물보호센터의 장은 제1항에 따라 동물의 사체가 발생한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거나 제69조제1항제4호에 따른 동물장묘업의 허가를 받은 자가 설치·운영하는 동물장묘시설 및 제71조제1항에 따른 공설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하여야 한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의학에 관한 연구 및 교육에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신설).
이성윤 의원은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의 제안으로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수는 수의대 학생들이 카데바 부족으로 실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로지 실습만을 위해 마리당 수백만 원을 쓰면서 멀쩡히 살아있는 실험견을 사들여 안락사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개정 법안이 전북대 수의과대학의 교육·연구 여건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의학교육에서 해부와 병리, 외과 분야의 충분한 실습 경험이 중요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용 사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 개정이 전북대 수의과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을 한 단계 높이고 전북이 수준 높은 수의학 교육과 동물의료 연구의 거점으로 발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본지 학생기자단이 10개 수의과대학의 해부실습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특정 대학은 2024년에 확보된 카데바가 3구에 그쳐 16명의 학생이 하나의 카데바로 실습했고, 한 대학은 아예 개 해부실습 자체를 하지 못했다.
수의해부학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정상적인 해부실습을 위해서는 연간 2,000~3,000만원의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10개 대학 중 5개 대학은 수의해부학 과목에 배정된 정규 실습비가 200만원 이하에 그쳤다. 250~300만원에 달하는 정식 실험견을 1마리조차 구매할 수 없는 셈이다.
실습 예산을 확보했어도 실험동물을 추가로 희생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습을 위해 살아있는 실험동물을 구매한 뒤 안락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동물실험의 3R 원칙 중 하나인 ‘실험동물 수의 감소(Reduction)’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하지만,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실험동물의 희생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성윤 의원은 “이미 자연사하거나 인도적으로 처리된 동물을 교육과 연구에 활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동물 희생을 줄이면서도 수의학교육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법 통과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이번 법은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된다. 구체적인 기증·제공 조건과 방법은 농림축산식품부령(동물보호법 시행규칙)으로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