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치료로 잡히지 않는 반려동물 통증, 표적 약물과 재활을 함께

최춘기·김석중 원장, 최신 통증·재활 전략 소개..첨단 진단·표적 약물·관절주사·장비치료를 운동으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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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보행분석과 anti-NGF 단클론항체, 관절 내 재생치료, 펄스전자기장치료(PEMF)까지 반려동물 통증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약이나 장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통증의 기전과 표적 조직을 먼저 찾고, 통증이 낮아진 시기를 운동치료로 연결한 뒤 객관적인 지표로 효과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9월 20일(일)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2026 추계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 재활 세션에서는 한국수의재활학회 최춘기 회장(24시이지동물의료센터)과 김석중 부회장(24시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이 이 같은 통증관리 전략을 제시했다.

최춘기 원장은 ‘통증의 근원 제어, 첨단 진단과 맞춤 재활·재생치료’를, 김석중 원장은 ‘통증관리의 뉴 패러다임-단일 치료의 한계를 넘다: 최신 타깃 약물과 다각적 재활의 시너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최춘기 원장이 2026 추계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서 ‘통증의 근원을 제어하다: 첨단 진단과 수술 후 맞춤형 재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춘기 원장은 보행평가가 육안 관찰을 넘어 운동학·운동역학·시공간 분석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운동학적 분석은 관절가동범위와 각속도, 보폭, 발을 드는 높이 등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측정한다. 운동역학적 분석은 최대수직지면반발력과 수직충격량 등 ‘얼마나 체중을 싣는지’를 살핀다. 여기에 보행 속도와 입각기(stance phase) 시간, 좌우 대칭성을 함께 보면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미세한 기능장애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압력 보드뿐만 아니라 발목에 부착하는 관성센서와 AI 기반 마커리스 보행분석도 등장했다. 마커리스 방식은 촬영 영상에서 AI가 각 관절의 위치를 인식해 보행주기와 관절가동범위, 좌우 대칭성을 분석한다.

다만 촬영 조건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바닥과 속도, 카메라 높이와 방향을 유지해야 치료 전후를 비교할 수 있다. 배경이나 촬영 각도에 따라 관절 인식 정확도가 달라지는 것도 현재 기술의 한계다.

최 원장은 “AI를 이용해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면 보호자가 치료 경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정확한 영상을 촬영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수의사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연자는 최근 골관절염 통증관리에 활용되는 anti-NGF 단클론항체의 높은 진통 효과와 함께 ‘과활동’ 위험을 강조했다.

개에서는 bedinvetmab, 고양이에서는 frunevetmab이 신경성장인자(NGF)를 중화해 말초감작과 통증 신호 전달을 낮춘다. 기존 약물 투여가 어렵거나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골관절염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통증이 빠르게 줄면서 활동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증은 좋아졌지만 이미 손상된 연골과 인대, 관절의 구조적 안정성과 근육 기능이 동시에 회복된 것은 아닐 수 있다.

최 원장은 anti-NGF 치료 후 과도한 활동으로 관절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증상이 개선됐다고 해부학적 구조까지 개선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석중 원장도 투여 전 보행 영상과 파행·체중부하 정도, 근육량, 신경학적 상태, 기존 척추·관절질환, 배뇨 습관을 기록할 것을 권했다. 투여 후에는 운동량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2~4주 뒤 치료 전 상태와 비교해야 한다.

김 원장은 “효과가 큰 환자일수록 과사용을 관리해야 한다”며 “진통은 운동치료로 넘어가기 위한 초기 단계이지 그 자체로 치료의 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성 통증 환자에서는 원발 병변뿐 아니라 통증 회로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말초에서 유해자극이 반복되면 척수 후각의 통증 신호가 증폭되는 ‘wind-up’과 중추감작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원래 병변보다 넓은 부위가 아프거나 가벼운 접촉에도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allodynia), 통증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통각과민(hyperalgesia)이 나타난다.

김 원장은 ▲통증 범위가 원발 병변보다 넓은 경우 ▲영상학적 변화와 기능 저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원격 부위에서도 통각과민이 나타나는 경우 ▲같은 자극을 반복할수록 반응이 커지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를 중추감작의 임상 단서로 제시했다.

중추감작이나 신경병증성 통증이 의심되면 가바펜티노이드나 아만타딘 등의 보조 진통제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김 원장은 “가바펜틴의 골관절염 단독 진통 효과에 대한 근거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며 신경병증성 성분과 수면장애, 접촉 과민 등 명확한 표적을 두고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가바펜티노이드 투여 후 나타나는 진정이나 운동실조를 통증 개선으로 오인해서도 안 된다. 약물의 성공 여부는 환자가 조용해졌는지가 아니라 일어나기, 걷기, 산책 등 실제 기능이 향상됐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통증 관리의 뉴 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하는 김석중 24시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관절 내 치료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히알루론산(HA)과 폴리뉴클레오티드(PN), 제1형 콜라겐, 펩타이드 제제, 엑소좀·줄기세포 유래 제제 등이 임상에 소개되고 있다.

김석중 원장은 이들 제제를 단순히 세대나 최신성으로 구분하기보다 윤활과 기계적 완충, 염증 조절, 조직 수복을 위한 스캐폴드 제공, 생물학적 신호 조절 중 어떤 목표로 사용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활막·연골·연골하골·건과 인대 가운데 실제 통증원이 어디인지, 해당 제제의 근거가 무작위대조시험인지 전향연구·증례·전임상 수준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허가 범위와 무균 조제, 보호자 설명과 동의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김 원장은 “관절 내 치료 전 통증과 관절액, 보행 상태를 기준점으로 남기고 제제별 예상 발현 시점에 맞춰 추적해야 한다”며 “반응이 없다면 같은 주사를 반복하기보다 진단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춘기 원장도 재생치료를 단순 진통과 구분했다. 기존 대증치료가 염증과 통증 신호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재생치료는 손상 조직에 회복 환경을 조성하려는 접근이다. 다만 재생치료 역시 재활과 함께 적용하고 기능적 결과를 반복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리치료 장비는 보유 여부보다 정확한 적용이 중요하다.

김석중 원장은 광생체조절치료(PBMT), 체외충격파치료(ESWT), 펄스전자기장치료(PEMF)를 “진단-표적 조직-물리적 용량-치료 횟수”의 순서로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BMT는 파장과 출력, 조사 면적, 총에너지와 에너지밀도, 조사 간격을 기록해야 한다. 같은 ‘레이저 치료’라도 표재성 근육과 심부 관절에 필요한 에너지 전달은 다르다. 김 원장은 PBMT에서 흔한 실패 원인으로 부족한 용량(under-dose)과 기록 부재를 꼽았다.

ESWT는 만성 건병증과 건·인대 부착부병증, 일부 골관절염, 골유합 지연 등에 조직 회복 반응을 유도하는 보조치료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급성 추간판질환에서 척추 병변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신경학적 결손이 진행된다면 장비치료보다 재영상과 감압수술 필요성을 먼저 판단해야 한다.

PEMF는 비가열·저자극 방식으로 털을 제거하지 않고도 반복 적용할 수 있어 보정이 어려운 환자와 고양이에서 활용하기 쉽다. 개의 추간판탈출증 감압수술 후 절개부 통증과 창상 회복에는 비교적 실질적인 근거가 있지만, 골관절염이나 고양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므로 약물·운동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 원장은 “장비명보다 실제 물리변수와 적용 위치를 기록해야 한다”며 “무반응이면 치료 횟수를 늘리기보다 진단과 표적, 용량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치료에서는 수중 러닝머신(UWTM)과 수영의 차이가 강조됐다.

UWTM은 부력으로 체중부하를 낮추면서도 발바닥 접촉과 입각기를 유지해 보행을 재교육한다. 물의 높이가 높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환자가 발바닥을 정확히 디디며 걸을 수 있는 수위를 선택해야 한다.

반면 수영은 입각기가 없는 비체중부하 운동이다. 관절가동범위와 전신 근육, 심폐지구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보행 재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다.

김 원장은 “수영은 관절을 쉬게 하는 운동이 아니라 체중을 싣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운동”이라며 “급성 추간판질환이나 관절수술 초기에는 머리를 들고 허리를 펴는 자세, 강한 발차기와 입·퇴수 과정이 병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영은 구조적 안정성이 확보된 만성기에 목적을 정해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수중 러닝머신이 없는 병원에서는 하네스를 이용한 부분 체중부하 보행이나 카발레티 운동으로 발의 위치와 보폭, 고유수용성 감각을 훈련할 수 있다.

두 연자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재평가’였다.

치료 전 통증과 보행, 체중부하, 관절가동범위, 근육량, 활동성을 기록하고 치료 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야 한다. 보호자가 촬영한 일상생활 영상도 병원에서 긴장해 통증을 숨기는 환자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성질환은 통상 2~4주간 치료한 뒤 같은 지표로 반응을 확인한다. 효과가 있다면 통증이 낮아진 시기를 운동치료와 연결하고 최소 유효 조합으로 조정한다. 효과가 없다면 같은 치료를 관성적으로 반복하기보다 진단과 용량, 순응도, 부작용을 재검토한다.

최춘기 원장은 “해부학적 구조의 개선만으로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영상학적 병변이 남더라도 걷기와 배변, 산책 등 일상 기능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석중 원장은 “진통은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고, 정확한 움직임은 통증 회로의 입력을 바꾼다”며 “약물과 재활은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연자는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약물·주사·물리치료·운동치료를 환자별로 조합하고, 동일한 지표로 치료 반응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증 감소를 기능 회복으로 연결하고, 기대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진단과 치료 계획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이 새로운 통증관리 전략으로 제시됐다.

한채연 기자 [email protected]

단일 치료로 잡히지 않는 반려동물 통증, 표적 약물과 재활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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