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점에 주목하라

인간동물연구네트워크 웨비나 '국내에도 종간 접점 위험 도사린다' 인간·야생동물 불필요한 접촉 근절해야

등록 : 2020.06.29 12:56:52   수정 : 2020.06.29 15:41:4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인간과 동물은 질병을 주고받는다. 가축은 물론 야생동물도 마찬가지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도 천산갑 같은 야생동물로 추정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동물연구네트워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간과 동물의 관계와 경계를 조명하는 웨비나 시리즈를 마련했다. 26일 열린 첫 강연은 서울대 수의대에서의 발표를 줌(ZOOM)으로 생중계하는 라이브 웨비나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점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왼쪽)


첫 발표에 나선 이항 서울대 교수는 “신종감염병의 빈도는 점점 잦아지고 강도도 더 세지고 있다”며 신종감염병 팬데믹의 근본원인을 인구증가로 꼽았다.

인구증가로 인해 촉발된 인간·물류·동물의 전세계적 이동과 가축 대량생산 시스템, 생물다양성 쇠퇴, 기후변화 등이 연쇄적으로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대응의 초점을 이들 근본원인에 맞추지는 않았다. 기후변화 억제, 생물다양성 보전, 인구관리 등 근본원인의 개선은 중요하지만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신종질병 팬데믹의 직접적인 원인에 주목했다. 인간-가축-야생동물의 접점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야생동물의 접점에 존재하는 위험은 우리나라에도 도사리고 있다.

야생동물을 직접 만지는 유사동물원·야생동물카페를 비롯해 이색애완동물(야생동물)의 수입·번식·거래, 육견농장, 도시 속의 야생동물들, 야생동물 구조활동, 동굴 탐사 등에서 제2의 코로나19가 출현할 수도 있다.

가령 야생동물 구조는 선한 활동이지만, 구조센터에는 다양한 동물종이 운집하면서 종사자들은 동물의 혈액을 포함한 고강도의 접촉에 노출된다. 하지만 구조활동에 대한 면허제도도, 생물안전지침도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동굴 탐사는 더 위험하다. 박쥐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을 전파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어린이 체험학습까지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항 교수는 “위험도가 큰 접촉형태를 가려내 그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야생동물과의 접촉 금지해야

이항 교수는 사람에게 친숙한 야생동물이 위험하지 않다고 여기는 인식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야생동물카페 등) 사람이 키우는 야생동물은 ‘사육과정에서 문제가 없었으니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야생동물) 숙주에게 해를 주지 않고 상재하는 병원체가 종간 전파를 일으키는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랜 시간 우한을 포함해 중국의 많은 시장에서 큰 문제없이 야생동물이 유통됐지만, 결국 코로나19라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불필요한 야생동물과의 접촉 근절이 가장 시급하다”며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형태의 전시를 금지하고, 거래 및 소유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멸종위기보호종을 제외하면 누구나 손쉽게 야생동물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형주 대표는 “우리나라는 누구나 야생동물을 거래하고 소유할 수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불필요한 거래나 종간 접촉을 아예 근절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역을 통해 문제없어 보이는 야생동물의 수입을 허가해주는 현행 체계에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는 것. 며칠간 눈으로만 관찰하는 검역으로는 사람이나 국내 생태계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신 사람과 야생동물의 종간 접촉 빈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보다 실용적인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감염병에 걸린 동물은 ‘환자되기’부터 어렵다

천명선 서울대 교수는 팬데믹을 포함한 인수공통감염병 문제에서 동물이 가진 취약성을 지목했다. 보호해야 할 ‘환자’로 취급받는 것부터 어렵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환자(환축)라는 표현 자체가 없다”며 “가축은 인수공통감염병에 걸리면 손상된 생산품이나 병원체 그 자체인 것처럼 취급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축전염병은 전적으로 인간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인간에게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원 동물들의 처지도 별반 나은 점이 없다.

청주동물원 최태규 수의사는 “동물원에서 인수공통감염병 검사를 한다 한들 양성이 나왔을 때 어떻게 처리하라는 기준이 없다”며 “코로나19를 통해 국가가 야생동물 대책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필요한 정책을 정비할 적기”라고 말했다.

인간동물연구네트워크는 수의사·인문사회학자·생태학자 등 다양한 분야가 참여하는 공동연구팀이다.

오는 7월 3일(금) 오후 3시부터 ‘인간과 동물의 적절한 거리’를 주제로 2차 웨비나(바로가기)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