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규제보다 지원에서 해법 찾아야

진료비 공개 의무화되면 천차만별이던 진료비가 비슷해질까? 진료비 부담이 완화될까?

등록 : 2021.06.30 15:43:56   수정 : 2021.06.30 15:43:5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동물 진료비 관련 수의사법안이 여럿이다. 대부분 ‘진료비 사전 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술하기 전에 비용을 의무적으로 설명하든(사전고지제), 병원 홈페이지 표를 올리거나 보호자 대기공간에 책자를 비치하든(게시), 정부가 공인한 가격비교 사이트를 만들든(공시제) 형태는 다양하다. 어쨌든 동물 소유주의 알 권리를 높이자는 것이다.

동물 소유주가 가진 문제의식도 매번 반복되는 언론보도만큼이나 명확하다. 진료비가 비싸서 부담이라거나,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데 미리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수의사법이 개정돼 진료비 공개가 어떤 형태로든 의무화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까? 진료비 부담이 실제로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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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에서 열린 ‘반려동물 반값진료비’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일부 엿볼 수 있었다.

발제에 나선 강종일 원장은 흔한 ‘구토’ 증상을 예로 들며 다양한 질병원인에 따라 다양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원인이 단순한 소화기 질환일 수도 있고, 뇌신경질환의 증상일 수도 있다. 전신문맥션트(PSS)처럼 유전적인 질환일 수도 있다. 그때마다 필요한 검사도 치료도 다르다.

때문에 실제로 환자를 검사하기 전까지는 어떤 검사들이 필요할 지, 어떤 치료를 진행해야 할 지, 그에 따라 비용은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수의사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설령 현재 발의된 수의사법이 통과돼 동물병원마다 간수치 혈액검사는 얼마고, 엑스레이 검사는 얼마라며 가격표를 써 붙여 놓는다 치자.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구토하며 사료를 먹지 않는 반려견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기 전에, 어느 병원에 가면 얼마쯤 나올 것이라 예측할 수 있을까? 가격적인 측면에서 동물병원 선택권이 넓어질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는 불만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같은 환자를 두고 비용 편차가 벌어졌다는 언론보도의 상당수는 A병원에서는 바로 이것저것 검사를 하자고 들고, B병원에서는 일단 약을 써본 후 나아지지 않으면 추가 조치하자고 하는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다.

당장 내라는 돈이 적은 B병원은 ‘착한’ 병원인가? 아니면 근거도 없이 대증치료부터 하는 ‘안이한’ 병원인가?

바로 검사를 한다 해도 병원마다 우선순위와 진행방식, 각각의 수가는 다르다.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진료비 공개를 의무화하다고 해서 이러한 ‘방식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B병원처럼 행동하려는 병원이 늘어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면, 진료비 공개 의무화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규제다.

결국 같은 환자를 두고서도 병원마다 진료를 진행하는 방식이 다르면 비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수의사회가 진료비 공개보다 진료 표준화 선행에 방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 지적과 달리 동물병원 내원 전에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종류의 진료는 극히 일부분이다. 예방접종이나 중성화수술, 스크리닝 개념의 기본 건강검진 정도일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들 진료항목도 표준화되어야 단순 가격비교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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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가 진료비 부담을 덜 느끼려면 결국 직접 지불하는 비용이 감소해야 한다. 애초에 청구되는 진료비가 줄거나, 청구된 진료비 중 일부를 보험이나 국가가 대신 내주어야 한다.

전자를 위해 진료비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가격비교를 활성화하면 가격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다.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뢰로 순천향대 민인순 교수팀이 수행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효과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전후 가격이 증가한 항목보다 감소한 항목이 더 많았다. 비급여 항목 금액의 변이계수가 감소해, 진료비 공개 이후 의료기관 간 비용편차가 줄어든 경우도 더 많았다.

하지만 실제 큰 변화가 있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라섹의 평균비용은 2015년 150만원, 2017년 153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뇌혈관 MRI진단료는 45만원에서 43만원, 치과임플란트료는 177만 9천원에서 178만 2천원을 기록했다. 늘어나든 줄어들든 큰 변화는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보호자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려면 그만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동물병원에 규제를 더한다고 비용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반려동물 양육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보험료 지원이나, 예방접종비 국가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무료 정기검진을 지원하는 사람 건강보험처럼 반려동물에게도 조기에 질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볼만 하다. 중증질환으로 악화되기 전에 대응하는 편이 진료비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공급구조 개선, 제1종 근린시설 개원 허용 등 기존의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도 진료비 인상요인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에 앞서 정부가 ‘반려동물의 건강’이 정책적으로 증진시켜야 할 공공적인 가치인지, 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가 정말 필요한 정책 과제인지를 자문하길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는 예산과 조직으로 증명해야 한다.

전담 조직도 정책도 예산도 없으면서 다짜고짜 진료비 규제입법부터 나서는 정부와 국회를 두고 수의사들의 시선이 고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