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사신문 데일리벳은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호자의 기대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기보다 특정 진료과목에 집중하는 동물병원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진료과목별 학회가 전문의 제도를 이미 도입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수의전문의(전문수의사)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시리즈의 46번째 주인공은 특수동물 특화동물병원인 ‘나음동물의료센터’입니다.
데일리벳에서 ‘나음동물의료센터’의 나승원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언제부터 수의사를 꿈꾸셨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의대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했어요. 당시만 해도 반려동물 문화가 지금처럼 활발하진 않았지만, 동물을 좋아했고, 아픈 동물을 돌보는 상상만으로도 막연한 행복감을 느꼈죠. 그 감정이 저를 수의학이라는 길로 이끌었습니다.
워낙 확고한 생각이었기 때문에 모의고사나 진로 상담에서도 수의대만을 지망했습니다. 대입 원서도 모두 수의대만 지원했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확신이 지금의 저를 만든 셈이에요.
Q. 특수동물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키운 동물이 고슴도치였어요. 예전부터 다양한 특수동물을 키워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어진 거죠.
‘특수동물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특수동물을 키우면서 쌓인 익숙함과 흥미가 있었고, 실제 진료와 치료 과정을 경험하면서 더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분야의 매력이 커졌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특수동물 쪽으로 특화하게 되었어요.
Q. 특수동물 전문 병원을 개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특수동물에 대한 경험이 많았고,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특수동물을 메인으로 진료하는 병원은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대부분의 병원이 반려견·반려묘 진료를 중심으로 하면서 부가적으로 특수동물을 다루는 정도였죠.
그래서 ‘이왕이면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개원을 결심했어요. 이후 저희 병원에서 실습한 수의사 선생님 중에서도 특수동물 병원을 직접 여신 분들이 여럿 계시고, 그 덕분에 이 분야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는 게 가장 보람된 부분이에요.
Q. 병원에서 주로 진료하고 계신 동물의 종류나 진료과목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저희 병원에서 가장 많이 진료하는 동물은 조류입니다. 하루 진료 케이스가 평균 80~90마리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조류일 정도로 비중이 커요. 하루에 40마리가 넘는 날도 많고요.
진료 분야는 내과, 외과, 영상진단 등 전반적으로 다 다루고 있습니다. 특수동물을 위한 CT도 보유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특수동물 환자가 많다 보니 그에 맞춰 시스템과 장비를 최적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특수동물을 진료할 때 개, 고양이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느끼시나요?
특수동물은 무엇보다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해요. 단 한 번 붙잡히는 것만으로도 코르티솔 수치가 10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을 만큼 예민하죠.
그래서 진료 시간 자체를 짧고 효율적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상담, 엑스레이 촬영, 검사까지 5분 안에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성의 없이 대충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오히려 최적의 동선으로 진료를 진행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거예요.
치료율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료 속도, 환경, 접근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일반 반려동물과는 다른 민감함과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진료하신 특수동물 중에서 기억에 남는 환자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많은 아이들이 생각나지만, 특히 기억나는 아이는 심한 경련을 하던 앵무새가 있었습니다. 보호자님께서는 매일 아침 병원 문이 열리기 전부터 병원 앞에 나와 계셨는데, 늘 눈물을 흘리시며 기다리셨어요. 그 모습이 정말 마음에 남아 있어요.
다행히 아이가 차츰 회복되어 퇴원할 수 있었고, 퇴원하는 날에는 보호자님과 저, 모두가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어요. 생명이 회복되는 순간을 함께 나눈다는 건, 수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이자 잊을 수 없는 기억인 것 같아요.
Q. 진료 외에도 보호자 교육이나 동물복지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보호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병원이 잘되고 말고보다 ‘아이들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지방 등 먼 지역에서 오는 보호자도 많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응급처치로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넷 정보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오히려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례도 흔하죠.
그래서 보호자 대상 강연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하지 마세요’ 같은 기본적인 가이드만 잘 전달돼도 살릴 수 있는 동물이 많다고 믿습니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의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병원의 진료 운영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100%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다만 응급 환자는 예외적으로 우선 진료합니다. 특수동물의 경우 응급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최근 특수동물 시장이 점점 확대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수의사와 수의대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실 수 있나요? 어떤 역량을 갖추고 어떤 경험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특수동물 진료는 동물뿐 아니라 보호자도 예민한 경우가 많고, 동물의 수명이 짧은 경우가 많아서 정신적인 부담이 큰 편이에요. 그래서 멘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매년 새로운 진료 방식이나 수술법이 등장해요. 학회나 최신 논문을 통해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도 필수죠. 국내 자료뿐만 아니라 해외 학회 참석이나 논문 탐독도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동물들에 대한 ‘진심’이에요.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고, 그 마음이 결국 실력과 연결되더라고요.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좋은 출발점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오랜 꿈은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특수동물 병원’이 생기는 거예요. 지금도 환자들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하고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데, 진료 접근성이 더 높아지면 그만큼 동물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믿어요.
다행히 요즘은 특수동물에 관심을 갖는 수의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저희 병원 출신 선생님들도 곳곳에서 개원을 이어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 흐름을 이어가면서 전국적인 진료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저도 그 길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조예원 기자 yeson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