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벳(vet)쳐 : 방사선 치료하는 수의사라는 모험] 에스동물암센터 최문영 센터장, 경상국립대 황태성 교수


9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모험;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삶은 크고 작은 모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의사라는 길을 선택한 우리는 때론 멈추기도, 달리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하며, 바른 방향을 찾아갑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은 하루동안 선배님(동료 수의대생)들의 모험에 동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수의사들(개척해 나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어드벳(VET)쳐]에서 우리들의 특별했던 하루를 전합니다.

국내 수의 임상 분야에서 방사선 치료(Radiation Therapy, RT)가 도입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내과적 항암 치료나 외과적 수술 외에는 종양 환자에게 뚜렷한 치료 선택지가 없었다.

약 6년 전부터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방사선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종양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치료 옵션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내 방사선 종양학 분야의 선구자들은 어떤 고민과 노력을 이어가고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방사선 종양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황태성 교수와, 실제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에스동물암센터의 최문영 센터장을 만났다.

사람 의학에서는 비교적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방사선 치료가, 반려동물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자 현장을 찾았다.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부속동물병원에는 방사선 치료 장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치료는 양산에 위치한 에스동물암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경상국립대 영상의학과와 에스동물암센터 양쪽에서 하루씩 취재를 진행했다. 방사선 치료의 과정을 순서대로 따라가 보고자 했다.

*   *   *   *

체험에 앞서, 방사선 치료가 생소할 기자를 위해 경상국립대학교 수의영상의학과 황태성 교수님께서 방사선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경상국립대 황태성 교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내에 수의 방사선 치료는 어떤 계기로 이루어졌나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방사선 치료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반려동물의 방사선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1) 상담: 종양의 종류와 위치, 병기 등을 고려해 치료 여부와 프로토콜을 결정합니다.

(2) CT 시뮬레이션: 치료 계획 수립을 위한 영상 촬영과 함께 보정틀을 제작합니다.

(3) 계획 수립(Planning): CT 영상 기반으로 며칠간의 정밀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4) 치료 진행: 1회에서 20회까지 다양한 횟수와 선량으로 치료가 진행되며, 마취가 필요합니다.

(5) 경과 관찰: 급성 부작용 평가는 1개월 내, 영상 재평가는 보통 치료 후 3~6개월 내에 이루어집니다.

좋은 예후를 보인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방사선 치료와 관련해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연구가 있나요?

*   *   *   *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며 방사선 치료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한 후, 본격적인 체험을 하기 위해 양산에 위치한 에스동물암센터에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오전부터 바쁘게 방사선 치료(RT)를 진행할 환자의 planning을 하고 계신 최문영 센터장님을 만났다. 센터장님은 경상국립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의영상의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   *

에스동물암센터 최문영 센터장

방사선 치료를 전문으로 하시는 센터장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센터장님께서는 어떻게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방사선 치료 기기 QA를 진행하고 있는 황태성 교수(오른쪽)

*   *

기자는 하루 동안 양산 에스동물암센터를 방문해 방사선 치료 과정을 취재했다. 이날 오전에는 방사선 치료를 막 시작하는 환자를, 오후에는 CT 시뮬레이션 촬영을 진행하는 환자를, 그리고 치료 중간 단계에 있는 환자를 각각 관찰할 수 있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에서는 실제 취재 시간 순서가 아닌 방사선 치료의 진행 순서에 맞추어 내용을 구성했다.

얼굴을 덮는 아쿠아플라스트 마스크(Aquaplast Mask), 상악 아래 끼우는 구조물인 bite block, 몸통 자세 고정을 위한 vaccum lock의 모습.
환자의 몸에 맞춰서 제작하기 때문에 환자마다 다른 형태다.

오후 3시 반, 말티즈 ‘몽이(가명)’의 simulation CT 촬영이 진행됐다. 비뇨기 종양으로 인해서 수신증 및 배뇨 곤란 증세를 보여 방사선 치료를 고려 중인 환자다. 방사선 치료에 앞서 simulation CT 촬영은 필수적이다.

방사선 치료는 종양에만 정확히 조사되어야 하므로 치료 자세가 매회 정확히 같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고정 기구를 활용하여 환자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치료기간 내내 동일한 자세가 재현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방사선이 여러 방향에서 조사될 수 있는데, CT simulation에서 얻은 영상 데이터를 통해 선량을 집중시키는 각도, 횟수, 빔 모양 등을 설계할 수 있다. 종양에는 충분한 선량을 주되, 주변 정상조직은 가능한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 CT와 simulation CT는 어떻게 다른가요?

CT simulation 촬영 모습
빨간색 부분은 선량이 100% 조사되고, 주황색은 95%, 노란색은 90%, 파란색은 50% 조사된다.
simulation CT를 통해 얻은 이미지로 RT planning이 진행된다.

오전 10시에는 ‘단비(가명)’가 뇌하수체 종양 치료를 위해 SRT(Stereotactic Radiotherapy)의 첫 회차를 진행하러 병원에 내원했다.

지난주에 simulation CT 촬영을 마치고 오늘 첫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다.

SRT가 무엇인가요? 방사선 치료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기 전에는 먼저 신체검사 및 혈액검사를 진행하고, 검사 결과 혹은 기저 질환에 따라서 환자에게 마취 전 필요한 처치를 한다. ‘단비’에게 있는 종양은 뇌에 위치하고 있어, 감압주사인 만니톨을 먼저 주사해 마취의 위험도를 낮췄다.

방사선 치료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총 마취 시간은 15-20분가량으로 짧았다.

마취한 이후에는 고정장치를 이용해서 simulation CT를 찍었을 때와 동일한 자세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Cone-Beam CT(CBCT)로 환자의 현재 자세를 확인하고, simulation CT와 비교해 정확하게 위치가 일치하는지 한 번 더 검토한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에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방사선 치료가 진행되는 치료실

오후 1시 30분, 갑상샘암종(Thyroid carcinoma)으로 진단받은 ‘호두(가명)’가 방사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호두(가명)는 한 번에 많은 방사선량을 조사하는 대신, 비교적 적은 선량을 여러 차례 나누어 조사하는 Hyperfractionated protocol을 진행 중인 환자다. 오늘은 총 16회 중 8회차 치료가 진행되는 날이다.

‘호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하는 기간 동안 가능한 같은 시각에 치료를 진행한다. ‘호두’는 매일 오후 1시 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방사선 치료 과정은 앞서 SRT protocol을 진행한 ‘단비’와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방사선 치료를 매일 같은 시각에 진행하는 것이 좋은가요?

사람과 달리 매번 전신마취가 요구된다는 점 외에도 반려동물 방사선 치료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방사선 치료를 하는 수의사가 되기로 택하기 전과 택한 후에 느낀 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공통질문)

수의 방사선 치료 분야를 선택하시면서, 혹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거나 흔들렸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방사선 치료 기기 : Elekta社의 Agility® 모델
방사선 치료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최문영 센터장

양산 에스동물암센터에서의 하루 체험을 하기 전, 경상국립대학교 동물의료원을 방문했었다. 당일 방사선 치료를 마친 지 3개월이 지난 환자 ‘오이(가명)’의 재진이 진행됐다.

‘오이’는 뇌종양 환자다. 종양은 윌리스 동맥이 지나가는 뇌바닥 부위에 위치해 있어 수술적 접근이 어렵다고 판단됐다. 그에 따라 방사선 치료를 택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일정한 주기로 종양의 전이 여부, 크기 변화, 그리고 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한 추적 검사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혈액검사(혈구, 혈청검사), 흉부 방사선 촬영, 초음파, MRI, CT 등 환자 상태에 맞는 검사가 진행된다.

‘오이’가 가진 종양은 특성상 빠르게 없어지지 않고, 서서히 크기가 줄거나 일정 크기에서 유지되는 경과를 보인다. 따라서 정기적인 예후 평가가 중요했다.

다행히 이번 MRI 촬영 결과에서는 이전보다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직접 재진 과정을 지켜보며, 방사선 치료는 단순히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체계적인 관리와 평가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종양을 조절해 나가는 과정이 방사선 종양학의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   *   *

체험을 마치며..

사람에게서는 항암치료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방사선 치료가, 반려동물에게는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치료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만큼 아직 많은 길이 개척되지 않은 분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떤 분야이든, 사람들이 아직 걷지 않은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길 위에서 연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이제 우리 반려동물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 깊이 다가왔다.

수의학이 발전하면서 반려동물의 수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고령 반려동물에게서 종양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종양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삶의 질을 크게 저해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예방 방법도 뚜렷하지 않기에, 치료 과정과 선택지가 환자와 보호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런 점에서, 종양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 삶의 질과 하루하루의 행복을 지켜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치료 전 긴장한 모습으로 센터를 찾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치료를 마치고 안도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릴 때, 그 보람과 책임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었다.

이 경험을 통해, 수의학의 발전이 단순히 기술적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에게 행복한 날들을 선물하는 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결국 큰 희망이 된다는 사실은, 내가 수의학을 공부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었다.

데일리벳 12기 학생기자단 프로젝트 ‘어드벳쳐’ 다른 기사 보러 가기

박설빈 기자 deersr@naver.com

[어드벳(vet)쳐 : 방사선 치료하는 수의사라는 모험] 에스동물암센터 최문영 센터장, 경상국립대 황태성 교수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