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매고 진료하는 동안 환자가 사망했습니다..사망 원인이 넥타이인가요?”
리브렐라 런칭 심포지움에서 만난 던컨 라셀스 교수와 강병재 교수..공통으로 강조한 건 ‘과학적 근거’

한국조에티스(조에티스코리아, 대표 박성준)가 9월 6일(토) 롯데호텔 부산, 7일(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연이어 리브렐라(Librela) 런칭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골관절염 통증 완화 의약품인 리브렐라(성분 bedinvetmab)는 개에 종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신경성장인자(Nerve Growth Factor, NGF)에 표적화된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mAb) 의약품이다(anti-NGF mAb). NGF를 표적화하여, TrkA 수용체에 결합하는 NGF의 양을 직접적으로 감소시켜 반려견 골관절염 통증을 완화한다. NSAIDs와 다른 기전으로 작동하여 수의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리브렐라 런칭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2명의 전문가가 강사로 나섰다. 던컨 라셀스(Duncan X. Lascelles)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석좌교수와 강병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두 교수를 심포지엄 후 만나 인터뷰했다. 강의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한미 전문가가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역시 ‘과학적인 근거’였다.

던컨 라셀스 교수는 미국수의외과전문의(DACVS)이자 유럽수의외과전문의(DECVS)이며, 작년까지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통증위원장을 역임한 세계 최고의 반려동물 통증관리 분야 전문가다.
그는 원래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진료하고 싶어서 수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동물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 수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외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어릴 때부터 기억(memory)과 학습(learning)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수의대에서 공부하면서 학습과 통증 메커니즘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많은 수의사가 통증 관리에 능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통증 관리(Pain Management)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외과 전공을 했다.
“제가 넥타이를 매고 진료하는 일주일 동안 두 마리의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이 제가 맨 넥타이 때문인가요?”
그는 이날, 다양한 논문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리브렐라 부작용 우려에 대한 수의사들의 오해를 풀었다.
리브렐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RPOA(Rapidly Progressive Osteoarthritis)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수의사라면 이러한 이야기나 정보를 들었을 때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전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던컨 라셀스 교수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생뚱맞을 수 있는 넥타이를 예로 들었다.
넥타이를 매고 진료했을 때 환자가 사망했다고, 넥타이가 사망 원인이 아닌 것처럼, 리브렐라를 투여했을 때 발생한 부작용이 정말 리브렐라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던컨 라셀스 교수는 전체 반려견의 약 40%가 골관절염에 의한 통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어린 반려견도 골관절염이 많다. 문제는 진단 시점이 늦다는 점이다. 반려견 골관절염은 주로 8~10살에 진단된다. 이처럼 골관절염 관리 대상이 대부분 노령견이다 보니 다른 질환도 많고,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치료 중 사망하는 개체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임상증상 및 사망 원인을 리브렐라로 볼 수는 없다.
던컨 라셀스 교수가 소개한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브렐라 투약군의 부작용(비뇨기 감염, 피부 세균 감염, 피부염, 무기력증, 구토, 식욕부진 등) 발생 비율은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 2021년 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시판 후 보고된 부작용 사례에서도 10,000회 투여량당 1.7마리 이하에서 부작용이 관찰됐을 뿐이었다. 효과 없음, 운동실조, 다음, 식욕부진, 무기력,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은 0.0036~0.017%였다. 관련 데이터와 논문을 자세히 소개한 던컨 라셀스 교수는 “드물거나(rare) 매우 드문(very rare)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NSAIDs 중 하나인 리마딜(Rimadyl, 성분 Carprofen)과 리브렐라의 미국 출시 후 3년간의 부작용 사례를 비교한 조사에서도 리브렐라의 부작용 발생 비율은 약효 기간을 고려했을 때 리마딜의 1/30수준이었다. 또한, 현재까지 개에서 리브렐라와 RPOA 사이에 직접적이고 명확한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례는 없다.
물론, 지속적인 부작용 모니터링은 필수다. 던컨 라셀스 교수도 “현재까지 보고된 리브렐라의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과학적인 근거 없는 막연한 우려는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난립하고 있는 관절주사제, 과학적인 근거 확인해야”
“MRI부터 찍기 전에 병력청취·신체검사부터 철저히 할 필요 있어”
서울대 수의대 강병재 교수도 과학적 근거를 강조했다.
강병재 교수는 원인, 증상, 진단 방법부터 치료·관리 방법까지 골관절염의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특히, 치료·관리 부분에서는 리브렐라와 NSAIDs를 통한 통증관리뿐만 아니라 체중관리, 운동, 환경개선, 재활물리치료, 관절영양제까지 자세히 설명해 이해를 높였다.
관절주사제 부분도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PN(Polynucleotide), PDRN(Polydeoxyribonucelotide), ELHLD, 줄기세포, PRP, 히알루론산(HA), 스테로이드, 콜라겐의 작용 기전, 항염 효과, 연골재생 효과, 관절윤활 효과, 효과 지속 기간, 안전성, 비용, 주요 사용 목적을 비교 설명했다.
비교 항목에는 ‘근거 수준’도 있었다.
다양한 관절주사제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홍보·마케팅에 의존해 주사제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얼마나 근거를 갖췄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강병재 교수는 각 관절주사제에 대한 여러 연구 논문을 소개했는데, 강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PN과 히알루론산의 근거 수준이 다른 관절주사제 대비 높은 편이었다.
2024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 PN 성분의 관절주사가 소형견 골관절염 임상증상 개선에 히알루론산보다 더 효과적이었다는 논문이 지난달 미국수의사회 학술지 AJVR(Americ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에 게재되기도 했다(Intra-articular injections of polynucleotides show promise in improving clinical outcomes compared to hyaluronic acid in small-breed dogs with osteoarthritis).
국내에서 동물용의료기기로 정식 허가받은 PN(Sodium Polynucleotide) 성분 관절주사제로는 유한양행 애니콘주(AniConju®)가 있다.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병력청취(Hx)와 신체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형신경외과 진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병력 청취 및 신체검사인데, 동물병원에 MRI 등 영상장비 도입이 많아지면서, 영상 검사에 의존하고 병력청취와 신체검사에는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강병재 교수는 “문진과 신체검사가 정말 중요하다. 여기에 공을 들여야 제대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강 교수가 소개한 반려견 골관절염 분류 방법인 COASTeR 단계(stage 0~4)도 영상검사가 아닌 주호소증상(CC), 병력청취(Hx), 기본신체검사, 정형외과 검사, 보행 평가 등으로 평가하는 방법이었다.
이날 던컨 라셀스 교수와 강병재 교수는 긴 시간 동안 심포지엄과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건넸다.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과학적인 근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