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한 상괭이 속 비밀을 사후CT 검사로 찾아내는 팀 MAIL

해양포유류 사후검사 함께 하는 한국·홍콩 4인조 전문가그룹..제주도서 PMCT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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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포유류의 사체 속에는 바다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 좌초된 고래의 발견지점 변화양상을 살피면 기후변화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사체 속 미세플라스틱이나 병원체는 해양 오염의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해양 환경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 대응하려면 해양포유류 사후검사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양포유류 사후검사를 위해 힘을 합친 한국과 홍콩의 전문가들이 있다. 2018년 발족한 해양동물 영상의학 팀 ‘MAIL(Marine Animal Imaging Laboratory)’이다.

(왼쪽부터) 팀 MAIL 김상화, 이성빈, Adams Hei Long Yuen, Cherry Poon

2016년 첫 논의를 시작해 2018년 발족한 MAIL의 팀원은 4명이다. 김상화 교수(강원대 수의대)와 이성빈 수의사(서울대 수의대 수생생물의학실), 영상의학자인 Adams Hei Long Yuen(홍콩 글렌이글스 병원), Cherry Poon 간호사(홍콩 퀸 메리 병원)로 이루어져 있다.

각 팀원의 소속은 모두 다르지만, 정기적으로 한국이나 홍콩에 모여 해양동물의 영상의학데이터 분석과 부검 연구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6일과 7일에는 제주대학교 말전문 동물병원과 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무혈(無血)해부 시연: 컴퓨터 단층 촬영(CT)의 해양동물 사후검사 응용법’ 행사를 진행했다. 상괭이 2마리를 대상으로 해양포유류 부검에 사용할 수 있는 사후CT 검사과정과 실제 부검을 시연했다.

상괭이 CT 촬영 중인 이성빈 수의사

팀 MAIL이 구축한 PMCT(Post-mortem CT) 기법은 비침습적인 가상 부검을 통해 실제 부검에 들어가기 앞서 병변의 위치나 임신 태아 관찰 등 상세한 정보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형 해양동물의 사체는 해당 개체가 서식했던 해양 환경과 먹이사슬 생태계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다.

고래나 상어, 바다거북 등 중요 해양동물의 사체가 발견되면 이들을 부검하여 정보를 모으고, 개체 차원의 사인이나 관련 해양환경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다.

하지만 메스를 활용한 전통적 부검은 그 자체로 침습적이라, 부검을 수행하면서 놓치는 정보도 발생한다. 장기의 정확한 위치나 작은 기포(air bubble), 골절로 생길 수 있는 자잘한 골 파편이나 척추뼈에 생긴 실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PMCT는 전신 CT촬영으로 사체의 영상 데이터를 통째로 데이터화하고, 이를 3D로 구현해 가상의 부검(virtopsy)을 미리 수행한다. 실제 부검 전에 미리 부검결과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는 다면적 재구성(multiplanar reconstruction), 3D 볼륨 렌더링 등 다양한 영상의학 기술을 활용한다.

PMCT를 통한 실제 부검 전 가상 부검.
위 개체의 CT 영상에서는 간 비대와 함께 대량의 가스색전증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 Yuen AHL, Kim SW, Lee SB,Lee S, Lee YR, Kim SM, Poon CTC,Kwon J, Jung WJ, Giri SS, Kim SG,Kang JW, Lee YM, Seo J-p, Kim BYand Park SC (2022) RadiologicalInvestigation of Gas Embolismin the East Asian Finless Porpoise(Neophocaena asiaeorientalissunameri). Front. Mar. Sci. 9:711174.)

가령 좌초한 상괭이가 잠수병에 걸렸는지도 PMCT로 확인할 수 있다. 물에서 사는 상괭이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수표로 상승하면 사람처럼 잠수병에 걸릴 수 있다. 전통적인 부검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기포에 대한 증거를 영상 데이터로 확보해 수치화할 수 있다.

김상화 교수는 “(전통적인) 부검은 수행과 동시에 in-situ 공간정보들이 유실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사후CT 촬영기법은 이러한 부검의 한계점을 온전히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오랜 기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폐사체의 생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서식지의 생태 시스템이나 환경 변화 양상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검 전 상괭이 사체의 부위별 검시 과정(왼쪽).
부검 중 관찰된 상괭이 태아의 모습(오른쪽).

팀 MAIL은 제주도 내에 PMCT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주도에서 좌초, 발견되는 대형 해양생물 사체들을 대상으로 PMCT를 수행한 후 실제 부검까지 이어가는 작업을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CT촬영 이튿날에는 수산자원관리공단으로 이동해 상괭이의 실제 부검을 진행했다. PMCT 결과를 부검에 활용했다.

부검 대상인 상괭이는 좌초된 상태로 발견됐고, 임신한 상태라 사후CT 결과를 바탕으로 부검을 진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부검과정을 도운 박다솔 수의사(서울대 수생생물의학실)는 “그동안 부검으로 봐왔던 케이스 중 가장 발달된 태아였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며 “김상화 교수님을 필두로 제주도에 형성된 이 시스템은 단기간에 많은 발전이 있었고, 이후 안정화된다면 한국의 해양생태계 전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해인 기자 tirano06@naver.com

박수정 기자 tnwjdpark@naver.com

좌초한 상괭이 속 비밀을 사후CT 검사로 찾아내는 팀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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