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려동물 생식에 대하여③:포베츠 정설령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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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바로가기), 2편(바로가기)에 이어..

생식은 그 자체로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건식 펫푸드에 비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급여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백질도 익히지 않은 형태라 흡수율이 높고 변상태도 건식에 비해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생식이 건식 펫푸드에 비해 변량이 적고 흡수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2012년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영양소의 파괴가 적고, 집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의도치 않는 화학 성분이 들어갈 확률이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식약청(FDA)과 AAHA(미국동물병원협회)의 공식입장은 ‘생식을 보편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생식을 하는 경우 ‘위생’과 ‘영양소 균형’ 측면에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생식이 공중보건학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여러 자료들이 최근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생식 급여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생식을 할 때 살모넬라와 대장균(E.Coli)이 종종 검출되고 분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입니다. 노인 등에게 활용되는 치료견에게는 생식이 좋지 않다는 발표도 나왔습니다.

미국 FDA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내 시판된 상업 생식 196가지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살모넬라 15건, 리스테리아 32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FDA는 “생식을 급여해야 한다면 생고기를 사용 직전까지 언 상태로 유지하거나 해동을 하더라도 냉장고나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는 것을 추천하며, 생고기와 닿았던 모든 식기류는 사용 후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미국 AAHA에서는 생식이 병원성 미생물의 전파경로가 될 수 있으며, 이들 병원성 미생물 대다수가 항생제 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공중보건학적으로 생식을 권고할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위와 같은 위생적인 우려뿐만 아니라 영양 균형과 관련된 여러 연구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UC DAVIS는 2013년 시중에 책이나 인터넷 등 여러 경로로 알려져 있는 생식 레시피 200여가지를 조사/분석한 결과 95% 이상의 레시피가 영양학적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로 실수가 잦았던 영양소는 콜린(Choline), 비타민 D, 아연, 비타민 E 등이었습니다.

 

물론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이야기라서 우리의 상황과 다르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퍼진 레시피가 다른 나라에서 출발된 것이며. 재료를 준비해 동물들에게 먹이는 방식은 외국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생식을 주는 경우 위생적인 문제와 영양 균형에 대한 부분을 면밀하게 고민하고 검토하여 실제 문제가 있는지 “측정”해야 합니다.

동물이 영양학적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우선 정상적인 체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질병 여부와 영양 불균형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영양 평가에는 모발검사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모에 축적된 미네랄의 함량을 평가하여 그 균형 여부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부수적으로 중금속에 대한 노출 정도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   *   *

생식은 동물에게 올바른 먹거리를 주겠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위협을 가한다면 결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생식을 급여해야 한다면 “위생관리”와 “영양균형”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위생 관리를 위해서는 육류가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더욱 생식을 다루는데 있어서 주의하여야 합니다.

영양 균형을 위해서는 자신이 만들어 급여하는 레시피를 직접 영양소 분석 기관에 의뢰하여 실제 각 영양소 함량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측정”해 보아야 합니다.

상업 생식을 판매하는 회사들도 자신들의 레시피가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함유하고 있는지 실제로 측정하여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제시하여야 합니다.

 

흔히들 ‘생식은 진리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개와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생식 급여가 그 자체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여러 급여 형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어떤 급여형태든 중요한 것은 영향 균형입니다.

이 영양 균형과 관련된 고민과 노력이 우리와 함께 같이 사는 개와 고양이에게 좀더 나은 삶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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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려동물 생식에 대하여③:포베츠 정설령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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