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 “동물학대자, 동물 값 이상으로 치료비 배상해야”

법무부, 동물의 비물건화 토론회 개최하고, 여론조사 결과 공개


2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법무부(장관 정성호)가 16일(목) 오후 2시 대검찰청 베리타스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국회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토론회를 개최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나서서, 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존중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지난 2021년, 직접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2023년 4월,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합의한 ‘우선처리 민생법안’에 포함됐지만,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신중검토’ 의견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2026년 7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의 법적지위는 ‘물건’이다.

하지만, 최근 민법 개정 분위기가 다시 한번 무르익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4월 13일(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2021년 법무부가 전향적으로 추진하고, 여야가 합의까지 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도 국민적 합의를 거쳐 다시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하면서다.

실제 법무부는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동물의 법적 지위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날 토론회까지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동물 관련 법제화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세션 1)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의 필요성 및 의의(세션 2) ▲압류 과정에서의 반려동물의 취급(세션 3)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세션 1에서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동물 법제가 소유권 중심에서 보호·관리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며 구체적 방안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세션 2에서는 이계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입법 영역에서도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반영해야 한다”며 “민법에 동물의 비물건화를 선언하고 동물이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법관의 법 형성과 후속 입법 논의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션 3에서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감사는 “민사집행 실무에서 반려동물 압류가 심리적 압박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민사집행법에 반려동물 압류금지 조문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 서정민 법무실장은 “다양한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참여 속에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토론의 장이 마련된 점에 대해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향후 동물 보호 법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법무부 ‘민법상 물건의 범위, 규율에 관한 연구조사-동물의 법적 지위 여론조사’ 중 발췌
법무부 ‘민법상 물건의 범위, 규율에 관한 연구조사-동물의 법적 지위 여론조사’ 중 발췌

한편, 법무부는 이날 ‘동물의 법적 지위 여론조사 보고서’도 공개했다. 지난 6월 22~25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31.7%는 반려동물 양육자, 68.3%는 미양육자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1.2%는 ‘민법에서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된다’는 점을 “모른다”고 답했다. 국민 절반가량이 동물의 법적지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61.1%)에서 상대적으로 인지율이 높았고, 70대 이상(32.3%)에서는 인지율이 낮았다.

다만, 대부분은 ‘일반 물건과 동물을 법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민법상 ‘물건’을 정의할 때, 동물을 다른 일반적인 물건과 구별해서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87.8%가 ‘구별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국민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동물의 비물건화에 찬성하는 셈이다. 반려동물 양육자(93.2%)는 물론, 미양육자(85.2%)의 동의율도 높았다.

‘비물건화를 해야 하는 동물의 종류’에 대해서는 ‘반려동물까지’가 40.4%, ‘반려동물과 가축까지’가 21.1%, ‘야생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까지’가 38.5%를 차지했다.

동물 피해에 대한 보상 관련 질문도 있었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동물이 죽거나 다친 경우, 가해자가 동물 값 같은 재산 피해 외에 주인의 정신적 고통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률은 단 11.7%에 그쳤다. 86.6%가 정신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려동물에 대해서만 배상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34.2%, ‘모든 동물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52.4%였다.

동물의 치료비가 동물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동물이 다쳤을 때, 치료비가 그 동물의 값보다 더 들 수 있다. 이 경우 가해자는 치료비를 어디까지 배상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동물의 값까지만 배상하면 된다”는 응답자는 단 14.0%뿐이었다. 43.2%는 “치료에 꼭 필요한 치료비라면 한도 없이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40.6%는 “동물의 값을 넘는 치료비도 배상하되 일정 한도까지만 배상하면 된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폭넓게 검토하여 생명 존중의 가치가 우리 법 제도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10명 중 8명, “동물학대자, 동물 값 이상으로 치료비 배상해야”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