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보러가기)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7기로 활동하기도 하며 시야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던 오준영 수의사는 치열한 대학원 생활을 막 시작하던 자신에게 “잘하고 있었으니 조급해하지 말라”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넸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북대학교 졸업 후 충남대학교 수의외과학 석사과정을 마친 3년 차 외과수의사 오준영입니다.
외과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부 시절에는 막연하게 임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특정 분야를 미리 정해두지는 않았습니다. 양돈농장부터 개인병원, 2차 동물병원, 전문병원까지 다양한 곳에서 실습하며 저와 잘 맞는 분야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50개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경험했는데요, 그러한 경험들 속에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학부 시절은 수의학을 배우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저’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진로를 구체화한 것은 본과 4학년 때였습니다. 외과전문병원 실습을 하면서 외과에 자연스럽게 끌렸고, 특히 정형·신경외과 환자들이 수술 후 드라마틱하게 다시 걷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평소 꼼꼼한 성격이고,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성향도 외과와 잘 맞았습니다. 수술은 단순히 기술만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습과 집중력, 세심함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외과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술식과 장비, 연구 결과들이 계속 등장하는 분야인 만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향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과는 단순히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오랫동안 즐기면서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역 동물병원으로 가지 않고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졸업 후 바로 임상에 나가는 것도 좋은 선택지였지만, 조금 더 제대로 깊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외과는 술기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최선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decision making’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내원할 때부터 진단, 수술 전 계획, 수술 후 관리까지 전반적인 것들을 경험하며 그 과정 속에서 최신 논문들을 해석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영상진단, 해부 및 내과학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겐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제대로 배우고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을 선택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증례들을 경험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연구를 통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고, 외과학 실험실 교수님들과 선후배님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좋은 자극과 영향을 받으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국내외 여러 학회들과 코스들을 다니며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더 큰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과 대학원생으로서의 하루를 소개해 주세요.
대학원 생활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바쁘게 흘러갔습니다. 오전에는 입원 환자 회진과 처치를 하고, 주 3회 저널 라운딩과 순번대로 돌아오는 토픽 발표를 진행합니다.
이후 외래 진료나 수술들에 참여하고, 남는 시간에는 진료와 수술과 관련된 논문을 읽거나 연구 데이터를 정리하고 학생 교육과 실습 지도에도 참여합니다.
외과 대학원생은 병원 업무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하루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갑니다. 수술이 많은 날에는 하루 종일 수술실에 있다가 늦은 밤 연구실로 돌아와 다음 날 진료를 준비하기도 했고, 학회 발표와 논문 연구까지 병행하며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는 날도 많았습니다. 정신없이 바빴지만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생일날 응급수술을 두 건 연속으로 진행했던 일입니다. 담낭 파열 환자도 있었는데, 수술을 모두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왔더니 이미 생일이 지나 있었어요. 주말까지 모두 병원에서 보내며 생일인 줄도 모르고 지냈죠.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오늘 좀 널널한데?”라는 말은 금기어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날이면 꼭 응급 수술이 생기거나 리퍼 환자가 들어오죠. 정말 오랜만에 다같이 동기 회식을 하려고 하면 꼭 바쁜 일이 생기고요.
사지마비로 내원해 수술을 마친 포메라니안 환자가 퇴원한 후에 보호자 실수로 사람 탈모약을 먹였다고 연락을 주셨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급하게 사람 탈모약 관련 논문을 찾아 보면서 보호자에게 설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ChatGPT에서 “수의사와 상담하세요”라는 멘트가 나왔는데 내가 바로 그 수의사일 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외과 연구실은 생각보다 가족적인 분위기입니다. 야간 응급수술과 학회 준비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동기애가 생겼고, 새벽에 함께 대전의 국밥 맛집을 찾아간 추억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환자는
사지마비로 내원했던 척수공동증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호흡 상태도 좋지 않아 수술을 하면서도 다시 걸을 수 있을지 스스로 의심했던 환자였습니다.
수술 후 약 6주 동안 하루 두세 차례 재활과 침 치료를 포함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들을 진행했습니다. 신경외과 진료를 시작한 초기에 맡았던 환자라 더욱 애정이 컸고, 꼭 다시 걷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6주 내내 병원에 나오며 처치 및 재활치료를 했습니다.
결국 그 환자는 퇴원할 때 네 발로 걸어서 병원을 나갔어요. 치료 과정에서 보호자와의 신뢰도 깊어졌고요. 수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케이스였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수의사 생활과 여행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데, 계기가 있다면?
기록하는 습관은 학부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전북대학교 전공알림단에서 활동하며 수의학과를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전공을 소개하는 활동을 했는데, 더 많은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원과 군 복무를 거치면서 유튜브는 계속하기 어려웠지만, 대학원 생활과 수술, 학회, 해외 연수 같은 경험들은 학부생 시절의 저도 궁금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록하기 시작했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요.
여행하는 것도 무척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게 여행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고, 수의사로 성장하는 과정도 함께 남기고 싶었습니다. ‘외과수의사’로서 병원 안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니신 점도 흥미롭네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여러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했고,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들이 수의사로서도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6년 동안 수의대를 다니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데, 여행을 하며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고의 폭도 넓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혹은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추천하는 곳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입니다.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 돌고래와 수영하기 등 동물과 자연을 좋아한다면 정말 좋은 경험이 됩니다. 치안도 좋았고요. 강력 추천합니다.

최근 정형외과 심포지엄에서 미국 외과전문의들의 통역과 서울 투어를 맡으셨더라고요.
교수님께서 제가 여행을 많이 다니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을 알고 좋은 기회를 주셨습니다. 심포지엄 이후 서울 투어를 직접 준비해야 했는데, 일정과 동선을 모두 꼼꼼하게 정리한 자료를 ppt로 만들어 미국 외과전문의분들에게 미리 전달했어요. 미국전문의분들께서도 환영받는 느낌이었다며 “한국에서의 시간이 상상이상으로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큰 보람을 느꼈죠.
지도교수님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심포지엄 스태프로 활동하면서 강연과 실습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외과 전문의들로부터 많은 동기부여를 받았습니다. 특히 최소침습수술과 관절경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에 더욱 확신이 생겼습니다.
외과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외과는 수술 전후의 변화가 다른 분야보다 비교적 명확한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잘 맞을 수 있고, 새로운 기술과 치료법이 계속 발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꾸준히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잘 맞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워라밸을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응급수술이 생기면 퇴근을 미루고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책임감도 큽니다. 또 수술 결과가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성향이라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기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열린 자세와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외과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영상의학, 내과 등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분야입니다. 수술 과정뿐 아니라 보호자와의 소통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석사 졸업 후 8월부터는 로컬 동물병원에서 일하며 대학병원에서 배운 것들을 펼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지금이 가장 열정이 넘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만큼 당장의 목표는 로컬 병원에서 많이 배우고 많이 경험하는 것입니다.
먼 미래의 목표로는 첫 번째로 외과 전공 수의사로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술을 하는 것입니다. 대학병원 수준의 고난도 수술도 하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공통질문) 외과수의사로서 경력을 막 시작하던 자신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조급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학부생 때는 빨리 수술도 잘하고 싶었고, 빨리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최근에도 효율적인 루트를 찾아서 가장 빠른 시간에 어떤 것을 이뤄내고 싶은 학생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성공하신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실력이 쌓이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수술 술기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 의사결정 능력, 보호자와의 소통,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당장의 부족함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하루하루 경험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잘하고 있었다”는 말도 꼭 해주고 싶습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넓은 세상을 보려고 노력했는데, 돌아보면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큰 자산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황유진 기자 pinkberryh1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