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36회 유럽수의피부학회 참관기 : 편안한동물병원 고재윤 원장
프랑스 릴에서 개최..Practical·Advanced·Cutting Edge로 프로그램 세분화

아토피피부염·외이염·고양이 탈모부터 JAK 억제제의 새로운 활용까지 최신 지견 공유
제36회 유럽수의피부학회(European Veterinary Dermatology Congress)가 지난 8월 27일(목)부터 29일(토)까지 프랑스 릴에서 개최됐다.
유럽수의피부과학회(European Society of Veterinary Dermatology, ESVD)와 유럽수의피부과전문의학회(European College of Veterinary Dermatology, ECVD)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회는 Practical, Advanced, Cutting Edge Programme으로 강의를 세분화해 운영한 것이 특징이었다.
Practical Programme에서는 외이염, 아토피피부염, 만성족피부염 등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과 치료 전략을 중심으로 다뤘으며, Advanced Programme에서는 보다 심화된 피부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소개됐다. Cutting Edge Programme에서는 JAK 억제제와 사이토카인 등 최근 수의피부과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연구 분야와 새로운 치료 접근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한국수의임상피부학회(KSVCD) 총무인 나는 이번 학회에서 ‘Treatment-Associated Differences in Serum Cytokine Profiles in Canine Atopic Dermatitis: A Cross-Sectional Study’를 주제로 포스터 발표를 했다(지도교수 : 박희명 건국대학교 교수). 개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치료 상태에 따른 혈청 사이토카인 양상을 비교한 연구였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마다 다른 임상 양상에 주목
아토피피부염 관련 강의에서는 같은 진단을 받은 환자라도 소양감이 주된 경우부터 발적, 태선화, 과색소침착이 두드러지는 경우까지 서로 다른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에 따라 아토피피부염을 하나의 동일한 형태로 접근하기보다 환자의 phenotype과 임상증상, 피부장벽과 면역학적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해 장기적인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의 특성을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 역시 주요 내용이었다.
증상이 악화됐을 때 치료하는 reactive therapy에서 나아가, 증상이 안정된 이후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국소치료를 유지해 재발을 줄이는 proactive therapy도 소개됐다. 국소 스테로이드의 제형과 potency, 초기 치료 이후 적용 빈도를 조절하는 방법 등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도 다뤄졌다.
피부장벽과 마이크로바이옴 역시 주요 관심 분야였다. 피부장벽 손상과 항원 노출, 장내 dysbiosis 및 면역반응의 연관성 등 아토피피부염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내용이 이어졌다.

외이염, 감염 치료보다 재발 원인 관리에 초점
외이염 분야에서는 Ursula Mayer가 개 외이염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임상적인 접근을 소개했다.
외이염을 단순한 세균이나 효모 감염으로 보기보다는 기저질환과 predisposing·perpetuating factor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외이도 내 dysbiosis와 biofilm도 치료 실패와 만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다뤄졌다.
항생제 사용과 관련해서는 cytology와 외용치료를 적극 활용하고, 전신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을 구분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microbial stewardship)이 강조됐다. 알레르기성 외이염에서도 증상이 반복될 때마다 치료하는 것보다 규칙적인 귀 관리와 국소 항염치료를 통한 proactive management가 소개됐다.
특히 만성 외이염에서 문제가 되는 Pseudomonas aeruginosa는 다제내성뿐 아니라 바이오필름 형성으로 치료가 어려울 수 있어, 적절한 약제 선택과 함께 biofilm의 물리적인 제거, 고막 및 중이 상태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내용도 다뤄졌다.

고양이 탈모, 피부뿐 아니라 전신질환과 통증까지 감별
고양이 피부질환에서는 탈모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감별하는 접근이 비중 있게 소개됐다.
고양이 탈모는 스스로 핥거나 긁으면서 발생하는 self-induced alopecia가 흔하지만, 모낭 자체의 질환에 의한 spontaneous alopecia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탈모를 피부질환만으로 접근하지 않고 당뇨병, 고코티솔혈증,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의 내분비질환이나 유전적 요인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이 다뤄졌다. 복부에 국한된 탈모에서는 FLUTD와 같은 질환으로 인한 통증이 과도한 그루밍을 유발할 가능성도 감별해야 한다.
병력과 병변의 분포, 계절성, 스테로이드 반응성 등을 확인하고 trichogram을 통해 털이 실제로 부러졌는지 살펴보는 등 단계적인 진단 접근이 소개됐다. 피부가 육안상 정상으로 보인다고 해서 소양감이나 다른 기저질환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Calcinosis cutis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
개에서는 calcinosis cutis의 발생기전을 다시 살펴보는 강의도 진행됐다.
Calcinosis cutis를 dystrophic, metastatic, idiopathic, iatrogenic 등 발생기전에 따라 구분하고, 특히 hypercortisolism과 연관된 환자에서 칼슘과 인 대사, 신장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관여할 가능성이 소개됐다.
또한 과거 급성신손상에서 회복한 환자에서도 calcification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병변이 확인됐을 때 현재의 혈액검사 결과뿐 아니라 과거의 질병과 치료 병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JAK 억제제, Cutting Edge와 포스터 세션에서도 관심
이번 학회에서는 JAK 억제제가 Cutting Edge Programme의 주요 주제로 편성되는 등 새로운 면역조절 치료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스터 세션에서도 JAK 억제제를 기존의 아토피피부염뿐 아니라 다양한 면역매개성·염증성 피부질환에 적용하려는 증례와 연구들이 소개됐다.
아직 증례보고나 소규모 연구가 중심이지만, JAK 억제제의 연구 범위가 기존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에서 다양한 피부질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알레르기 진단과 면역치료, 감염성 피부질환의 국소치료, 외이염의 Pseudomonas와 마이크로바이옴 등 실제 임상과 연관된 다양한 연구들이 포스터로 발표됐다.
이번 학회에서는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뿐 아니라 아토피피부염과 외이염의 장기적인 관리, 피부장벽과 마이크로바이옴,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치료전략, 고양이 탈모의 체계적인 감별진단 등 실제 진료와 밀접한 다양한 주제가 공유됐다.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Practical Programme부터 심화된 Advanced Programme, 최신 연구와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살펴보는 Cutting Edge Programme까지 단계별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통해 수의피부과의 현재와 향후 연구 방향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