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관 부족, 처우개선 만으로는 한계‥업무 다이어트 필요하다

가금 도축검사에 AI·ASF 예찰 부담 누적..민간 진료환경 개선과 맞물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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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방역관 부족 문제를 처우 개선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일선 가축방역관들의 중심 기관인 전국 동물위생시험소의 대표자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나온 지적이다.

일선 시험소장들은 부족한 방역관 인력이 겪고 있는 과중한 부담을 덜기 위해 ‘업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금 도축검사, 농장 시료채취를 일선 동물병원 공수의에게 위임하는 등 민관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일반 질병 진단서비스, 건강한 가축의 출하 전 검사 등 불법진료에 해당하는 업무부터 발라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에 거점 동물병원을 세워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비쳤다.

대한수의사회는 22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전국동물위생시험소협의회(회장 김철호)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국 시험소장들과 대한수의사회 중앙회가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축방역관 앞으로도 잘 채용되지 않을 것”

처우뿐만 아니라 업무환경도 개선해야

가장 큰 현안으로는 인력수급과 업무 부담 문제가 지목됐다. 인력은 부족한데 업무는 점점 많아진다. 인력을 충원하려고 해도 젊은 수의사들은 점점 공직을 외면하고 있다.

가축방역관 부족은 국정감사에서 반복 거론되는 단골 손님이다. 지난해 최인호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전국 가축방역관 부족 인원은 600명에 달했다.

이강영 경기북부동물위생시험소장은 “(가축방역관) 인력은 앞으로도 잘 채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수의사 수당을 조금 더 주거나, 임용직급을 상향하는 등 현재 추진되는 처우개선 정책의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의무감에 기대기보단 (가축방역관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수의사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을 바꾸려면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강영 소장은 “경기 북부는 (ASF 능동예찰 때문에) 전 직원이 돼지 목 밑에 매달려 있는 판”이라며 “동물위생시험소 업무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빅브라더식 능동예찰, 도계검사 공영화..업무 부담 가중

이날 간담회에서는 농식품부가 인력 문제는 외면한 채 과도한 방역업무를 강요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겨울 특별방역기간 가금농장의 출하 전 검사를 의무화하거나, ASF 방역정책이라며 돼지까지 출하 전 채혈검사를 강제하는 식이다.

이러한 ‘빅브라더’ 방식의 능동예찰은 촘촘하긴 하지만 비효율적이다. 민간 동물병원의 진료 과정과 자연스럽게 연계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일선 시험소와 시군청에 검사 업무가 몰리는 형태라면 더욱 그렇다.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각종 동물전염병 예찰 사업 중에서도 국내에서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질병은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함께 가금 도축검사 공영화의 여파도 시험소 인력문제의 주 원인으로 꼽혔다.

기존에 민간 책임수의사가 담당하던 가금의 도축검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공영화됐다. 시도 동물위생시험소에 속한 수의사 공무원이 검사관으로 파견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도축물량에 비해 검사관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새벽이나 주말 업무가 잦다는 점도 공무원에게는 부담이다.

김영진 충남동물위생시험소장은 “시험소 인력부족 문제가 심화된 데에는 도계검사 공영화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검사관 부족으로 지자체가 오히려 법을 어길 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철호 협의회장도 “기존 시험소 인력이 (도계 검사로) 빠져나가고 인력 충원은 안 되다 보니 방역에는 구멍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대수 ‘불법진료부터 다이어트해야’

민간에 검사·시료채취 이관..거점동물병원 필요성 제기

대한수의사회는 불법 소지가 있는 업무부터 우선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법정 가축전염병이 아닌 질병에 대한 진단서비스나 출하 전 검사가 대표적이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동물위생시험소는 동물병원이 아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명시되지 않은 질병에 대한 검사행위는 사실상 불법”이라며 “불법인 업무를 당연시하고 있으면서 대우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연철 대수 사무총장은 “출하 전 검사를 (동물병원이 아닌) 시험소에서 담당하는 것이 적법한 지 따져 봐야 한다”며 “가축전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만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시험소의 업무가 될 수 있다. (건강한) 출하 가축을 검사하는 것은 진료 영역이라는 것이 수의사회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외와 달리 민간의 정밀진단기관이나 동물병원 검사 업무가 활발하지 않은 것도 시험소가 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이날 제시된 다이어트 방법은 민관 협력이다. 부족한 도축검사나 시료채취 인력을 민간 동물병원 수의사에 위임자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공수의 인원을 확대하거나, 거점동물병원을 세우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철호 협의회장은 “기존 공수의 인원과 별개로 공수의를 늘려 시료채취나 휴일 가금 도축검사를 담당할 인력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현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장은 “경기도는 이미 젖소 결핵검사의 절반가량을 지역 공수의에게 위탁하고 있다”면서 “ASF도 채혈 가능한 요원이 부족하다. 민간에서도 채혈이 가능한 인력에게 위탁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위생시험소와 해당 지역 지부수의사회가 긴밀히 협력하면서 특정 동물감염병을 함께 대응하는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주형 회장은 “대한수의사회가 거점 동물병원을 설립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축방역관 부족, 처우개선 만으로는 한계‥업무 다이어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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