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백신, 실제로 개발된다면 사용 여부·전략은

사육돼지 접종 여부·방식 두고서는 이론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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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을 개발 중인 코미팜과 케어사이드가 지난주 개발경과를 소개했다. 양사 모두 안전성·방어능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양사 모두 사육돼지용 주사백신과 멧돼지용 미끼백신(경구백신)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희망적인 시험결과에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백신이 나오면 쓸 것인지, 쓴다면 어떤 전략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다.

8일 케어사이드 LDB 세미나에 앞서 열린 프레스미팅에서는 관련된 질의도 나왔다. 8대방역시설이 의무화됐고 3년여간 농장 발생은 22건에 그치고 있는데, 백신이 나오면 전두수 접종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8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케어사이드 LDB 세미나

ASF 백신 개발된다면..써야 하나? 쓴다면 어디까지?

이에 대해 ASF 전문가인 요란다 레비야 박사는 “아예 ASF가 발생하지 않은 국가라면 백신접종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한국은 이미 여러 차례 ASF가 발생했고 상재화 직전 단계에 이르러 있다. 백신접종 여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망설일 단계는 이미 지났고, 백신이 있으면 써야 한다는 것이다.

레비야 박사는 ASF 발생으로 입는 경제적 피해보다 백신 비용이 훨씬 낮다는 점을 지목했다. ASF에 감염돼 죽는 멧돼지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 정책 측면에서도 백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한 학계 전문가는 “(백신이 개발되면) 전두수 접종이 아니라도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 위주로 우선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ASF 발생이 일단 멧돼지 감염이 확산된 후 인근 농장으로의 기계적 전파가 이어지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반면 ‘현재까지는 국내에서 멧돼지 감염지역 위주로 농장발생이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장 발생을 철저히 예방하기 위해 ASF 백신을 쓴다면, 지역적 구분을 두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는 독일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당초 독일에서는 ASF이 다수 발생한 폴란드에 인접한 동북부 지역 멧돼지에 발생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 5월 프랑스 국경 인근의 남서부 지역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

멧돼지 ASF 확산과 직접적인 관련 없이 장거리를 점프하는 방식의 전파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계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갑자기 전남 같은 곳에 ASF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면서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로서 백신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끼백신 필요성엔 공감대

백신 전략 신중하더라도..개발은 필요해

사육돼지에 대한 백신접종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멧돼지용 미끼백신에서는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멧돼지에서 발생하는 감염 압력을 줄일 수 있다면, 농장의 위험도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이어진 울타리 설치는 멧돼지 ASF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코미팜과 함께 백신 개발연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ASF 백신이 개발되어도 접종 여부와 방식은 방역당국의 결정에 달렸다. 사실상 동물용의약품의 허가 권한도 보유하고 있는 곳도 방역당국이다. 백신 개발 자체에도 당국의 의지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극단적으로는 구제역 백신처럼 긴급백신 형태로 허가 과정을 단축할 수도 있다. 반면 생물안전등급 문제나 허가 가이드라인이 지지부진하면 백신 개발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케어사이드 선우선영 박사는 “백신 정책은 ASF 발생 상황을 주의 깊게 검토해 결정되어야 한다”며 속단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용 방식은 추후 검토하더라도 백신 개발은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우 박사는 “이제 백신개발의 첫 단계를 넘은 만큼 인허가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백신은) 당장 필요할 때 준비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혹시 모를 상재화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ASF 백신, 실제로 개발된다면 사용 여부·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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