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ASF 대응의 종점은 어디` 박선일 강원대 교수

등록 : 2020.10.29 06:01:56   수정 : 2020.10.28 18:03:22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강원대 수의대 박선일 교수는 27일 충북 C&V센터에서 열린 한국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 초청강연에서 역학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멧돼지 ASF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습니다.

멧돼지 ASF 예찰과 개체수 저감에 미흡해 국립공원으로의 확산과 국내 상재화 우려가 커졌다는 것인데요,

강연 후 이어진 본지 인터뷰에서 박선일 교수(사진)는 보다 적극적인 멧돼지 개체수 저감 활동과 함께 농가 경영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ASF와 직결된 방역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Q. 오늘 강연에서 멧돼지 ASF 현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해주셨는데, 강화·김포는 아예 없었다. 이들 지역에 재입식을 미룰 이유가 있나

예전에 이미 재입식이 됐어야 하는 지역이다.멧돼지 문제를 이야기하는 정부가 자기모순에 빠진 셈이다.

Q. 강연 직후 질의응답에서 이미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ASF가 확산됐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차라리 제 예상이 틀려서 욕을 먹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다.

Q. ASF 남하가 우려되면 국립공원 안에서라도 수렵이 필요한 것 아닌가

제한적으로라도 멧돼지 개체수 저감이 필요하다. 국립공원 관련 기관들이 모두 모여 총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Q. 지난 1년간 멧돼지 ASF 대응을 돌아보면 광역울타리가 먼저 떠오른다

울타리가 멧돼지 ASF의 이동속도를 늦추는 수단으로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 문제는 단지 지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양돈농가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

1천km에 이르는 울타리가 제대로 관리될 수 있냐도 문제지만, 현재로선 국립공원을 막는 것이 더 우선순위가 높다.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이라면 설령 광역울타리를 넘어 멧돼지 ASF가 발생한다 해도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Q. 양돈수의사회 세미나에서 멧돼지 검사두수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을 지목하셨다. 검사두수가 줄어드는 것은 수색작업의 미흡함 때문인가? 그동안 멧돼지 개체수가 줄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나

둘 다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포천의 경우에는 멧돼지 개체수를 적극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양돈 밀집지역이다 보니 터지면 큰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멧돼지 실험을 위해 엽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는데 철저하게 잡아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이미 통제불능 상태라고 본다.

한돈협회가 야생동물협회의 전문 수렵인에게 멧돼지 폐사체 수색을 맡긴 적이 있는데 일반인 수색에 비해 몇 배의 효율을 냈다. 지역주민 일자리 차원에서 추진하는 수색과는 차원이 다르다.

때문에 폐사체 수색과 개체수 저감을 이들 전문 수렵인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본다. 충분한 수익을 보장해준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바이러스가 만연한 화천 등지보다는 국립공원에 접근할 수 없도록 양구, 인제, 고성 등에서 멧돼지 개체수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이들도 방역에 헌신하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높다. 여가생활이 아닌 전업으로 수렵하시는 분들은 ‘어느 지역에 멧돼지 떼가 이동했다고 정부에 알려 달라’고 먼저 연락을 해올 정도다.

Q. 고병원성 AI는 발생하더라도 살처분과 이동제한으로 수평전파를 막다 보면 철새가 떠나간다. 구제역은 백신으로 컨트롤된다. 계절변화와 백신이 종점(endpoint)인 셈이다.
하지만 ASF는 어디를 종점으로 달려가는지,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국내에서 단기간 내에 ASF를 종식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멧돼지에서는 ASF가 발생하더라도 양돈농장에서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1차적인 종점으로 봐야 한다.

멧돼지에서 발생하는 상태에서 농장이 큰 방역부담을 지는 것이 지속가능한 지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말이다.

Q. 그렇다면 양돈밀집지역으로의 멧돼지 ASF 확산은 막으면서, 기존 멧돼지 ASF 발생지역주변 양돈농장의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현 정책의 방향성은 맞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가령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하면 10km 방역대를 그어 예방적 살처분하거나 해당 지역의 수매를 시도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ASF는 구제역과 다르다. 치명률은 높아도 전염력은 크지 않다. 발생하더라도 그 농장만 들어내고 나머지 농장은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Q. 농장 발생 상황에서 방역조치를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도 문제지만, 사육돼지에서 발생하지 않은 평소에 멧돼지 ASF 양성지점 주변의 농장을 어떻게 관리할 지는 별개인데

평시에 권역으로 묶어 돼지이동과 영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환경검사 얘기를 하지만 양성이 나온 것은 감염 멧돼지와 연관된 경우였다. 물렁진드기는 없고 곤충에 대한 검사도 모두 음성이었다. 전세계적으로도 야생 멧돼지 이동에 의한 확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위험요인은 그냥 이론적인 가능성일 뿐이다.

ASF에 감염되지 않은 정상 농장의 영업을 평시에 왜 묶어야 하나. 평시 차단방역은 농장에게 맡겨야 한다.

ASF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묻더라도, 증명되지 않은 이론적인 두려움 때문에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ASF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방역측면에선 낫겠지만..결국 다 농가에게 전가되는 부담이다. 방역시설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거나 여건이 허락치 않는 농장이 많다. 축산차량 농장내 진입금지 조치만 봐도 그렇다. 이것 저것 예외를 두다 보면 결국 의미 없는 조치가 되어 버린다.

Q. 평시에 권역을 묶는 것은 질병 발생을 뒤늦게 잡아낼 가능성을 고려한 것 아닌가. 모르는 새에 확산될 수 있는 범위를 미리 줄여 놓자는 취지다. 정부는 화천 ASF에 대해서도 발생 전 권역화 조치로 역학 관련 시설의 범위가 지난해 ASF에 비해 줄었다는 점을 성과로 지목했는데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처럼 전염력이 굉장히 강한 질병이라면 (발생 전 권역화 조치가) 일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ASF는 아니다. 결국 구제역과 고병원성 AI에 적용하던 정책을 그대로 대입한 것 아닌가. ASF의 역학적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라 볼 수 없다.

Q. 그렇다면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가령 화천(멧돼지 ASF 발생지역) 본장에서 포천(멧돼지 ASF 비발생지역) 비육장으로 돼지가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물론 시군 경계를 넘어 돼지가 이동한다면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도록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내 농장끼리 오가는데 뭐’라는 식으로 대충하면 끝장이다.

Q. 정부 방역당국이 그걸 못 믿기 때문에 권역화 조치가 나오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정상적으로 잘 하는 농장까지 모두 피해를 보는 것이 문제다. 농가들도 이웃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없다는 확고한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사실 농장별 위험도평가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농장별로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예방조치가 무엇인지 근거에 따라 제시해주고, 이를 지킨다면 정상적인 농장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국제 무대에서도 위험도 평가는 교역을 전제로 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국제 교역 촉진을 목적으로 못 박고 있다. 같은 원리로 국내 방역에 축산의 지속가능성과 경영이 고려되어야 한다. 농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방역은 생산자와 정부를 대립하게 만들 뿐이다.

Q. 여러가지 문제와 개선점을 지목하셨는데, 마지막으로 실제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 궁금하다

안타깝지만 정부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고집할 것 같다. 장관의 시각이 갑자기 바뀌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농가에 축산차량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도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이상론에 가깝다. 농장은 따라오지 못하는데 규제만 진도를 빼고 있다.

멧돼지 개체수가 줄어들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ASF 발생 전보다 많이 잡는다고 하지만 번식기를 거치면 원상복구될 수준이라고 본다.

멧돼지에 대한 대책이 효과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은 올해보다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