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한 폐렴과 코로나바이러스의 과학적 이해/여상건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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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코로나바이러스의 성상, 전파경로, 무증상 감염자로부터의 감염

[2부] 예방백신과 면역, 치료제 가능성 (보러가기)

여상건 경북대 명예교수

지난해 12월 초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성 폐렴이 국내외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 병으로 인하여 현재 많은 국민들이 일상생활과 생업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바, 원인 바이러스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통하여 두려움이 다소나마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에 기술되는 내용은 방역당국에 대한 그 어떤 비난이나 질책을 위한 것이 아니며, 앞으로의 대책수립과 방역활동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방역을 위하여 불철주야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관계 당국을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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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의 성상

현재 사람과 동물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40여종이다. 이들은 분류학적으로 니도바이러스목(order Nidovirales), 코르니도바이러스아목(suborder Cornidovirineae), 코로나바이러스과(family Coronaviridae), 코로나바이러스아과(subfamily Coronavirinae)의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코로나바이러스속(genus Alpha-, Beta-, Gamma-, Delta-coronavirus) 중의 어느 하나에 속하며, 속 아래에는 종(species)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크기가 80~220 나노미터(nm)인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에 해당하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미세 물체임을 알 수 있다.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 폐렴의 원인체를 ‘신종(新種)’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고 있는 바, 새롭게 대두된 코로나바이러스 또는 ‘변종(變種)’ 코로나바이러스 혹은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주(變異株)’라고 하는 것이 옳다. 바이러스 하나하나를 부를 때 주(strain)라고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이 바이러스를 ‘novel coronavirus’라고 하여 ‘2019-nCoV’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뜻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것보다 새롭게 대두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것에 더 가깝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새로운 양상의 폐렴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표현상의 편리에 따라 그 병원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자연계에 숨어있던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생태계 파괴 등의 요인에 의하여 비로소 드러난 것으로서 유전자의 변이가 유발된 변종(변이주)이라고 함이 더 가까운 명명이라고 본다. 수년전에 문제되었던 사스와 메르스 원인 코로나바이러스도 신종이라고 하지 않으며, 이들은 기존의 베타코로나바이러스 속에 속한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많은 코로나바이러스들을 야생동물들이 감염증상을 보이지 않는 불현성감염(不顯性感染) 상태로 보균하고 있었는데 어떤 경로로 사람에게 전파되어 감염증을 일으킨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후일 그 미생물학적 성상이 명확히 밝혀지면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베타코로나바이러스속의 ‘우한 폐렴 바이러스’ 또는 ‘우한 호흡기증후 바이러스’종으로 명명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이미 이 바이러스를 베타코로나바이러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감염경로(전파경로)와 유행성 발생

방역당국에서는 우한에서 폐렴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국내 발생이 확인된 시점까지 시종일관 원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의 전파(傳播)에 의한 감염(感染) 즉, 전염(傳染) 가능성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며 그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확인하는 듯 했으나, 국내외에서 사람 간의 전파는 기정사실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도 2020년 1월 30일에 이미 사람 간의 전파가 이루어짐을 재삼 확인하였다.

주요 임상증상은 아직 전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발열, 기침, 가래 증가, 인ㆍ후두통증, 호흡기장애 증상이 경증~중증으로 나타나고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바이러스, 세균 등의 병원체는 사람이나 동물에 감염하면 그 감염 개체 내에서 증식하여 수를 대량으로 늘리며, 주요장기에서 병변을 유발하고 이 병변에 따른 각종 임상증상을 나타낸다. 예로서 폐에 감염하여 폐렴 병변이 유발되면 기침, 염증성 삼출물, 가래 증가, 호흡장애 등이 있으며,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해당 신체부위인 코와 입 등을 통하여 병원체가 체외로 배출된다. 이런 과정에서 감염 개체 또는 이 바이러스로 오염된 물체 즉, 병원체 매개체(媒介體)와 접촉한 다른 개체도 당연히 감염된다.

이와 같이 감염된 개체나 매개체로부터 감염이 전파되어 다른 개체에서 동일한 감염병이 나타나면, 이때부터 병원체의 전염 및 이로 인한 전염병이라고 한다.

전염병이라고 하면 그 어감에서 알 수 있듯이 대응 태세가 다르게 된다. 감염이라고 하면 단순히 일정 수 규모의 개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염이라고 하면 대유행성 발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병원체, 특히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 병을 재현, 발생시킴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그 전염 속도가 아주 빠르다. 사람 간의 전염 여부를 의문시할 이유가 없으며, 최초 발생 때부터 사람 간의 전염 가능성을 당연시하고 이에 따른 방역대책을 세워야 함이 마땅하다.

현재 중국은 물론 중국과 인접한 많은 나라에 우한 폐렴 유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에 따라서 중국에 대해서만이 아닌 광범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바이러스, 세균 등 병원체의 감염경로(感染經路)는 크게 입을 통한 경구 및 소화기감염, 코를 통한 호흡기감염, 피부를 통한 경피감염, 안구표면을 통한 결막감염, 생식기감염 등이 있다. 감염의 전파경로(傳播經路)에는 접촉감염, 태반감염(조류의 경우는 난계대 감염), 의인성감염(醫人性感染), 병원내감염 등이 있다. 접촉감염은 크게 ‘직접접촉감염’ 및 ‘간접접촉감염’ 경로에 의한 것뿐이다.

즉, 병원체에 감염된 개체는 자신의 각종 체 분비물과 배설물을 통하여 그 병원체를 체외로 배출하는바, 이러한 병원체를 보유하는 개체 자체나 그 배설물과 분비물 등을 감염원(感染源)이라고 한다.

직접접촉감염은 이러한 감염, 발병한 개체(감염원) 즉, 생물성 감염원과의 직접접촉에 의한 것이고 간접접촉감염은 병원체로 오염된 음식물, 물, 의복, 신발, 생활도구, 비말(droplet), 먼지, 공기(aerosol) 등의 무생물성 접촉감염 매개체(fomites)와의 접촉에 의한 것이다. 또한 간접접촉감염 매개체중에서 생물성인 것으로서 병원체를 보균하고 있는 모기, 파리, 진드기 등이 있다. 태반감염은 감염된 모체의 자궁 내에서 태아가 감염되는 것이며, 의인성감염은 의료행위에 의한 것이고 병원내감염은 환자가 있는 병원에서의 감염이다.

대부분의 병원체가 이와 같은 다양한 감염경로 및 전파경로에 의하여 전염됨은 일반적이다. 따라서 감염병 발생 시에는 처음부터 이러한 경로에 의한 대유행성 전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역이 이루어져야 한다.

병원체의 감염은 일차적으로 국소부위(피부와 구강, 소화기, 호흡기 및 생식기 점막, 결막)를 침입하여 일어나며, 대부분의 경우 그 감염한 국소부위에 한정된 병변을 일으킨다.

하지만 병원체(특히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조직 친화성이 강하거나 개체의 면역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이차적으로 감염 국소부위의 림프절과 림프조직에 침입, 림프관을 경유하여 혈관내로 침입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이런 경우를 제1차 바이러스혈증(viremia)이라고 하는데, 이에 따라 바이러스는 전신으로 확산되어 친화성이 강한 장기에 정착, 대량으로 증식하여 제2차 바이러스혈증을 일으킴으로서 전신 확산이 더 심해진다.

이러한 상태를 소위 바이러스성 출혈열이라고 하는바, 개체는 피부나 점막의 충ㆍ출혈소견과 함께 혈액순환장애, 폐호흡장애, 신장배설장애 등 생명유지 장기에서의 다발성 기능장애로 사망하게 된다.

또한 이때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장기, 체 배설물 등으로 배출되므로, 소위 침, 가래, 분변, 소변을 통한 배설이 가능하다.

동물에서의 사례에서 보면 바이러스혈증에 따른 다발성 장기기능장애가 심급성으로 발생하면 흔히 이러한 피부, 점막에서의 충·출혈소견과 같은 외관상의 특이소견 없이 호흡곤란으로 급사한다. 다행히도 이번 우한 폐렴 원인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혈증은 현재까지 발생하여도 그 정도가 약한 것으로 보이지만 심급성 발생을 항상 우려해야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대부분 호흡기감염을 통하여 유발되고 이에 따라 기침, 가래, 콧물 등의 분비물로 원인 바이러스가 배출되고, 직접 또는 간접 접촉감염, 의인성감염, 병원내감염 경로에 의한 전염이 일어남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즉, 이미 방역당국과 매스컴을 통하여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마스크 착용, 사람이 밀집된 공간의 출입 지양, 손 세척, 소독제 사용 등이 잘 지켜지면 전염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위생이 높은 수준으로 잘 지켜지는 환경에서는 비교적 잘 극복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감염병 진단기술 수준은 국제적으로 앞서 있다. 감염병 진단은 궁극적으로는 병원체를 분리배양하여 증명하는 것이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에 의하여 병원체의 유전자를 검출, 진단하는 기술은 국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진단상의 착오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며 방역당국을 믿고 따르면 되겠다.

한편, 방역당국에서는 최초 감염된 개체에서의 감염상태를 ‘1차 감염’이라고 하고 이 감염 개체와 접촉한 사람에서 동일한 감염이 일어난 상태를 ‘2차 감염’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옳지 않은 개념이다.

만약 이런 개념이라면 2차 감염된 개체로부터 감염된 개체를 3차 감염이라고 해야 하는가? 또는 그 다음에는 계속적으로 4차 감염, 5차 감염, 6차 감염 등등이라고 할 것인가?

1차 감염 및 2차 감염이라는 용어는 미생물학에서 정의되고 사용되는 것인 바, 체내에 한 종의 병원체가 감염하여 이에 따른 병변과 증상이 나타날 때 이를 1차 감염(또는 원발성감염)이라고 한다. 1차 감염의 경과 중에나 회복 과정에 다른 종의 병원체가 감염하여 1차 감염과 동일한 병증을 유발할 때에 이를 2차 감염(또는 속발성감염, 계발성감염)이라고 한다.

따라서 감염 개체로부터 전파되어 발병한 개체를 2차 감염이라고 하지 않고 전염 환자라고 하는 것이 옳으며, 더욱이 호흡기감염 바이러스는 그 전염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방역대책의 수립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무증상 감염자로부터의 감염 여부

병원체에 감염되었으나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상태를 무증상 감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무증상 감염자로부터 다른 개체에게 병원체 감염이 전파되는지, 그 여부가 방역당국에서 많이 언급되어 왔다.

대부분의 병원체 감염 시에 아직 임상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감염초기 즉, 잠복기는 병원체가 체내환경에 적응, 증식하여 수를 크게 늘리는 시기이다. 이 잠복기에는 통상적으로 개체가 외관상 무증상 즉, 건강하게 보이지만, 병원체는 체외로 배출되며 이런 개체는 감염원이 된다.

또한 발병 후 회복기에도 임상증상은 소실되었지만 일정기간 병원체가 아직 체내에 존재하면서 체외로 배출될 수 있으며 이런 개체를 회복기 보균자(保菌者)라고 한다.

따라서 이들 소위 잠복기의 불현성감염(不顯性感染) 상태 또는 회복기 보균 상태의 개체로부터 병원체가 전파되어 감염이 일어나므로 무증상 감염자로부터의 전염 위험은 상존한다.

한편 병원체 감염 시에 면역기능이 활발한 개체에서는 그 병원체가 방어되므로 뚜렷한 임상증상을 보이는 현성감염증(顯性感染症)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병원체가 완전히 방어, 제거되기 전까지는 체외로 배출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무증상 감염자는 사실상 확인되기가 쉽지 않다.

브루셀라균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 시에 잠복기 후기부터 감염의 징후로서 발열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병원체라는 이물질 즉, 항원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제일 먼저 접하는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의 염증담당 세포가 이들 병원체를 탐식하는데, 이 때 염증반응 유도 물질인 사이토카인들을 분비한다. 이 사이토카인에 의하여 대뇌의 시상하부에서 체온상승을 억제하는 조절중추가 마비되어 체온이 올라감으로 발열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전파속도가 빠른 바이러스 유행시기에는 발열증상이 자각되거나 타인에 의하여 확인되면 즉시 관계 당국의 적절한 대응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초기에 확인될수록 감염 및 전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개개인이 지켜야 할 사항으로서 가급적 외출을 최소화하고 신체의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보온은 염증반응을 원활하게 해주며 이 염증반응이 일어나야 이차적으로 소위 후천성면역반응으로 이어진다. 아연(Zn)이 면역반응 전반을 조절하는 T 세포의 생성에 도움이 되는 바, 아연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을 복용하고 적절한 수분을 섭취하면 좋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용어는 기고자가 사용한 그대로 유지했습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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