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밀치고 손목 꺾고…수의사에 폭력 가한 동물약품 영업사원

농장동물임상수의사 A씨, 신경차단술 받고 정신과 치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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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동물수의사에 대한 농장주의 폭언, 폭행, 협박 등이 종종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동물약품 업체 영업 담당 직원이 수의사의 목을 잡아 밀치고 손목을 꺾어 휴대폰을 뺏는 등 폭력을 가한 일이 벌어졌다. ‘인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이유였다.

경기도 안성과 포천 지역을 주로 진료하는 산업동물병원에 근무하는 A 수의사가 지난달 26일 한 동물약품업체 영업담당자 Y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A 수의사에 따르면, A씨는 출장을 다녀온 뒤 Y씨를 발견하고 가볍게 목례 정도로 인사를 한 뒤 차량을 정리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Y씨가 “왜 인사를 안 하고 그렇게 사람을 쳐다보냐”는 식으로 말을 걸었다고 한다.

본지가 확인한 CCTV 영상에 따르면, 건물 안에 있던 Y씨가 호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나와 차량을 정리하고 있던 A 수의사에게 다가가 삿대질을 하며 말을 건다. 얘기를 나누다가 수의사 A씨가 휴대폰을 꺼내자 Y씨가 A 수의사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휴대폰을 뺏는 장면도 확인된다.

A 수의사에 따르면, 인사를 안 했다는 Y씨의 말에 “무슨 말이냐, 인사를 했다”고 답한 뒤 “잘못 봤다”며 넘어가려는 Y씨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자신은 Y씨가 공급하는 약을 구입하고, 처방, 사용하는 수의사이기 때문에 존중해달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Y씨는 이내 욕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녹음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자 Y씨가 강제로 손목을 꺾어 휴대폰을 빼앗고 휴대폰을 땅에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는 게 A 수의사의 설명이다.

삿대질을 하며 접근하는 Y씨
Y씨가 A수의사의 휴대폰을 강제로 뺏고 있다

Y씨는 이후 건물 안에 들어가 외투를 벗어놓고 다시 나와 A 수의사의 목을 잡고 뒤로 밀치며 폭력을 행사했다.

이 모든 과정은 CCTV로 녹화됐다. A 수의사가 차를 타고 들어오는 장면부터 전체 과정이 22분짜리 영상에 담겼다.

A 수의사는 Y씨의 폭력에 경추 및 우측 손목에 염좌 및 타박상을 입었고, 사건 당일 정형외과에서 상해 진단을 받았으며, 목 쪽에 신경 손상이 의심되어 신경차단술도 2회 받았다.

정신적인 고통도 겪고 있다.

A 수의사는 “사건 이후 일상적인 장소를 다니다가 Y씨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심장이 매우 떨리고 주저앉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잠도 못 자고, 새벽에 출근하는 데 신경이 곤두서는 등 예민한 증상이 이어지자 결국 A 수의사는 이달 초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두려움, 불안, 공황-공포 등에 대한 다양한 검사와 치료를 받고,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에 처방되는 항우울제, 신경진정제 3종류 이상 처방 받아 복용 중이다.

A 수의사 목에 난 상처

A 수의사와 Y씨는 6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A 수의사가 농장동물 진료수의사로 일하기 전 동물약품업체에서 5년 정도 일했을 때 처음 알게 됐다. A 수의사가 기술지원을 하러 간 농가에 Y씨가 영업을 하러 왔다가 만나면서다. 6년간 알고 지냈지만, 이번처럼 폭력을 가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A 수의사는 Y씨에게 일하는 곳에 나타나지 말고, 연락도 받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회사 측의 공식사과를 요청했다. 이에 동물약품업체 H 영업팀장이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H 팀장은 A 수의사를 직접 만나지 못했고, A씨가 근무하는 동물병원 대표원장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A 수의사는 업체 측의 소극적인 대응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동물약품업체와 동물병원은 오랫동안 거래를 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거래를 종료하게 됐고, 남은 제품은 반품 처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약품업체의 H 영업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에서 회의를 거쳐 대표원장님을 만났고 염려를 끼쳐드렸다며 유감 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수의사도 만나려고 했으나 만나지 못했고, 담당자(Y씨)도 같이 찾아뵙고 싶었으나 (A씨 측에서) 원하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H 팀장은 회사 입장에서는 동물병원 측의 요청으로 거래를 종료했으며, 이번 사건은 개인 간(A수의사와 Y씨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하며, “담당자(Y 씨)에게도 사과를 드리고 잘 해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Y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더 참았어야 한다며 후회하고 있고,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A 수의사가 반말과 욕설을 했기 때문에 흥분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본인도 정신적인 고통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약 처방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A 수의사는 이번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도 현장에서 상황을 확인한 뒤 사건을 접수했다. 현재 이 사건은 포천경찰서 형사1팀에서 수사 중이다. CCTV 영상도 경찰에 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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