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강의 대세는 `고양이`..실제 임상에 도움은 `글쎄`

영남수의컨퍼런스 강의 중 40%가 고양이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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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임상’이 소동물 수의학 학회, 세미나, 컨퍼런스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난 11~12일(토~일) 이틀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6회 영남수의컨퍼런스의 전체 강의 중 40%가 고양이를 주제로 진행됐다.

301호 강의실에서는 ‘고양이 GI Dz’를 주제로 이틀 동안 고양이 소화기 관련 강의만 6개가 진행됐다.

안과 강의를 맡은 정만복 수의사(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강의 주제를 ‘증례로 풀어보는 고양이 안과이야기’로 잡아 2시간 이상 강의했다.

행동학 섹션의 4개의 강의 중 2개의 강의를 맡은 김선아 수의사(해마루케어센터)역시 ‘첫 내원한 아기냥이의 가족들을 사로 잡을 필수교육 5가지’, ‘고양이가동물병원을 즐기게 할 팁 5가지’ 등 2개 강의를 모두 고양이에 대해 강의했다.

영양학 강의를 맡은 박형준 수의사(진주 랑스동물병원) 또한 ‘임상가를 위한 고양이 영양학, 고양이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건강할까?’를 주제로 강의했으며, 박자실 수의사(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도 ‘고양이 친화병원’을 주제로 강의했다.

영남컨퍼런스 이틀간 진행된 33개 강의 중 13개가 고양이를 주제로 진행된 것이다.

심장질환, 골절 수술, 종양, 초음파 검사 등 일반적인 주제로 진행된 강의에서도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을 설명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영남컨퍼런스 대부분의 강의가 고양이를 다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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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영남수의컨퍼런스 강의일정표

고양이 임상은 지난 2013년부터 수의학 학회·세미나에서 본격적으로 관심받기 시작했다.

2013년 추계 임상수의학회가 ‘고양이 임상의학’을 주제로 개최됐으며, 한국수의심장학연구회 역시 2013년 추계세미나를 ‘고양이 HCM’을 주제로 개최했다. 서울시수의사회 역시 ‘성공적인 고양이 진료를 위한 임상세미나’를 주제로 연수교육을 진행했으며,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역시 2013년 3월 31일에 첫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컨퍼런스의 경우 올해 3월 29일 제4회 컨퍼런스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참가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양적 성장을 이어오고 있고, 고양이 백신 프로토콜 표준화를 위한 패널토의를 개최하는 등 질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회원은 1,000명을 넘어섰다.

고양이 임상이 대세인 것은 웨비나(웹세미나, Webina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26일 ‘고양이 통증관리’를 주제로 개최된 로얄캐닌코리아 4차 웨비나는 서버가 폭주될 정도로 많은 수의사가 접속했으며, 5월 14일(목) 개최되는 로얄캐닌코리아 5차 웨비나 주제 역시 고양이다.

5월 14일 로얄캐닌 5차 웨비나는 ‘고양이 만성 신장질환의 영양학적 관리’를 주제로 마사 캐넌 수의사가 강사로 나선다.

고양이친화동물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100% 고양이 진료만 보는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가 2013년 부산에 개원했으며, 울산 이승진동물의료센터 내에도 마이캣클리닉이 별도로 운영 중이다. 서울에도 백산동물병원을 비롯하여 고양이전문, 고양이친화 동물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는 최근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 고양이친화병원(Cat Friendly Clinic) 골드레벨을 획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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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개최된 한국고양이수의사회 4차 컨퍼런스

고양이 환자 매출은 개 환자의 70% 수준…고양이가 실제 임상에 도움 주기 위해서는 갈 길 멀어

한편, 고양이 임상이 수의학의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고양이 환자가 실제 동물병원 경영에 도움을 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동물병원협회 KOL 미팅과 올해 3월 서울시수의사회 경영활성화위원회에서 강의한 심훈섭 PNV 대표에 따르면, 동물병원 전체 환자 중 고양이 환자의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개 77.5%, 기타 7.6%). 이는 2012년 14.0%, 2013년 15.1%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수치다.

또한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비율이나, 한 번 방문 시 발생하는 매출 역시 개에 비해 적었다.

pnv_dog vs cat_2014

개 환자가 동물병원을 1년에 4.8회 방문하는 데 비해 고양이 환자는 3.2회 방문으로 개보다 동물병원을 적게 방문했다. 또한, 환자가 한 번 동물병원을 방문했을 때 발생시키는 매출(객단가) 역시 개를 100으로 기준 잡았을 때 고양이는 70% 수준에 머물렀다.

고양이 환자의 내원 횟수나 객단가는 동물병원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였지만, 모든 규모에서 개 환자 보다 30% 정도 낮았다.

고양이친화병원의 관계자는 “고양이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수의사들의 고양이 임상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고양이 보호자들은 아직까지 개 보호자만큼 수의사를 신뢰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늘어나는 고양이 숫자와 고양이에 대한 수의학 발전에 발맞춰 고양이 환자·보호자들을 동물병원에 많이 방문시키기 위한 노력(신뢰회복, 고양이친화환경 만들기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4년 기준으로 1,034만 마리의 개와 995만 마리의 고양이가 사육되고 있다. 반려견은 2011년을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숫자가 감소하는 데 반해, 반려묘는 증가하고 있다. 개가 2010년에 비해 12.8% 감소하는 동안 고양이는 3.6%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15년 내로 고양이 사육두수가 개의 사육두수를 넘어선다.

미국의 경우에는 전체 가구의 68%에 달하는 8,25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애완동물산업협회, 2013년). 이는 협회가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88년에는 56%인 것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개는 5,670만 가구에서 8,330만 마리, 고양이는 4,530만 가구에서 9,560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이가 개보다 전체 사육두수도 많고, 한 가구에서 두 마리 이상 기르는 비율도 높았다.

우리나라 역시 개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고양이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검역본부 발표에 따르면 개는 2010년 460만 마리에서 2012년 439만 마리로 줄어들었지만, 고양이는 2010년 63만 마리에서 2012년 116만 마리로 늘어났다.

반려묘 수가 늘어나고, 수의학 학회에서도 고양이 임상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고양이 환자가 실제 임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의사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의학 강의 대세는 `고양이`..실제 임상에 도움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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