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럽은 중성화한 반려견이 적을까? 무조건 하는 OHE? 고민 필요하다

버박코리아,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서 WSAVA 번식관리 가이드라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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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차까지 기초 예방접종 후 교배·출산 계획이 없으면 중성화수술. 일선 동물병원에서 흔하게 이뤄지는 과정이다.

중성화수술 방법은 수컷은 고환제거, 암컷은 난소자궁절제술(OHE)이 주로 선택된다. 이렇게 루틴하게 진행되는 중성화수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발표되는 중성화수술 관련 연구들과 얼마 전 공개된 WSAVA 가이드라인은 모두 ‘일상적인(routine) 중성화 수술이라는 전통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버박코리아가 29일(일) 2024년 추계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 현장에서 ‘개와 고양이의 번식관리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런치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VIP동물의료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조윤주 소장(사진, 수의사)이 연자로 나서 올해 발표된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의 번식 관리 가이드라인(WSAVA guidelines for the control of reproduction in dogs and cats)을 소개했다.

조 소장은 이달 초 열린 2024년 제49차 세계소동물수의사대회(2024 WSAVA Congress)의 ‘소동물 생식 관리 세미나 특별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든 WSAVA 번식관리 위원회(Reproduction Control Committee)의 Kurt de Cramer 박사를 직접 만나 반려동물의 생식·번식 관리를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Kurt de Cramer 박사는 WSAVA 콩그레스에서 “전통적으로 중성화가 반려동물 관리의 최선책으로 여겨졌던 관점을 재고하고, 특히 책임감 있는 보호자의 경우 중성화수술에 수의사가 개입하지 않는 게 오히려 적절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조윤주

“우리 아이, 중성화수술 꼭 해야 하나요?” 수의사들이 많이 듣는 질문이다.

전통적으로 수의사들은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반려동물에게 생길 수 있는 자궁축농증, 유선종양, 전립샘비대증, 고환종양 등의 발생 가능성을 설명하고, 조금 더 빠른 시기에 중성화할수록 관련 질병 발생확률이 낮아짐을 소개한다. 또한, 중성화수술이 공격성 등 행동문제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최근 중성화수술의 부작용을 소개하는 논문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2000년 연간 34건 발표됐던 반려견의 중성화 관련 논문은 2023년 연간 178건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상당수 논문이 중성화수술의 부작용을 다루고 있다.

비만세포종, 골육종 등 종양과 관절질환 등 다양한 질병이 중성화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부작용의 유력한 원인으로 ‘황체형성호르몬(LH)의 과분비’가 꼽힌다.

중성화수술로 생식샘이 제거되면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네거티브 피드백이 작동하지 않게 되고, 뇌하수체에서 FSH, LH가 점점 더 많이 분비된다. 연구에 따르면, 중성화한 개체에서 LH가 30배 이상 분비될 수 있다. 문제는 LH 수용체가 생식기뿐만 아니라 몸 여기저기에 존재한다는 점이다(LH receptors in non-reproductive tissues). 과분비된 LH가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주면서 종양이나 관절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두려움으로 인한 공격성도 오히려 중성화수술 이후에 변하지 않거나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LH 수용체가 해마 등 뇌의 변연계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왜 중성화수술을 했는데 아직도 공격성을 보이죠?”라는 질문도 이런 경우로 추정된다.

WSAVA 번식관리 가이드라인은 수많은 사진과 함께 다양한 중성화수술 방법과 비수술적 중성화 옵션을 상세히 소개하며, 각 방법에 따른 건강상의 장단점을 폭넓게 조명한다. 무려 136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암컷 자궁에 문제가 없다면 난소자궁절제술(OHE)보다 난소절제술(OE)이 권장된다. 훨씬 빠르고 잠재적인 합병증이 적기 때문이다.

‘짧은 절개창 길이가 수의사의 수술 실력’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절개를 조금 하려다 자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거나 남은 조직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난소 제거만으로도 자궁축농증 등 주요 자궁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봉합사보다 에너지디바이스를 이용하는 것이 수술 시간을 줄이고 출혈 방지에도 도움이 되며, 복강경으로 난소만 적출하는 게 암컷 개 중성화수술에서 가장 권장되는 방법이라는 게 가이드라인의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이외에도 고양이의 auto-ligation, 수컷의 정관절제술, 암컷의 자궁절제술, 수컷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추천되는 부고환제거 등 다양한 수술 방법의 장단점이 소개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임플란트도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GnRH 작용제인 데스로레린(Deslorelin)을 개·고양이에 피하주사하면 번식 억제 효과가 6개월에서 12개월간 지속된다. 계속해서 GnRH가 분비되기 때문에 더 이상 뇌하수체가 반응하지 않게 되고 호르몬을 생성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정식 출시된 데스로레린 제품은 버박코리아의 동물용 임플란트 피임약 슈프레로린®(Suprelorin) 이식제가 있다.

슈프레로린 같은 임플란트(이식제)는 중성화수술 부작용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LH 과발현이 없다는 점이 매우 큰 장점이다.

로마의 길거리. 중성화하지 않은 개와 보호자 몸에 있는 배변봉투가 눈에 띈다.

가역성도 큰 특징이다.

슈프레로린은 한 번 피하주사하면 6개월까지 피임 효과를 보인다. 6개월간 유효성분이 서서히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후 반년여를 기다리면 성호르몬 분비가 정상화되면서 번식이 다시 가능해진다.

교배를 다시 시키고 싶을 때는 이러한 가역성이 큰 장점이 되지만, 피임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반복 투여가 필요하다.

조윤주 소장은 “반려동물의 멀쩡한 고환이나 난소·자궁을 제거하는 데에 거부감을 갖는 보호자들이 있다”며 슈프레로린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관행처럼 일상적으로(routinely) 중성화수술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다르다. 임플란트를 통해 중성화수술 없이 반려동물의 번식을 예방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에 가면 고환이 달린 개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 중성화수술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도 반려견의 품종에 따라 중성화수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술 시점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컷 도베르만 핀셔와 암컷 골든리트리버는 오히려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추천된다.

WSAVA 번식관리 가이드라인에 나온 암컷·수컷의 번식관리 방법 비교표

WSAVA 가이드라인은 수의사로서 ‘특정 시기 됐을 때 생식샘을 적출하는 관행’을 넘어 더 많은 번식관리 선택권을 보호자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게 보호자의 책임감이다.

WSAVA 가이드라인은 반려동물과 보호소의 유기동물, 길거리 동물을 구분해서 번식관리 방법을 다르게 추천한다. 반려동물은 책임감 있는 보호자(RPO, Responsible Pet Owner)와 그렇지 않은 보호자(No RPO)로 구분하는데, 책임감 있는 반려견 보호자에게는 오히려 수의사가 관여하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No intervention).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반려견을 잘 보살피는 보호자는 중성화수술(생식샘 제거)에 대한 거부감이 더 강할 수 있고, 중성화를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생식기 관련 질환과 정기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반면, 백신접종과 정기건강검진을 거의 해주지 않는 보호자(책임감이 없는 보호자)라면 중성화수술이 나은 옵션이 될 수 있다. 현재 각 지자체가 시행하는 ‘마당개 중성화수술 사업’이 대표적이다.

조윤주 소장은 “보호자의 책임감과 반려동물의 상황과 상태를 고려해 생식샘을 제거하는 수술, 호르몬을 유지하는 수술, GnRH 임플란트 등 다양한 옵션을 설명하고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컨설턴트가 수의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WSAVA 번식관리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런천세미나를 개최한 버박코리아는 수의사를 대상으로 ‘반려견 선택적 피임제’ 슈프레로린 샘플 신청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일선 동물병원에서는 상단의 QR코드 또는 신청 링크를 통해 슈프레로린 샘플을 신청할 수 있다.

왜 유럽은 중성화한 반려견이 적을까? 무조건 하는 OHE? 고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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