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진비용이 비싸면 보호자가 떠나갈까?:아이엠디티 데이터랩

등록 : 2022.05.26 08:38:26   수정 : 2022.05.27 11:23:52 데일리벳 관리자

EMR 데이터 분석 : 초진비용이 비싸면 보호자는 떠나갈까? : 아이엠디티 데이터랩

1년차 수의사였던 당시 다른 동물병원에 있는 동기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동기가 있는 병원에서는 피부 진료와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초진 케이스가 내원하는 경우, 보호자에게 청구되는 총비용이 10만 원이 넘지 않도록 하는 내부 방침이 있다는 것이었죠. 아마도 해당 병원의 원장님은 ‘초진 청구비용이 두 자릿수(10만 원)를 넘어가면 비용부담이 큰 병원으로 인식해 재내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신 듯했습니다.

나중에 슬쩍 여쭤보니, 필자가 근무하던 병원 원장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비용부담이 큰 병원으로 인식되느냐 여부는 초진 청구비용이 몇 자릿수냐로 단순히 결정되지 않으니, 네가 진료한 만큼 자신 있게 청구하라는 입장이셨죠. 당시엔 진료업무에 필요한 술기와 지식을 익히기에도 벅찬 상황이라, ‘내가 청구하는 진료비용을 보호자가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해 수의사마다 다양한 생각이 있구나! 정도로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경영적인 관점에서 보면, 재내원률은 한 사람의 보호자를 유치했을 때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초진이 성공적이었는지-의료진과 보호자가 충분한 신뢰를 형성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정말로 초진 청구비용은 재내원률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까요? 만약 실제 데이터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어 원내 방침을 수립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데이터 기반 경영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차트는 답을 알고 있다. 스스로 말해줄 수 없을 뿐

EMR 기반 데이터 분석에 동의한 벳아너스 회원 동물병원 A의 자료로부터 이 문제의 해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초진 청구비용의 액수가 보호자의 재방문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두 가지 방식으로 추출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재방문한 보호자와 그렇지 않은 보호자를 나누어 두 그룹 간 초진 청구비용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고, 둘째는 초진 시 청구비용이 10만 원을 넘었던 보호자와 그렇지 않은 보호자를 추출해 재방문율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검증하는 것입니다(동물병원 경영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 관측수 및 연산과정에서 산출된 일부 통계량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1. 우선 A 동물병원의 전체적인 초진 청구비용 분포부터 살펴보겠습니다(여기서 X축은 원내 초진비용의 절댓값이 아니라 자연로그를 취한 값으로, 로그변환을 통해 정규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 초진 후 재방문한 보호자와 이탈한 보호자를 나누어 초진 청구비용 관련 통계를 산출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두 청구비용의 차이는 1만 원 이내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인지 살펴보기 위해 통계적 검정(t-양측검정)을 수행한 결과 t-통계량은 0.863, p-value는 0.388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3. 초진 시 청구비용이 10만 원 이상이었던 보호자와 미만이었던 보호자의 재방문율 통계를 산출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인지 살펴보기 위해 마찬가지로 통계적 검정(카이제곱 검정)을 수행한 결과 카이제곱 통계량은 0.023, p-value는 0.878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어느 관점에서 보더라도 A 병원 내 ‘초진 청구비용의 자릿수(10만 원)’는 통계적으로 재방문율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초진 청구비용을 상황별로 나누어보아도 재방문율과는 무관할까

잠깐, 이 결과를 알게 된 A 동물병원 원장님은 곧바로 페이닥터 수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초진 청구비용과 재방문율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얼마든지 청구해라!”라고 자신 있게 말해도 될까요? 이 분석결과에는 ‘동물병원에 처음으로 내원하게 되면 보호자는 어느 누구에게나 비슷한 액수가 청구되리라고 기대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같은 초진환자라도 어떤 케이스는 단지 피부를 가려워하는 정도로 가벼운 증상일 수 있고 어떤 케이스는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실려 온 위중증일 수 있습니다. 케이스의 중증도에 따라 보호자가 ‘이 정도 진료비가 청구되겠지’ 하고 예상하는 액수는 달라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기대 초진 청구액은 동물병원의 규모나 초진을 본 수의사가 누구냐에 따라, 심지어 내원 전 보호자가 들었던 병원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ex. “그 병원이 비싸긴 하지만 잘한다던데”)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초진 청구비용의 절대적인 액수뿐만 아니라 초진 당시의 상황도 청구비용과 결부되어 보호자의 재방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죠.

물론 보호자의 초진 청구비용 기대액수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생각되는 모든 요소를 EMR 데이터만으로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으로 분석범위를 좁혀 살펴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증상의 종류에 따라서 데이터를 나누어보면 초진 청구비용과 재방문율 사이 관계에 차이가 있었을까요?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초진을 어떤 수의사가 응대했느냐에 따라 데이터를 나누어보면 초진 청구비용과 재방문율 사이 관계에 차이가 발생할까요?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와 같이 내원 케이스의 종류나 초진을 응대한 수의사별로 구분해서 분석하더라도, ‘초진 청구비용의 자릿수’가 재방문율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단, 진료수의사의 경력이 원내에서 상대적으로 짧을 때 초진 청구비용이 낮으면 재방문율이 5%p 이상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단일 병원의 데이터로 산출된 결과이므로 섣불리 일반화할 수 없으나, 수의사의 진료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 보호자가 재방문을 고려할 때 청구비용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10만 원이 아니라면, 보호자는 얼마부터 비용부담을 느끼는 걸까

전체적으로 볼 때 초진 청구비용이 10만 원 이상인지 미만인지는 (적어도 A 동물병원에서는) 재방문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초진 청구비용은 무한히 높아져도 되는 걸까요? 보호자가 비용부담을 느끼는 비용의 ‘선’이 분명 어딘가에는 그어져 있을 텐데, A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비용부담의 체감 상한선은 어디쯤 형성되어 있을까요?

현재까지의 분석상 초진 청구비용의 기준이 되었던 금액(10만 원)을 변화시켜가며 보호자 그룹별로 재방문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초진 청구비용이 얼마냐와 무관하게 보호자 그룹 간 재방문율은 4%p 이내의 편차를 보입니다. 또한, 5만 원 이상에서 모든 기준가에 대해 통계적 검정(카이제곱 검정)을 수행하더라도 재방문율에 유의한 차이를 보인 구간은 없었습니다.

다만, 청구비용 기준이 20만원일 때 기준가 이상을 청구받은 보호자 그룹의 재방문율이 최저점으로 하락하고 p-value 역시 통계적 유의점 가까이 (0.055) 도달하며, 이후 다시 상승해 60~70만 원 사이에서 기준가 미만 청구그룹과의 격차가 없어집니다.

반대로 청구비용이 5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 기준가 미만을 청구받은 보호자 그룹의 재방문율이 최저점으로 하락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나타나는 재방문율 차이는 매우 낮은 청구비용이 재방문 의사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진료비에 부담을 호소하는 보호자를 응대하게 되면 수의사 역시 최소한의 진료를 수행하게 되어 나타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임의의 보호자가 내원했을 때 느낀 비용부담이 재방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초진 청구비용은 20만원 선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2만 원을 할인하더라도 초진비용이 11만 원일 때 2만 원을 할인해 9만 원을 청구하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이나, 21만 원일 때 2만 원을 할인해 19만 원을 청구하는 것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죠.

모든 동물병원이 A 병원과 똑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이 분석결과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다른 동물병원에서도 유의미하게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적재된 EMR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하다면, A 동물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이러한 지표를 산출해 진료와 경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엠디티 데이터랩(iamdt d.LAB)은 벳아너스 얼라이언스의 EMR 데이터와 각종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병원 경영과 반려동물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문의 hyde@ia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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