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국서 약 받았지만‥` 전신으로 피부병 번진 반려견

동물병원 피부약 폭리 주장한 약사회, 정작 약국서 약 받은 반려견은 전신 피부병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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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약국에서 조제한 약을 2개월여간 먹였지만 피부병이 전신으로 번져 괴사까지 일어난 반려견의 사연이 본지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에 접수됐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이 지난달 30일 동물병원이 피부약(세레스톤G) 판매에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동물약국에서 피부병을 앓던 반려견에게 판매한 약은 효과도 없었고 저렴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개, 고양이가 아닌 보호자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 김대업 회장의 주장인데, 최소한 동물약국의 약 판매가 반려견을 위한 일은 아니었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전신으로 심한 피부병이 번진 13년령 말티즈 '봄이(가명)' 동물약국을 통해 두 달간 약을 투약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전신으로 심한 피부병이 번진 13년령 말티즈 ‘봄이(가명)’
동물약국을 통해 두 달간 약을 투약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동물약국 한 달 약값으로 7만5천원 썼는데..두 달 동안 전신으로 심해진 피부병

지난달 25일 경기도 부천의 동물병원에 내원한 13년령 말티즈 ‘봄이(가명)’의 피부병은 심각했다.

전신에 심한 발적을 동반한 피부염이 퍼진 데다가 괴사성 병변도 곳곳에 자리했다. 피와 고름이 섞인 병변부에서는 다량의 세균과 함께 심한 모낭충증도 확인됐다.

피부병이 이토록 심해지기까지 보호자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찾아간 곳이 동물병원이 아닌 동물약국이었다.

‘봄이’를 진료한 동물병원의 A원장은 “봄이가 동물약국에서 조제한 약을 두 달여간 먹었지만, 내원 전 날까지 투약해도 차도가 없었다고 한다”며 “(동물약국에서) 경구제와 바르는 약으로 한 달 약값만 7만 5천원이었다는데, 도대체 무슨 약을 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원장은 “봄이의 털을 깎았는데 피부병이 너무 심한 것을 보고 보호자도 놀라고 미안해 했다”며 “제대로 검사해 진단하지 않고 약을 쓰니 결과가 좋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1일 다시 연락이 닿은 A원장은 “다행히 어제(3/31)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내원하면서 피부병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모낭충증이 심하다 보니 완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동물약국 부작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보호자가 동물약국에서 약을 사서 자가진료하다가 문제가 심각해진 이후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A원장은 “최근에도 자궁축농증인 줄 모르고 동물약국에서 약을 먹이다가 뒤늦게 내원했던 위험한 케이스도 있었다”고 말했다. 봄이의 보호자가 찾아갔던 약국과 같은 약국이었다.

 

약사회 ‘정부는 동물 말고 보호자 위한 정책 펴라’..동물건강보다 보호자 지갑 우선

피부병 악화시킨 동물약국 약 판매는 결국 동물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현장 상황은 이런데 약사회의 주장은 영 딴판이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3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물병원의 폭리가 너무 심하다. 약국에서 3천원하는 30g짜리 세레스톤G연고를 3g 소분해 3만원에 팔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약국에서 반려견에게 싼값에 연고를 팔면 저렴하게 피부병을 낫게 할 수 있음에도 동물병원이 비싸게 받는 것이 문제라는 식의 주장이다.

하지만, ‘봄이’의 사례만 봐도 현실은 다르다. ‘봄이’의 보호자가 동물약국에 지불한 약값은 낭비를 넘어 ‘봄이’를 괴롭히는데 쓰인 꼴이 됐다.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약값도 동물병원 폭리를 주장하기엔 그다지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

동물약국을 통해 자가진료하다 피부병이 심해진 케이스는 ‘봄이’만의 문제도 아니다.

2017년 본지 자가진료 부작용 신고센터에 접수된 ‘비비(가명)’도 약국을 통해 스테로이드 성분을 과다 투약하다가 면역이 저하됐고, 광범위한 모낭충증으로 악화됐다. 공교롭게도 ‘비비’의 품종도 말티즈였다(본지 2017년 7월 11일자 ‘약국서 산 스테로이드 폭탄에 전신으로 퍼진 반려견 피부병’).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농림부는 개와 고양이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개,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를 위한 정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제대로 된 검사와 진단 없이 약국에서 판매된 약은 ‘봄이’와 ‘비비’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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