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영향력 큰 수의사 소견서·확인서 `쉽게 작성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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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자기가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하지 않고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한다(수의사법 제12조). 이를 어길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증명서는 출산 증명서, 사산 증명서, 예방접종 증명서를 뜻한다. 

하지만 이외의 단순한 소견서 또는 확인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의사는 보호자의 요청에 의해 소견서·확인서를 작성할 경우 신중해야 한다.

반려동물 보호자 A씨는 2014년 4월 자신의 개 2마리에 목줄이나 재갈 등의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산책을 했다. 그런데, 피해자 B씨가 “두 마리 개 중 한 마리가 자신의 우측 다리를 물어 우측 대퇴부의 2곳의 개방창상이 생겼다”며 A씨를 고발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과실로 인해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과실치상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판단에는 ‘강아지가 자신을 물었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사진상으로 봤을 때 강아지에게 물린 상처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현재 상태는 아물어서 잘 보이지는 않음)’이라는 내용의 수의사 C씨의 소견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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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C씨는 피해자 B씨의 어머니로부터 피해자의 상해부위 사진을 제시받은 후 위 상해부위가 강아지에게 물린 상처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소견서’를 작성해 줬다. 소견서에는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상태는 아물어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는 조심스러운 내용이 담겼으나 그 영향력은 막강했다.

A씨는 ‘목줄을 하지 않은 단순 과실(동물보호법 제 13조 위반,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을 범하긴 했으나, 자신의 강아지가 피해자를 물지 않았다고 주장, 결국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한 수의과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개의 의한 교상시 견치(송곳니)에 의한 피부의 손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점을 감안했을 때, 피해자의 손상점의 간격이 이 사건 강아지의 상악, 하악 견치 사이 간격보다 짧아 이 사건 강아지에 의한 교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감정인은 “피해 부위가 지면으로부터 높고 돌출부위가 아니라 소형견인 이 사건 강아지가 물었다면 점프를 해서 강한 힘으로 물었을 가능성이 크고 이런 경우 개교흔은 상하악 이빨이 대칭적으로 여러 개가 나면서 출혈이 많은 확룔이 높다. 따라서 피해자의 상처가 이 사건 강아지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소견서를 작성한 수의사 C씨도 법정에 나왔다. 수의사 C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상해부위가 강아지에 물린 상처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도 진술했다.

결국, 정식 재판에서는 1심, 2심 모두 ‘무죄’ 판결이 선고됐다.

수의사 C씨는 개의 의한 교상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지만, 병원을 직접 방문해 확인서 작성을 요구한 피해자 어머니의 강력한 요청 때문에 소견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맡은 김민주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수의사는 동물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볍게 써 준 소견서도 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의사분들이 전문가로서 확인서와 소견서를 쓸 때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히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적 영향력 큰 수의사 소견서·확인서 `쉽게 작성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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