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했던 꿈의 길, 그 위의 첫 걸음 [2부]

2026 실습후기 공모전 [대상] 전남대 우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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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실습후기 공모전 [대상] 전남대 우도휘

1부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웨스트벳 전경

WestVETS에서의 실습은 저에게 “번식 시즌의 말 병원은 이렇게 움직이는구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준 경험이었습니다.

평소에도 말 임상, 특히 번식과 산과, 그리고 현장 진료에 대해 막연한 관심은 있었지만, 실제로 그 흐름 안에 들어가 하루를 함께 보내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바쁘고 치밀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웨스트벳 번식 시즌 일과

첫날 병원에 도착해 내부를 간단히 둘러보며 전체적인 소개를 받았습니다. Marburg 지점은 소동물과 말을 함께 진료하는 곳이었는데, 실습생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볼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저는 망설이지 않고 말 진료 파트에 남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더 배우고 싶은 분야를 분명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웨스트벳에서 실습을 하며 가장 먼저 실감한 것은, 10월부터 2월까지의 번식 시즌이 병원을 완전히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하루는 보통 아침 6시에 시작되었고, 평일은 저녁 7시쯤이 되어야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말은 이보다는 조금 이른 오후 2시나 3시쯤 끝나는 편이었지만, 그 역시 결코 한가한 일정은 아니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암말들의 난소 상태를 확인하고, 인공수정 시기를 맞추고, 착상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번식 시즌의 병원은 정말 하루를 온전히 계절에 맞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번식진료

저는 실습생으로서 단순히 옆에서 보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여러 일들을 함께 맡았습니다.

보정틀이 있는 진료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자궁 세척(uterine lavage)이나 자궁내 처치가 필요한 말이 들어오기 전에 외음부를 세척하고 꼬리를 옆 기둥에 고정하는 준비를 하기도 했습니다. 진료가 끝난 뒤에는 옥시토신이 필요한 말에게 IV나 IM으로 약물을 투여하기도 했고, 필요한 소모품들을 채워 넣거나 정리하는 일도 자주 맡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보조 업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 준비와 마무리가 잘 이루어져야 진료의 흐름이 훨씬 매끄럽게 이어진다는 점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보정틀

중간중간 시간이 날 때면 초음파 화면을 옆에서 함께 보며 질문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번식 병원에서는 초음파가 거의 일상의 언어처럼 사용됐습니다. 수의사 선생님들은 밀려 들어오는 환자들의 초음파 검사를 기계적으로,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진행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책 속의 정지된 이미지로만 초음파를 익혀왔는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같은 구조도 훨씬더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께서 바쁜 와중에도 초음파 화면을 보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저에게는 정말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초음파 화면

보통 오전 10시쯤이 되면 저는 프랭크 선생님과 함께 외부진료 차량을 타고 주변 마을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병원 안에서는 다른 수의사 선생님들이 계속 번식·산과 진료를 이어가고, 저는 프랭크 선생님 한 분과 둘이서 따로 움직이며 현장 진료를 다녔습니다.

이 일정이 개인적으로는 특히 흥미로웠는데, 병원 안의 전문적인 번식 진료와는 또 전혀 다른 결의 임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방문진료에서는 말만 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컷 말의 중성화수술, 당나귀의 중성화수술, 양의 bottle jaw, 소의 pink eye disease, 헨드라 백신 접종 등 다양한 축종의 케이스를 짧은 시간 안에 연달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병원에서 출발했지만, 하루 동안 만나는 동물의 종류와 질환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현장 수의사의 하루는 교과서 한 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컷 말 중성화(왼쪽) 소 핑크아이(오른쪽) 

무엇보다 프랭크 선생님과 외부진료를 다니며 차 안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케이스에 대한 설명만 듣는 것이 아니라, 호주에서 수의사로 살아가는 삶, 말 수의사들의 현실, 그리고 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들까지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그런시간이 실습의 한 부분이자, 진로를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프랭크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신 한국의 한 말병원 원장님께서 학생 시절에 프랭크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신기하기도 했고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프랭크 선생님과 함께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케이스는 고령의 산통 환자에 대한 안락사였습니다. 그 말은 주인과 2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반려 말이었습니다. 진료 현장에는 가족들도 함께 나와 있었습니다. 저는 의학적으로는 안락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물을 보내는 보호자와 가족들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보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

수의학은 치료의 학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지막 순간을 가장 덜 고통스럽게 만들어주는 일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실습 첫 번째 주는 병원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번식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그리고 제가 어디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익히는 과정 자체가 공부였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주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선생님들께서 제가 직접 해볼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처음으로 직장 초음파를 통해 난소를 직접 관찰해보기도 했고, 자궁 내 염증성 fluid가 있는 말의 uterine lavage도 직접 해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보는 실습”에서 “손을 써보는 실습”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저에게는 더 특별하게 남아 있습니다.

직장 초음파

하루는 웨스트벳의 Anstead 지점에 수술 케이스가 있어 따로 방문했습니다. 평소 번식 중심으로 돌아가던 마버그 지점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외과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술은 말의 kissing spine 수술이었습니다. 저는 그 수술을 보며 정말“뼈를 다룬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조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은 골절단기(osteotome)를 이용해 척추의 일부를 정교하게 절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조각가가 돌을 다듬듯 정확하고 힘 있게 뼈를 다루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kissing spine 수술

같은 날에는 말 다리에 생긴 거대한 fibroblastic sarcoid를 제거하는 수술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sarcoid라는 질환명은 익숙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병변의 크기와 존재감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외과적 케이스들을 한 자리에서 연달아 보면서, 같은 말 임상 안에서도 번식과 외과는 또 전혀 다른 긴장감과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fibroblastic sarcoid 수술

그날 일정을 마치기 전에는 병원 선생님들을 도와 입원마의 기본 건강체크 차팅을 처음으로 해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체온, 맥박, 호흡 같은 기본적인 항목들을 기록하는 일이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입원마 상태를 가장 꾸준히 추적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입원마 차팅

웨스트벳에서의 실습은 번식 병원의 빠른 리듬, 현장 방문진료의 넓은 범위, 그리고 외과 지점에서의 인상적인 수술 케이스들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병원 안에서는 번식과 산과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병원 밖에서는 말뿐 아니라 여러 축종을 대상으로 한 진료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저는 단순히 참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손을 보태고 직접 해보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한국은 대부분의 말 임상이 경주마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처럼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말의 번식과 관련된 진료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은 저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웨스트벳 선생님들과

*   *   *   *

그 다음으로 방문한 병원은 ALL Horse Veterinary Service였습니다. 이 병원은 앞서 실습했던 번식중심 병원과 분위기가 꽤 달랐습니다. 응급·방문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었기 때문에, 말을 병원 안으로 들여서 진료하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 수의사들이 직접 현장으로 이동해 진료를 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의 공간도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말병원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사무실 안에 기본적인 장비와 약품들이 정리되어 있었고, 말이 들어와 진료를 받을 수있는 별도의 진료 공간은 따로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지만, 곧 이 병원의 진짜 진료실은 바깥 현장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ALL Horse Veterinary Service 전경

이 곳에서의 하루 일정은 보통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수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2인 1조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고, 총 3대의 차량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가 따로 진료를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대표원장인 Janine 선생님과 함께 다녔습니다.

한 병원에서 모두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 팀이 독립적으로 하루의 진료를 맡아 돌아 다니는 구조라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기동성과 대응 속도가 훨씬 더 중요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주에서는 과일박쥐가 매개하는 헨드라 바이러스(Hendra virus)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말들이 매년 한번씩 헨드라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말은 정기적으로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치아를 다듬는 정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병원에서는 이런 정기적인 치과 진료와 백신 접종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예방의학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었고, 외상이나 산통 같은 응급 케이스까지 함께 커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일과 안에는 아주 일상적인 예방 진료와 갑작스러운 응급 대응이 자연스럽게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이 점이야말로 ALL Horse Veterinary Service만의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진료는 말의 치과 수술이었습니다. 그 말은 EOTH,즉 Equine Odontoclastic Tooth Resorption and Hypercementosis라는 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로 인해 상악의 앞니 여섯 개를 모두 발치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술은 infraorbital nerve block을 시행한 뒤 진행되었습니다. 저도 그동안 여러 말병원에서 실습을 해왔지만, 이렇게 앞니를 한꺼번에 모두 발치하는 수술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앞니를 전부 제거한다는 사실 자체가 꽤크게 느껴졌지만, 선생님께서는 말은 앞니가 없어도 어금니를 이용해 충분히 먹이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아픈 치아를 그대로 두는 것보다 제거해주는 편이 건강에 더 낫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눈앞에서 보고 있는 수술이 단순한 발치가 아니라 말의 삶의 질을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라는 점이더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말 치과 수술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술 후의 회복 과정이었습니다. 수술이 끝난 지 10일 정도 지난 뒤 그 말의 잇몸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수술 당시에는 크게 벌어져 보이던 상처가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게 아물어 있었습니다.

발치 직후의 모습만 보았을 때는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는 매우 깨끗하게 치유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말의 회복력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수술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지를 함께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ALL Horse Veterinary Service에서의 실습은 말 임상이라고 해도 병원의 형태와 진료 방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고정된 병원 공간 없이도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예방 진료와 응급 진료를 함께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 안에서 저는 현장 중심 말 임상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있었습니다.

특히 치과 수술처럼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케이스와 그 이후의 회복 과정까지 함께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곳에서의 시간 역시 짧지만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all horse vet 선생님들과 함께

*   *   *   *

다음으로 향한 곳은 Advance Equine Vets였습니다. 이 병원 역시 현장에 직접 나가 말을 보는 방문진료의 비중이 큰 곳이었습니다.

하루는 보통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저녁 5시 즈음이면 마무리되는 편이었고, 비교적 일정한 리듬 안에서 하루가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진료의 내용은 결코 단조롭지 않았고, 오히려 하루 안에 매우 다양한 임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아침부터 점심시간 즈음까지는 병원 주변에 있는 말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병원 바로 근처에 있는 경주마들의 마방으로 이동해, 경주마들을 중심으로 보다 본격적인 정형외과적 평가와 처치가 진행되었습니다.

보행검사, 관절주사, 근골격계 손상 검사, PRP 주사 등 다양한 진료가 이어졌고, 저에게는 한국에서 관심 있게 보아왔던 경주마 임상을 호주 현장에서 다시 비교해볼수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병원 전경

저는 한국에서도 이미 경마장 병원에서 실습을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과 호주의 환경을 비교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은 경마장 안에 수십 개의 마방이 일렬로 모여 있고, 말들의 출입 또한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편입니다. 반면 호주는 경마장 주변으로 일반 주택처럼 보이는 집들 사이사이에 마방들이 넓게 퍼져 있는 형태였고, 말들의 출입도 훨씬 더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같은 경주마를 관리한다고 해도, 말을 둘러싼 공간의 구조와 분위기 자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차이가 결국 말의 생활 방식이나 관리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주의 마방 환경

오후의 경주마 진료는 특히 빠르고 밀도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말의 보행을 평가한 뒤 필요한 경우 관절 주사를 시행하거나, 근골격계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추가적인 처치를 이어가는 흐름이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평소에는 각각의 처치를 따로 배워왔다면, 이곳에서는 그것들이 실제 임상 안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경주마 진료라고 해도 단순히 한 부위만 보는것이 아니라, 말의 움직임 전체를 보고 그에 맞춰 판단하는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행 검사와 관절 주사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스는 sinusitis였습니다. 한국에서도 한 번쯤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질환 중 하나였는데, 실습 첫날 바로 만나게 되어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그 말은 2주 전에 이미 sinusitis로 수술을 받았던 환자였는데, 이후 염증이 다시 재발하여 추가적인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접근 부위를 만들고 세척을 진행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책이나 사진으로만 접하던 부비동 질환을 실제 말에서, 그것도 수술 후 재발 케이스로 보게 되니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sinusitis 케이스

개인적으로는 무척 감사하고도 특별했던 경험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수컷 말의 중성화 수술을제 손으로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수의대에 다니면서 늘 언젠가는 꼭 제 손으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술기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실제 실습 현장에서 그 기회를 얻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긴장도 많이 되었지만, 동시에 아주 집중해서 한 단계씩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더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봤다”는 경험이 아니라, 실제로 제 손을 써서 하나의 수술을 해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직접 해본 수컷 말 중성화 수술
Advance Equine Vets 선생님들과 함께

다음으로 실습했던 곳은 Manly Road 24h Veterinary Hospital이었습니다. 이곳은 소동물과 말을 함께 진료하는 mixed practice였고, 브리즈번에서는 꽤 큰 규모의 24시간 병원이라고 들었습니다.

병원 이름만 들었을 때는 말 진료의 비중도 꽤 클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최근 들어 말 진료 건수가 많이 줄어들어 대부분의 업무가 소동물 임상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말 수의사를 희망하고 있고 말임상을 가장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호주에서의 소동물 임상은 어떤 분위기 속에서 돌아가는 지, 문진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 또 수의사·테크니션·간호사들 사이의 팀워크는 어떻게 맞춰지는 지를 늘 한 번쯤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병원에서의 실습도 저에게 꽤 좋은 기회였습니다.

실제로 병원 안에 들어가 보니, 제가 궁금해하던 것들을 생각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가 들어오면 단순히 수의사 한 명이 진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접수부터 초진, 검사, 처치, 입원 관리까지 여러 직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보아오던 병원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던 점은, 테크니션들이 채혈이나 약물 주사 같은 업무까지 적극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수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진료와 진단, 그리고 처방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더 분명하게 나뉘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매끄럽게 협력하는 구조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병원 입원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내원하는 개들의 체형이었습니다. 물론 소형견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대형견의 비중이 훨씬 높게 느껴졌습니다. 20kg에서 30kg 정도 되는 개들이 아주 흔하게 병원에 들어오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구성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호주의 임상 환경을 체감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흥미로웠던 케이스를 하나 꼽자면, 마리화나(THC) 중독으로 입원한 달마시안이었습니다. 처음에 “마리화나 중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저도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의료용 대마 성분인 THC, 즉 tetrahydrocannabinol이 들어 있는 젤리를 강아지가 실수로 대량 섭취해 중독증상을 보이며 내원한 케이스였습니다. “이건 정말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사례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THC 중독 케이스

이 케이스는 단순히 흥미로운 사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결국 이 케이스를 주제로 정리하여 실습 마지막 날 병원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에서는 학생 실습생이 케이스 발표를 하는 일이 흔한 편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발표를 준비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선생님들께서 오히려 매우 좋아해주셨고, 앞으로 이 병원에 오는 실습생들에게도 이런 발표 경험이 교육적으로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가 본 케이스를 정리하고 제 언어로 다시 설명해보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도 큰 공부가 되었지만, 그 과정을 선생님들께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다는 점이 특히 감사하게 남았습니다.

THC 중독 케이스는 증례 발표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이 발표 경험은 다음 병원 실습을 준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 방문한 병원은 소동물만 전문적으로 보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 전에 Manly Road에서 여러 과를 돌며 소동물 임상의 흐름을 넓게 보고, 실제 케이스를 하나 잡아 정리해 발표까지 해본 경험이 좋은 연습이 되어 주었습니다.

말 임상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도, 소동물 병원 안에서의 체계적인 진료 흐름과 팀워크는 배울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Manly Road 선생님들과 함께

*   *   *   *

마지막으로 방문한 병원은 ARH(Animal Referral Hospital) Canberra입니다. 이곳은 캔버라 안에서도 규모가 큰 2차 병원 중 하나인데요, 저는 이 병원에서 김아영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재활팀에서 실습했습니다. 앞서 실습했던 말 병원들이 현장 중심의 방문진료나 번식, 외과 케이스를 많이 보여주었다면, 이곳은 조금 더 차분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환자를 평가하고 장기적인 치료 방향을 세워가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의미로 매우 흥미로운 실습이었습니다.

ARH Canberra

이 병원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간 진료합니다. 같은 재활팀 안에서도 요일에 따라 진료의 흐름이 조금씩 달랐는데, 특히 화요일에는 병원 안쪽 처치실에서 관절주사, epidural 주사, PRP 주사같은 치료와 처치가 중심이 됩니다. 반면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는 진료실 안에서 recheck, rehabilitation, 레이저 치료, 초음파 치료, 침 치료, shockwave 치료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팀 안에서도 어떤 날은 처치 중심으로, 어떤 날은 상담과 재활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침과 레이저를 활용한 재활 치료

특히 초진이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증상이 있는 부위만 빠르게 확인하는 식이 아니었습니다. 강아지의 상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절과 근육, 신경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확인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호자에게 현재 어디가 문제로 보이는지, 어떤 치료 옵션들이 있는지, 앞으로의 치료 계획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30분에서 40분 정도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상담했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단순히 “진단을 내린다”는 것보다, 보호자와 함께 앞으로의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 이 병원의 진료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체검사 장면

한국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X-ray나 혈액검사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왔는데, 이곳에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환자를 평가하고,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거쳐 치료를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렇게 30~40분 동안 진행되는 컨설팅만으로도 360 AUD(약 37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해서 꽤 놀랐습니다. CT나 MRI 역시 대략 300만 원에서 600만 원 정도로 비용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보호자들은 보험 덕분인지 비교적 망설이지 않고 진단과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의료비 구조와 반려동물 보험, 문화가 진료 환경 자체를 많이 바꾸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병원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보호자와의 소통을 아주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검사 결과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동물의 상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왜 이런 치료를 선택하는지, 앞으로 어떤 경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까지 길게 설명하고 함께 방향을 잡아가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병원에서 특히, 보호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진료와 치료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하는지를 깊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결국 좋은 진료라는 것은 단순히 술기나 지식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호자에게 이해시키고 함께 결정해 나가는 과정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병원에서도 역시나 케이스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제는 IVDD였는데,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따로 내어 발표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점이 저에게는 무척 감사하게 남아 있습니다.

실습생 입장에서는 그저 보고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지만, 그 경험을 다시 스스로 정리해 발표해보는 과정은 또 다른 차원의 공부가 되었습니다.

특히 재활팀 안에서 IVDD라는 주제를 다시 생각해보니, 단순히 수술이나 진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회복과 재활 과정까지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ARH Canberra 선생님들과 함께

*   *   *   *

앞서 소개한 여섯 곳의 병원을 돌며 정말 다양한 수의학적 임상 케이스를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번 실습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번식, 응급, 외과, 재활, 소동물 임상까지 각 병원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와 배움이 있었고, 그 안에서 저는 교과서나 영상으로만 접하던 수의학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습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성과를 하나 꼽으라고한다면, 그것은 단연 졸업 후 제 진로의 방향이 훨씬 또렷해졌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막연하게나마 호주에서 말 수의사로 일하는 모습을 꿈꿔왔습니다. 하지만 늘 그 꿈은 분명히 존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멀고 막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또 정말 그 길에 제가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습을 통해 그 막연함이 조금씩 구체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각 병원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삶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그분들이 들려주신 조언들을 통해 이제는 제가 어디를 바라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금 더 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실습을 마치며 여러 호주 선생님들께 들었던 “몇 년 안에 꼭 다시 만나자”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짧게 들으면 단순한 인사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말이 앞으로의 시간을 버티고 준비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큰 응원처럼 다가왔습니다.

지금의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 채워야 할것도 정말 많지만, 언젠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그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이번 실습 이후 더 분명해졌습니다. 아마 앞으로 제 진로를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힘들 때마다, 저는 그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될 것같습니다.

이번 실습이 가능했던 것은 결코 저 혼자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동안 늘 응원해주시고,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아주신 제 지도교수님이신 김동일 부학장님과 손영범 교수님, 국경없는수의사회의 김재영 대표님, 마리동물병원의 최은상 원장님, 그리고 노아동물병원의 양하영 원장님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큰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제가 받은 도움과 마음을 잊지 않고,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같은 응원과 기회를 돌려줄 수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번 실습은 그 길이 단순한 막연한 꿈이 아니라 정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실습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병원이나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매우 다양한 수의학적 임상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말의 번식과 산과, 응급 및 방문진료, 경주마 임상, 외과, 재활, 그리고 소동물 임상까지 폭넓게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병원마다 진료 방식과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도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해외 수의사들의 실제 근무환경과 진료 방식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케이스를 보는 것을 넘어, 보호자와의 소통 방식, 수의사와 테크니션 및 간호사의 역할 분담, 병원 시스템과 팀워크까지 함께 배울 수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실습은 제 진로를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해외 임상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조금 더 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몇 가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먼저 대부분의 말 병원이 외곽에 위치해 있어, 직접 운전을 할 수 있어야 병원에 다니기 훨씬 수월하다는 점입니다.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영어가 원활하지 않다면 실습 경험이 다소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느꼈습니다. 기본적인 케이스를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보호자와의 상담 내용이나 수의사들 사이의 의학적 대화, 세부적인 설명까지 충분히 이해하려면 영어 실력이 중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병원을 짧은 기간 안에 이동하며 실습하다 보니, 병원마다 다른 분위기와 시스템에 계속 적응해야 한다는 점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 역시 좋은 배움의 일부였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해외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실제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현실적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와는 다른 형태의 말 임상 시스템을 경험해보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실습이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경주마 중심의 임상을 접하게 되지만, 이번 실습에서는 번식, 산과, 응급, 방문진료, 재활 등 보다 다양한 말 임상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많은 케이스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호자와의 소통, 병원 시스템, 팀워크까지 함께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실제 임상은 의학적 지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협업과 소통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연했던 꿈의 길, 그 위의 첫 걸음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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