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침놓고 발명도 하는 `금손 수의사` 강무숙 원장을 만나다

한방전문 동물병원 ‘동물제중원 금손이’ 강무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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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 침을 맞는다. 이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문장이다. 주로 디스크, 마비, 신경질환, 피부 질환 등을 다룰 때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뇌 질환이나 행동·심리 문제까지 다룬다. 한방전문동물병원을 운영하며 20여 년간 현장에서 진료하는 수의사가 있다. 서초구에 위치한 ‘동물제중원 금손이’의 강무숙 원장을 데일리벳 학생 기자가 만나보았다.

충남대학교에서 강연하는 강무숙 원장
충남대학교에서 강연하는 강무숙 원장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동물제중원 금손이’ 동물병원 강무숙 원장입니다. 금손이는 반려동물에게 침 치료를 하는 병원이에요. 제가 침 치료를 한 지 벌써 1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개와 고양이가 침을 맞는 것을 생소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치료가 될 수 있는 한방수의학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설명해 드릴 기회가 될 것 같네요.

Q. 한방수의학을 접하게 된 계기와 본격적으로 한방수의학을 택하게  된 터닝포인트가 있나요? 한방치료를 하기로 결심하신 후 준비했던 과정들은 무엇인가요?

임상 3년 차에 우연히 남치주 전 서울대교수님이 쓰신 침구 책을 통해 한방수의학과 침 치료에 대해 접하였습니다. 그 후 후지 마비인 환자가 내원했을 때 책의 혈자리에 맞게 침을 놓았고, 그 아이가 일어나서 걷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한방수의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우연히 전통수의학회에서 수의사들을 위한 한방 강좌가 개설된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과정을 통해 한방수의학을 보다 이해하게 되면서, 환자들을 기존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고 관련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한방치료를 하면서, 부분을 치료하는 게 아닌 항상 전체의 발란스를 조절하는데 목표를 두는 점은 지금도 여러 복합질환을 앓는 환자를 보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점이 제가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전통수의학회 강의에서 기초를 배운 후, 한방에 관심 있는 수의사들끼리 선생님을 초빙하여 강의를 듣고 지식을 공유했습니다. 물론 독학은 필수였죠. 저는 운이 좋게도 중의학을 공부한 남편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건 준비한 과정은 아닙니다(웃음).

그 후 전문성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전북대학교에서 전통수의학을 전공으로 석사를 마치고 현재는 박사과정까지 수료하였습니다. 또한 IVAS(세계수의침구학회)나 아시아전통수의학회 등에 매년 참가, 발표를 하며 금손이의 다양한 치료 증례와 지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강무숙 원장 주최로 열린 수의대생 대상 한방수의학 세미나
강무숙 원장 주최로 열린 수의대생 대상 한방수의학 세미나

Q. 한방은 수의대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과목입니다. 관심 있는 학생들은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많은 학생이 한방수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관심에 비해 현재는 전북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두 학교에만 관련 과목이 개설되어 있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은 한방 교육에 대한 목마름을 표현합니다. 다른 8개 대학에도 어서 관련 과목이 개설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자면, 한방의 개념은 전체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서양의학을 이미 배운 우리에게 접목하면 아주 좋을 개념이죠. 이 개념을 이해하려면 가볍게 기본개념에 대해서 쓰여진 책을 먼저 읽어 워밍업을 해보기를 권합니다. 학생들이 읽기에 좋은 책으로는 <스마트동의보감>, <통속한의학원론>, <닮은꼴 영혼>, <동의에의 초대> 등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 한 발짝 한의학의 개념에 다가오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 저희 금손이 동물병원에서는 한방수의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위해 지난 여름방학을 시작으로 매년 “대학생을 위한 한방 수의학 강좌”를 오픈할 계획입니다. 여름방학 때는 본과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심화 강좌를, 겨울방학 때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 한방 수의학”을 개설할 예정이니 관심 있는 학생들은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IVSA 단체 방문
IVSA 단체 방문

Q. 한방수의학에 대한 보호자들의 시선은 어떤가요?

저희 병원에 방문해주시는 보호자들은 기본적으로 한방수의학을 사랑합니다! 아무래도 한방수의학의 치료법이 개개에 치중하기보다는 환자의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한방수의학의 최대장점으로 볼 수 있는 환자의 정서적인 건강상태까지 점검하는 상담을 받으신 후에는 그동안 아이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고 놀라시기도 하고, 아이들의 행동으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세요.

Q. 인간의 한방과 동물의 한방, 이것만큼은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3000년 전 <황제내경>을 중심으로 의학의 체계를 정립한 한의학과 한방수의학은 그 기본 이론이 비슷합니다. 생물(인간과 동물)은 개체로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서로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자연의 현상이 생체에도 똑같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인간과 동물은 포유동물이라는 면에서 아주 유사하지만, 각각의 생리작용이나 심리적인 상황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람은 땀의 유무가 질병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데, 많은 동물에서는 땀이 나지 않아요. 또한, 해부학적 골격의 구조도 현저하게 다릅니다.

오랜 시간 동물 진료를 동물들이 환경오염에 더 민감하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수많은 전쟁과 경쟁 등을 통해서 외부의 자극에 꽤 단련되었는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동물들보다 늦게 이상 증상이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동물에서는 인간의 한방진료보다 더 세심하게 진료를 보아야 합니다.

Q. 병원에 다양한 동물들이 방문하는데요,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의 여러 종은 모두 혈자리가 다른가요? 새로운 동물이 찾아오면 어떻게 진료를 시작하시나요?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 포유동물의 기본 골격은 비슷합니다. 그래서 아마 약 70% 정도는 혈자리가 비슷해요. 그러나, 약 30% 정도 다른 부분 때문에 그 부분에서 사람에게는 존재하는 게 개에서는 존재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그 예로 개는 꼬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대표적인 해열 자리인 미첨(꼬리 끝)자리가 있어요. 사람에게도 꼬리가 있나요(웃음)?

그리고 사람은 엄지발가락이 있죠?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두 경락이 지나갑니다. 간경과 비경이요. 하지만 대부분 개와 고양이는 엄지발가락이 퇴화하여 없습니다. 이런 해부학적 차이를 두고 각 동물별로 공부해야 합니다. 저희 병원에는 주로 개와 고양이가 많이 와요. 가끔 토끼가 오는데 다행히 혈자리가 많지 않아 침을 놓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강무숙 원장이 직접 발명한 슈퍼보드(강아지 보정 틀). 많은 동물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강무숙 원장이 직접 발명한 슈퍼보드(강아지 보정 틀). 많은 동물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Q. 강아지 보정틀과 가루약 정리기. 원장님이 직접 개발한 제품이라고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개발할 때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텐데, 그 수고를 감내하고도 계속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불편한 부분이 절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서 참을 수가 없어요(웃음). 그런 불편함을 없애는 일 자체가 저에게 아주 큰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바꿀지를 기분 좋게 상상하고 나면, 이걸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제가 즐거운 일에 제시간과 제 돈을 쓰는 것이니 사실 평범한 취미생활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든 물건을 이용하며 그 불편함을 해소하실 때에 다음엔 뭘 고칠까 하는 새로운 원동력이 됩니다.

강무숙 원장이 최근 새로 개발한 가루약 주입기
강무숙 원장이 최근 새로 개발한 가루약 주입기

Q. 원장님 강연을 듣고, 방문 견학을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테크니션 선생님들과 아주 돈독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제가 살면서 실현하고 싶은 가치는 ‘따뜻함’ 이고, 이를 통해 궁극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행복입니다. 행복이라는 낱말의 뜻은 “어느 순간 나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목표를 세워 그것을 이루었을 때도, 예쁘고 아담한 찻집에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맛있는 차를 마시는 소소한 것도 행복이죠. 거창한 게 아니고 그때그때 즐거운 것이 행복인 거죠. 그러면 나만 혼자 행복하고 내 주위는 불행한 것은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나뿐 아니라 내 주위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저희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더 나아가서는 저희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와 그 반려동물들의 행복을 바랍니다. 직원들과 보호자분들이 저라는 사람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마음만 그렇지 다른 복지가 아주 좋은 병원만큼의 대우를 못 해주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고맙게도 저희 직원들은 함께 ‘따뜻함’을 실천하고 서로의 행복을 바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에 보답하고자 저 또한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금손이만의 특별한 진료방식이 있나요?

저희는 한방 수의학적 문진을 통해서 환자의 문제를 파악합니다. 비유하자면, 건물에 생긴 크고 작은 모든 금을 찾아서 수리하는 것이고, 앞으로의 문제점에 대비할 계획까지 세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기본생활, 감정, 체질 등 모두를 분석해요. 이런 방식의 진료는 보호자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소소하게 불편해하는 것들을 보호자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전통의학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서양의학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편견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여러 질문 중에 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웃음).

나의 편견을 어찌 없애고 또한 다른 사람이 갖는 편견을 어찌 없애야 할지, 참 쉽지 않은 부분이에요. 다만, 중요한 점은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은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는 거죠. 마치, 아이(환자)를 잘 기르기 위해서는 엄마(자애로운, 전체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한방 수의학)와 아빠(든든한 버팀목, 문제의 핵심을 찾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서양의학)가 다 필요합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엄마는 엄마의 입장만, 아빠는 아빠의 입장만 고수하고 싸운다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요?

너무 상대를 나의 관점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는 걸 접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임상에서 한방수의학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에서 말했듯, 서양수의학이 터프한 남자와 같다면 한방수의학은 섬세한 여자라고 생각을 해요. 상황에 따라 터프한 남자의 역할이 필요할 수도, 섬세한 여자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죠.

저는 한방 용어인 음양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한다면 “balance”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환자가 음양 화평(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것)을 이루어 생을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한방수의학 용어로 “양생”이라고 하기 때문이죠. 터프한 양방수의학으로 큰 문제점을 치료함과 동시에 세세한 부분은 섬세한 한방수의학으로 터치함으로써 비로소 양생을 만드는 것이죠.

한방수의학에서는 환자에게 “오늘 평안하신가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식사는 잘하셨나요? 어제 잠은 잘 주무셨고요? 요즘 마음은 어떠세요?”와 같은 삶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평안한지를 묻습니다. 검사결과도 중요하지만 일단 환자가 기본적인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도 병의 범주에 넣어서 음양화평을 이루어주고자 하는 것이 한방 수의학의 역할입니다.

앞의 질문에서 들었던 빌딩의 예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볼게요. 어느 빌딩에 작은 금은 갔습니다. 시작은 아주 작으므로 그 당시에 빌딩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그대로 두어 그 금이 계속 커진다면 종래에는 건물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거예요. 한방수의학은 이 작은 금 단계에서부터 관리해야 더 큰 문제로 가지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항상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즉, 기본을 잘 보살펴 궁극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고 삶을 잘 영위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한방수의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끝으로, 한방수의학에 관해 관심 있지만 어려움에 망설이는 수의사, 수의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일단, 한방수의학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낯설어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여러분이 처음 외국어를 접했을 때 그 용어가 쉬웠느냐입니다. 한방수의학의 크나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한문 용어가 많다는 것인데요.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데 히라가나를 배우지 않고 과연 진도가 잘 나갈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어떤 외국어도 처음 접할 때 잘 안 외워지고 어려운 것 같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재미있어지듯이, 한방 수의학 공부도 그렇습니다. 처음 접하는 것의 낯섦은 이해하지만, 의지가 충분하다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부하려는 후배들에게 드리는 조언으로는 지금은 학회 사정으로 전통수의학회 교육과정이 잠시 쉬고 있는데요. 조만간 과정을 개설하면 기초강의를 배우시기 바랍니다.

김연정 기사 yeonjung96@dailyvet.co.kr

[인터뷰] 침놓고 발명도 하는 `금손 수의사` 강무숙 원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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