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질병공제제도 도입 불투명‥`농가 공감대 선행돼야`

혜택 받을 농가는 정작 ‘미지근’..생산비 증가, 수의사 이권 챙기기로 오해도

등록 : 2016.11.09 14:09:26   수정 : 2016.11.09 14:09:2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한국소임상수의사회(회장 김영찬)가 8일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2016년도 컨퍼런스를 열고 가축질병공제제도 도입 방향을 모색했다.

공제제도 관련 연구를 담당한 김두 강원대 교수와 보험개발원 지연구 팀장이 일본, 이스라엘 등 해외 성공사례와 국내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측 담당자인 농식품부 김용상 방역관리과장이 제도 도입 추진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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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예산 좌초위기..농가 생산성 개선할 제도임에도 생산자 측 반응은 ‘글쎄’

현재 국내 공제제도 도입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보험개발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내 도입방안 연구용역은 올해 말까지 마무리될 전망이지만, 내년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산이 없다.

2017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는 제외됐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예산이 없으면 시범사업은 내후년으로 미뤄진다.

15억원 수준의 시범사업 예산마저 번번이 가로막히는 것을 두고 ‘아직 공제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축질병공제제도는 의료보험과 비슷하다. 공제료(보험료)를 미리 납부하고 그에 따라 수의사의 진료서비스를 제공 받는 것이다. 가축 축종과 숫자에 따라 공제료가 정해지면 농가와 정부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공제제도 하에서 수의사는 농가를 월 1, 2회씩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사후치료 중심에서 예방, 생산성 관리 중심으로 진료문화를 바꾸는데 초점이 있다.

그 과정에서 농가가 부담한 금액 대비 높은 생산성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수혜를 볼 농가들은 아직 공제제도의 필요성을 잘 모른다는 지적이다. 공제료를 내느라 생산비가 늘어날 것이라거나, 수의사 이권을 위한 제도라는 부정적 시각마저 엿보인다.

이날 컨퍼런스를 방문한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이 “공제제도는 자칫 한우농가에 생산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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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임상수의사회 김영찬 회장


농가 스스로 공제제도 효과 느끼고 요구하게 만들어야..한우농가서 효용 클 것

이날 소임상수의사회와 정부 관계자들은 “공제제도는 오히려 농가가 도입을 촉구해야 할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농가 생산성을 높이고 질병방역을 강화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수의사들만 나서서 주장하니 이권사업으로 오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도 도입에 앞서 농가들이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설득작업이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상 방역관리과장은 “축산농가에 이익이 되고, 축산농가가 현실적으로 수용가능한 방안이어야 제도 도입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찬 소임상수의사회장은 “공제제도가 필요하다는 농가의 공감대 없이는 정부나 수의사가 주도해 제도를 도입하기도 힘들고, 도입하더라도 실패할 것”이라며 “공제제도 모델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면서 그 효과를 농가에 알리고 설득하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적은 수의 농가라도 공제제도 모델을 적용해 정기진료서비스를 실시하면 분명히 생산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수의사는 효과를 보여주며 농가를 설득하고, 농가가 정부에 제도도입을 요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번식관리를 위한 정기진료서비스가 많아진 젖소보다 아직 자가진료와 응급진료 위주로 국한된 한우농가에 공제제도 필요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공제제도 정기진료서비스를 통해 한우 생산성 저하의 주범인 송아지설사병, 호흡기질환을 개선한다면 농가 인식도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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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김용상 방역관리과장


일선 수의사 관심 필요..신뢰 회복도 과제

이날 소임상수의사회 컨퍼런스는 일본, 이스라엘의 성공사례와 국내 도입방향을 소개하면서 공제제도에 대한 일선 수의사들의 관심도 촉구했다.

김영찬 회장은 “축산업 발전과 공중위생 향상에 기여한다는 수의사의 존재이유에 비추어 (공제제도가) 수의사가 모든 소를 관리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 임상수의사는 “이미 자리잡은 동물병원의 경우 공제제도에 큰 관심이 없거나 진료수가 표준화 등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면서도 “공제제도가 진료서비스 체계화와 대형화로 이어진다면 신규 수의사 진입을 늘릴 바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상 과장은 “향후 시범사업이 가시화되면 수가선정, 제도운영 등에 지역 임상수의사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공제제도나 재해보험 운영에 대한 신뢰도 회복도 과제로 꼽혔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가축재해보험과 관련해 일부 농가와 수의사가 범법행위(부당청구)를 저지르면서 보험, 공제 등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다”면서 “농가와 수의사, 보험주체 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신뢰 회복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곧 가축질병공제제도 국내도입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11월 중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