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션 제도화, 산업동물 임상도 `강 건너 불` 아니다

반려동물 진료보조인력 제도화는 산업동물로 이어질 것..’수의사 생존 위협’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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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 임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수의테크니션 제도화와 관련해 산업동물 수의사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여부나 도입형태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만약 도입될 경우 산업동물로 논의가 확산될 소지가 많기 때문. 이에 대해 일부 양돈수의사들은 ‘양돈임상에서 보조인력이 제도화되면 수의사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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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수의사회원들에게 테크니션 제도화 관련 경과를 소개한 우연철 상무

자가진료 개정 전제로 TF참여..반려동물에 국한된 간호조무사 개념으로 추진 검토

한국양돈수의사회는 21일 이천 미란다호텔에서 개최한 수의양돈포럼에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상무를 초청, 수의테크니션 제도화를 둘러싼 경과를 회원과 공유했다. 우 상무는 현재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과 함께 테크니션 제도화 검토를 위한 정부 TF팀에 참여하고 있다.

우연철 상무는 “수의사회 내부 논의를 거친 공식입장은 ‘반려동물 임상에 한해 진료보조인력의 원칙적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도입하기는)시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자가진료 허용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을 전제조건으로 정부의 TF팀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무조건적인 정답으로 여기는 일부 수의사의 인식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반려동물의 숫자나 진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없으며, 미국만 하더라도 13개주는 테크니션을 제도화하지 않는 등 주별 상황에 맞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우연철 상무가 소개한 테크니션 제도도입 관련 대한수의사회 검토안은 큰 틀에서 의료법상 간호조무사 제도와 비슷하다.

면허가 아닌 ‘자격증’ 제도로 운영하되 교육기관 인증, 국가시험 등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모든 업무는 수의사의 직접적인 지시 감독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

업무범위에서는 주사, 채혈 등 침습적 행위의 허용여부를 두고 수의사 간 이견이 있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법적 직업명이 외래어인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해 공식명칭은 ‘반려동물진료조무사’로 검토 중이다. 업무범위가 반려동물 임상에 한정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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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뉘밀러의 시 ‘First they came..’

반려동물 테크니션 제도화는 산업동물로 이어질 것..미리 대비해야

우연철 상무는 “(지금은 반려동물 임상에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 양돈, 축우, 가금 등 산업동물 임상분야에서 진료보조인력 제도화는 반드시 제기될 문제”라며 테크니션 제도화에 대한 양돈수의사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만약 주사, 채혈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반려동물에서 테크니션이 제도화된다면 ‘개, 고양이는 되면서 왜 소, 돼지는 안 돼?’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는 의문이다.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볼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수의양돈포럼에서 만난 일부 양돈수의사들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 양돈산업에서 진료보조인력이 제도화된다면 양돈수의사의 생존을 크게 위협할 것이란 얘기다.

한 양돈임상수의사는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의 운영형태를 예로 들며 “(제도 도입 시)임상수의사가 주체적으로 보조인력을 활용하기보다는, 보조인력이 수의사 면허를 대여하여 관련 서비스를 남발하는 형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양돈수의사는 “양돈, 가금분야에서 자리잡은 접종사(농가 의뢰를 바탕으로 백신접종 등을 대리해주는 비수의사 인력)나 방역사의 채혈 등 지금 일어나는 불법적 행위에 대한 대응이 없다면, 보조인력 도입은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돈임상에서의 진료보조인력 제도화에 반대한다면, 반려동물 임상에서의 제도화에도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우연철 상무는 “산업동물 임상 각 분야에서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내부논의를 시작하여 회원들이 통합된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TF 관련 추진 경과는 양돈수의사회 사무국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테크니션 제도화, 산업동물 임상도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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