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료봉사, 단발성으로 끝나면 안 돼..기록·연결·제도화로 이어져야”

한국성서대학교 김성호 교수, 국경없는 수의사회 심포지엄에서 봉사 이후 현장 설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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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25년 제4회 국경없는수의사회 심포지엄에서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가 ‘의료취약 동물과 봉사 이후의 현장 – 기록, 연결, 통합 접근, 제도화로 가는 길’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의료취약 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봉사를 하느냐보다 봉사 이후에 무엇이 남느냐, 그리고 그 현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똑같은 동물복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현장의 경험이 구조화되지 않고 기록이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록 ▲연결 ▲통합적 접근 ▲제도화의 관점에서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수의봉사와 보호소 활동이 열정과 규모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대부분 단발성으로 끝나 후속 관리나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보호소의 만성적인 자원 부족, 과밀화 문제 등도 각 활동이 서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김성호 교수는 지속 가능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기록’을 꼽았다. 단순히 활동 건수나 봉사 내역을 남기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사상충·진드기 같은 기초질환 정보, 실외사육 환경, 지역 특성 등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현장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록이 축적돼야 다음 활동을 더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고, 지침과 매뉴얼을 개선하는 데에도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

‘연결’과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길고양이 TNR 정책이나 마당개 중성화사업 활동이 성과를 낸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논의가 먼저 진행된 경우였다”며, “동물보호단체와 보호소가 지역 사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소 봉사나 환경 개선은 봉사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민 인식 변화와 지자체의 관리 체계 개선까지 포함하는 보다 넓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쌓여야 비로소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봉사 이후의 현장을 사회 전체가 함께 설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성서대 김성호 교수

동물복지가 사회복지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동물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와 겹쳐 있다”며, 지자체 보호소와 사회복지기관, 취약계층 돌봄 체계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돌봄이 어려워지는 이유가 단순한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라 보호자–반려동물 간의 관계, 생활습관, 환경적 취약성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실외사육 환경 개선이나 이동형 예방접종처럼 위험 상황을 미리 줄이는 선제적 대응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러한 지원이 갖춰지면 돌봄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도 줄어들고, 지역 차원에서 안정적인 반려동물 돌봄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에서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동물등록제 개선 방향이었다.

김 교수는 현행 등록제가 일회성 등록에 머물러 소유주 변화, 사망, 분실, 주소 변경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정책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가 만들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지인 간 무책임한 무상분양, 애니멀 호딩 문제, 반복적 유기 등도 예방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정기적으로 동물등록 정보를 갱신하는 ‘갱신형 등록제’를 제안했다.

갱신 과정에서 소액의 등록비를 부과하면 보호자의 책임성이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갱신 시점마다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 여부나 기초검진, 양육환경을 점검할 수 있어 반려동물의 건강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등록–갱신–말소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관리가 가능해지면, 정확한 데이터 기반으로 유기 예방과 지역별 동물복지 정책도 훨씬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었다.

김성호 교수는 “유기동물이 많아질 때마다 구조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반복을 만드는 시스템 자체를 고쳐야 진짜 예방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봉사자의 소진(번아웃) 예방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활동가와 봉사자가 지치는 순간 현장의 지속성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정서적 건강을 보호하는 장치와 지자체와의 역할 분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호 교수는 “반복되는 문제에 땜질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록과 연결을 중심으로 구조를 다시 세운다면, 의료취약 동물은 물론 지역 사회 전체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한희 기자 hansoncall911@gmail.com

“동물의료봉사, 단발성으로 끝나면 안 돼..기록·연결·제도화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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