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사용량 줄인다고 내성균이 곧장 줄어들까요

농장동물에서 사용하는 항생제의 이해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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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본부장 허재승

마트에 들러 축산물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애기가 ‘무항생제’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먹어도 건강에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포지셔닝이다.

과학자로서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무항생제’가 정말 좋은 축산물에 대한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짚어봐야 하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축산물의 ‘무항생제’를 마치 야채에서의 ‘무농약’과 동일하게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지속적인 언론홍보와 항생제를 포함한 동물약품에 대한 잔류문제이다.

전자는 한국에서 항생제 내성이 전반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에 항생제를 대량으로 사용한 축산물을 통해서 그 항생제 내성이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부분이다.

후자는 농장동물에 사용하는 모든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공통 이슈로서 축산물내 잔류물질로 인해서 섭취한 사람에게 위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살충제(피프로닐) 계란’ 사건을 다들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요컨대 농장동물에 있어서 항생제에 있어서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한 실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내성이나 잔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만 온전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호에서는 항생제 내성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   *   *   *

항생제 내성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지고 생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이 사람이나 동물에 감염되면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의 효과가 줄어들어 해당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항생제를 계속 개발함으로써 이러한 내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일정부분 맞는 이야기였다.

1945년 페니실린이 널리 사용된 이후 1950년대에 바로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문제가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항생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었더라도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다.

하지만 항생제 개발의 황금기가 끝나가면서 내성 문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나 직접적인 효과를 가진 항생제 대체제가 없어서, 기존에 개발된 항생제를 보다 오래 사용하는 것(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프1. 미국 FDA에서 승인한 새로운 항생제 수 변화(5년단위, 1983~present)

항생제 내성과 항생제 사용과의 상관관계

(1) 세균은 지속적으로 증식하고 변이를 만든다, 고로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세균은 이분법을 통해서 가장 빠르게 증식하는 생명체다. 일반적인 환경 조건에서 세균은 [그림2]처럼 이분법으로 증식한다. 한 사람이 분열해서 두 명의 일란성 쌍둥이로 분열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이분법으로 증식하기 때문에 세균에는 부모-자식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힘들다. 즉, 세균의 집단이라는 것은 동일한 자기(我)가 지속적으로 복제되는 일란성 쌍둥이들의 집합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유사할 것이다.

세균은 환경만 허락한다면 매우 빠르게 무한 증식하는 양상을 보여주는데, 가장 증식이 빠른 세균으로 일컬어지는 대장균은 약 20분에 한 번씩 자기분열을 하면서 증식한다.

1개의 대장균은 1시간이 지나는 동안 3번 분열하기 때문에 23(8)개가 되고, 2시간이 지나면 6번 분열하므로 26(64)개, 약 8시간이 지나면 224(약 1,600만개)까지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그림2. 이분법 증식에 대한 모식도

세균이 이분법을 통해 증식하면서 동일한 자신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지만, 세균내 DNA에서 돌연변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세균 집단의 유전 형질이 동일하지는 않게 된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106(100만)~109(10억)개당 한 개의 비율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세균의 DNA상 변이가 세균의 생리/화학적 변화를 가져오게 됨으로써 나타나게 된다.

즉, 모두 동일한 자기들만의 집합체인 것으로 알았던 세균 집단에서 다른 특성(변이)을 지닌 세균이 나타나게 되며, 이를 세균의 자연 발생적인 돌연변이라고 한다.

따라서, 앞서 대장균의 경우를 생각하면 매 7~9시간마다 어떤 특정 항생제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내성세균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세균의 생식(이분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 다음세대로 그 변이가 전달되는데, 이런 이분법 외에도 다음 세가지 방식으로 유전인자의 변이가 다른 세균으로 전달된다.

형질전환(Transformation)은 변이를 가진 DNA조각 또는 플라스미드 조각이 다른 세균에 도입 또는 재조합 됨으로써 내성 인자가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즉, 세균은 새로운 유전인자(플라스미드)를 받아들여서 새로운 형질(내성)을 획득하게 된다.

형질도입(Transduction)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오 파지에 의해 변이 유전자가 다른 세균으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세균의 DNA를 획득한 박테리오 파지가 새로운 세균에 감염되면 이 세균에 새로운 변이 DNA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접합(Conjugation)은 세균의 이분법에 의한 증식처럼 동일한 DNA를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두 세균이 마치 양성생식을 하는 것처럼 서로 접합하여 서로가 가진 새로운 유전인자, 특히 플라스미드상의 유전인자를 다른 세균에 전달하는 과정이다.

요약하면, 세균은 이분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분열해서 동일한 자신들의 집단을 만들지만 자연발생적으로 돌연변이 세균이 106(100만) ~ 109(10억)개당 한 개의 비율로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변이는 이분법과 형질전환·형질도입·접합이라는 세가지 전달방식을 통해 다른 세균으로 전달된다.

한편, 이러한 변이를 통해 어떤 항생제에 새롭게 내성을 나타냈다면 이 세균은 돌연변이에 의해 내성을 획득하였다고 한다.

(2) 항생제의 선택작용

일반적인 세균이 A라는 항생제에 매우 높은 감수성(세균의 성장이 억제되거나 사멸)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돌연변이 발생에 의해서 또는 항생제 내성인자를 다른 세균에게 전달받아서 내성세균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일반세균이건 내성세균이건 이분법을 통해서 증식하는 과정은 동일하기 때문에 내성세균이 발생했더라도 전체 세균집단에서 내성세균의 비율은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균집단에 A라는 항생제를 넣어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림3]처럼 일반세균은 높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마도 대부분 억제 또는 사멸될 것이지만 내성세균은 항생제가 투여된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세균은 줄어들고 내성세균이 증가하게 되면 전체 세균집단내 내성세균의 비중은 크게 증가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면 처음과는 반대로 세균집단에서 일반세균은 거의 보기 힘들게 되고 내성세균만 남아있게 될 것이다.

그림3. 항생제 선택작용과 내성세균 증가에 대한 모식도

이처럼, 항생제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여 살아남게 된 내성세균은 진화론적 측면에서 환경 적합자의 생존이라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항생제가 내성세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항생제의 선택작용이라고 한다.

 

사람의 항생제 내성과 농장동물 항생제 내성의 상관관계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항생제 사용량과 항생제 내성균 발생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른바 항생제의 선택작용에 의해서 내성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것은 병원에서 항생제 처방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십 수년간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에 처방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병원의 항생제 처방 빈도와 사용량을 확인하고 직접적으로 줄이도록 계도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2019년기준 OECD 29개국중 3번째로 사용량이 많은 국가다. 그리고, 축산에서도 한국은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사람에게서 생성된 항생제 내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투여하는 항생제를 얼마나 또 어떻게 사용해왔는지에 대한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농장동물에서 생성된 항생제 내성은 농장동물에 투여한 항생제 사용량과 적용방법에 대한 결과이다.

다만, [모식도4]처럼 사람, 동물, 환경 등 어느 한쪽에서 만들어진 항생제 내성균 또는 내성인자는 다른 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전체 내성발현에 비해서 이동을 통한 내성발현 비율은 적지만,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확인됐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문제에 대처하는데 원헬스(One-Health) 개념이 적용되는 것이다.

2021년 관계부처 협동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대책’이 수립됐는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같이 논의하고 중점과제를 세운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모식도4. 역학 측면에서의 항생제 내성과 세균 이동

요약하면, 사람의 항생제 내성 증가와 동물의 항생제 내성 증가는 인과관계 측면에서 서로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환경에서 내성인자를 주고받으면서 내성증가를 촉진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원헬스(One-Health) 측면에서 함께 관리되어야 한다.

 

항생제 내성의 역설, 항생제를 금지하면 내성세균이 줄어드나요?

항생제 선택작용과는 반대로 특정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면 그 항생제에 대한 내성세균 증가가 완화될 수 있다고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번째 전략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21년 10월에 엔로플록사신에 대한 가금 적용법을 삭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결정된 것이다.

다만, 사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항생제 내성이 신속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한번 획득된 내성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한 해결책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단순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경향은 소위 항생제 관리에 대해 가장 앞선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어설픈 원헬스 개념을 적용하면서다.

축산업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를 통해서 내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러한 내성이 사람에게 전달된다고 보고, 사람의 내성관리에 중요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을 줄이기 위해서 당시 성장촉진용으로 사용되었던 배합사료내 항생제를 2000년부터 전면 금지하였다.

하지만, MRSA는 오히려 2000년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양상을 [그래프5]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5. 덴마크의 MRSA 케이스 1994-2020

이처럼 역설적인 결과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네소타 대학교수인 피터 데이비스의 연구에 따르면, 축산에서 유래한 MRSA가 사람의 MRSA와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았다. 이유자돈의 설사를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 대신 첨가한 미네랄 중 아연(Zn)이 MRSA 발생 증가를 불러왔다고 결론을 내려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항생제 내성문제는 항생제를 줄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고려하지 않았던 요인으로 인해서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추가로, 앞서 언급한 아연(Zn)은 이른바 항생제 대체제로 소개되어온 물질이다. 농장동물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항생제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허브추출물(또는 한약제로 일컫는 식물추출물), 유기산, 미네랄(아연), 생균제 등등이 항생제 대체제라는 이름으로 농장동물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은 항생제와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자료, 예를 들어 MIC(최소억제농도)나 약동학 자료가 전혀 없다.

사실 진정한 항생제 대체제가 개발되었다면 정부나 학계에서 항생제 내성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MRSA와 같은 수퍼박테리아 감염으로 국내에서만 연간 약 4천명 이상 항생제 내성과 관련해서 사망하는 사례도 사라졌을 것이다.

또한, 앞서 소개된 것처럼 이른바 항생제 대체제라고 불리는 첨가제는 항생제를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내성균의 증가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생균제(유산균, 고초균 등)에 있어서도 엄격한 검증을 하고 있는데 어떤 생균제는 아연(Zn)처럼 겉으로는 장의 건강에 도움을 줘서 설사와 같은 증상을 줄여주지만 항생제 내성세균을 크게 증가시키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생제 대체제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여러가지 사료 첨가제들이 오히려 항생제보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 또는 학계도 충분히 이해해야만 국가 단위의 항생제 내성정책이 온전하게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번째 항생제 이해를 마무리하며

자연과학은 이론의 산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높은 산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산 아래턱 낮은 곳에서부터 올라가야 하듯, 자연 과학도 하나의 큰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토대가 되는 이론을 살펴보면서 가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좋은 자연 과학 이론은 높은 산과 같아 산 아래 계곡이나 물길의 흐름들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별개의 지식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 같다. 항생제 내성을 항생제 효과적인 사용방법 이후에 배치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은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같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사용량을 줄인다고 해서 내성이 바로 줄어들지 않는 역설을 처음 접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핵심 사항을 먼저 살폈다. 다음호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연관된 기초이론을 살펴보려고 한다. 항생제와 관련한 여러 지식의 토대를 쌓아가는 과정을 함께해 주시기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참고문헌

1) Transmission of antimicrobial resistance from livestock agriculture to humans and from humans to animals, OECD Food, Agriculture and Fisheries Papers No. 133

2) DANMAP 2020

3)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1년 8월호부터 2022년 5월호까지 게재된 원고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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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사용량 줄인다고 내성균이 곧장 줄어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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