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실시요령도 없는 3종 가축전염병, 규제만 남아 대응도 어렵다

실질적 근절대책은 없고 규제는 남아 신고 꺼려..현황 파악 어려워 연구예산 수립도 난항

등록 : 2022.09.07 06:27:58   수정 : 2022.09.06 17:34:05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닭전염성기관지염(IB). 어떤 측면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나 고병원성 AI보다 일선 농가들이 더 주목하는 질병이다.

ASF나 고병원성 AI에 걸리면 살처분으로 큰 피해를 입긴 하지만, 실제로 발생하는 농가는 소수다.

반면 소위 ‘생산성 질병’으로 불리는 이들은 농가 전반에 만연해 큰 경제적 피해를 일으킨다. 재난형 질병의 그늘에 가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질병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열린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구 수의정책포럼)에서 발제에 나선 검역본부 이명헌 동물질병관리부장과 최정록 동식물위생연구부장 모두 이 같은 문제에 주목했다.

3종 가축전염병, 현황 파악도 어렵게 만든다

‘방역실시요령 따로 없는 질병은 국가적 관리 하지 않는 것 솔직히 인정하라’ 비판도

이명헌 부장은 “가축방역은 재난형 질병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농가가 실질적으로 큰 고통을 느끼는 것은 생산성 저하 질병”이라며 “이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가축전염병예방법 상의 3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고병원성 AI나 ASF 등 실질적으로 근절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서도, 방역당국에 발생신고가 접수되면 이동제한 등 농가의 경제적 피해가 큰 방역조치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는 농가가 신고를 꺼리게 만든다. 어차피 농가 전반에 질병이 만연한 상황에서 괜히 신고했다가 이동제한만 받을 수 있어서다. 이들로부터 시료를 받아 3종전염병을 발견한 민간 병성감정기관도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다른 전염병보다 중요하니 잘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한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농식품부가 따로 방역실시요령을 고시한 가축전염병(결핵병·브루셀라병·구제역·뉴캣슬병·돼지열병·돼지오제스키병·조류인플루엔자)을 제외하면, 국가적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는 급진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어차피 제대로 근절정책을 펴지 않을 거라면 규제라도 없애 현황 파악이라도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이명헌 부장은 이날 “5월부터 전북·제주·경기권에서 PED가 상당히 유행한다는 정보가 있다”면서도 “(PED가) 3종전염병이라 발생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3종전염병이라는 분류 자체가 현황 파악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송창선 건국대 교수는 “3종전염병 규제 우려가 (질병현황 파악의)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국가병성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동물감염병 대응기술개발 3천억원 연구사업 준비하지만..

현황 파악 어려운 생산성 질병은 편익 증빙도 어려워

최정록 부장은 이날 국가 동물감염병 R&D 정책을 소개하면서 “기존에 재난형 질병 위주였다면, 현장 수요가 있는 여러 질병 문제와 기후변화, 원헬스 측면을 다각도로 발굴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식품부와 과기부는 ‘동물감염병 대응기술개발 사업’을 7년 3천억원 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예타가 순조롭지 않아 목표 출범시점이 2025년으로 재조정됐다.

여기에도 3종전염병 문제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AI 차단방역 핵심역량 함양교육에서 손영호 반석엘티씨 대표는 “동물감염병 대응기술개발 사업 예타가 원활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 같은 문제를 지목했다.

축산농가가 생산성에 피해를 입는 질병에 대한 연구예산을 마련하려면, 해당 생산성 질병의 피해규모와 연구 성과로 인한 편익을 가늠해야 하는데 ‘질병이 진짜 많아요’ 수준을 넘어선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영호 대표는 “가금농가만 해도 고병원성 AI보다 IB(전염성기관지염)의 경제적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며 “재난형 질병에만 예산·인력이 집중되고, 농가가 실질적인 애로를 겪는 질병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피해상황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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