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길고양이 TNR 중단하라` 수의사회, 고시 개정 촉구

체중·수유묘 제한 과학적 근거 없다..’건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보이콧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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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 지부장협의회(회장 이승근)가 현행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 문제점을 지목하면서 관련 규정 개정을 촉구했다.

체중 2kg 미만, 수유묘의 중성화를 원천 금지한 규정이 수의학적 근거가 없고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만큼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체수 저감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 수 있도록 지역별 집중 TNR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대수 지부장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건의를 농식품부에 전하면서 TNR 규정 개정 촉구 성명을 11일 발표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올해 TNR 사업의 보이콧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TNR 효과 없이 혈세 낭비

체중·수유묘 제한, 개체 수 저감 TNR 목적에 위배

지부장협의회는 국내에서 시행되어 온 TNR 사업이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TNR로 개체 수 증가를 막으려면 지역 내 중성화 개체 비율이 75%를 넘겨야 하지만,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의 길고양이 중성화 비율은 13% 이하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2020년 기준).

협의회는 정부가 국제적 기준에 따른 TNR 정책을 도입하지 못한 채, 길고양이 관련 민원 해소용으로 혈세를 허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의 길고양이 TNR 정책을 규정한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농림축산식품부 고시)’도 문제로 지목했다. 개체 수 조절이라는 TNR 정책의 근본적 목적을 오히려 방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고시는 체중 2kg 미만의 길고양이 중성화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2kg 미만 고양이도 수술 후 자생능력이 있다고 수의사가 판단하는 경우 중성화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협의회의 지적이다.

협의회는 “전세계적으로도 체중만을 기준으로 중성화 가부를 결정하는 국가나 수의사는 없다”면서 “고양이의 연령, 체중, 신체상태를 바탕으로 수술 가능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지목했다.

수유 중인 길고양이의 중성화수술을 금지한 것도 TNR 목적에 위배되는 독소 조항으로 규정했다.

수의학 학술서적이나 관련 논문, 해외동물보호단체의 TNR 가이드라인들 모두 임신, 수유, 발정기, 자궁축농증 등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개체를 TNR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신·수유 중이라면 풀어줬다가 다시 잡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에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길고양이 군집 375마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집중 TNR 관련 연구보고에 따르면, 이미 중성화된 개체가 다시 잡힌 경우는 0.8%에 불과했다.

 

반복되는 번식이 길고양이 복지·공존 위협

캣맘만 있고 수의사는 없는 정책 규탄

TNR 규정 개정, 집중 TNR 확대 촉구..보이콧 검토

길고양이는 연간 평균 2회 이상 임신·수유를 반복한다. 반복되는 번식 자체가 어미 고양이의 복지를 저해한다.

그렇게 태어나는 새끼 길고양이의 생명은 위태롭다. 국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는 고양이의 80%가 1년령 미만의 어린 개체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안락사된다.

도시 지역에서 태어나는 길고양이의 75%가 6개월 이내에 사망하거나 사라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JAVMA, 2004).

보다 적극적인 중성화가 길고양이 복지를 높이고, 어린 개체들의 불필요한 희생을 예방하는 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협의회는 농식품부가 동물진료 전문가인 수의사 의견을 무시한 채 실효성 없는 TNR 정책을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준비됐던 고시 개정안은 당초 2kg 미만·임신·수유묘도 수의사 판단하에 중성화할 수 있도록 초안이 마련됐지만, 일부 동물보호단체의 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협의회는 농식품부에 ▲중성화수술 몸무게 2kg 제한 규정을 수정 또는 삭제 ▲수유묘의 중성화수술 금지 규정 삭제 ▲군집 별 집중 TNR 병행 시행을 공식 요구했다.

협의회는 “길고양이의 복지와 사회적 공존을 위해 수의사 의견이 반영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면서 “정부가 계속 외면한다면 수의사회 차원의 보이콧을 불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1~2월 사업자 선정하는데..해법 있나

협의회는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온라인 회의를 통해 TNR 규정 대응방안과 보이콧 여부를 논의했다.

서울, 인천, 대전 등 대도시 지부에서 지부 차원의 보이콧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미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된 지역도 있지만,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곳은 당분간 보류하도록 설득할 방침이다.

길고양이 TNR 사업이 통상 1~2월에 지자체별 사업자를 선정해 3월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실질적인 보이콧으로 흐르지 않게 만들 시간적 여유가 별로 남지 않은 상황.

협의회 일각에서는 농식품부가 고시 개정 방향을 정하고, 당장 올해 사업부터 체중·수유 여부와 관계없이도 TNR을 실시할 수 있도록 사업실시요령을 변경해야 한다는 해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실효성 없는 길고양이 TNR 중단하라` 수의사회, 고시 개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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