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2026년 종식` 선언, 40년 고통 끝난다

환경부·사육곰협회·지자체·동물보호단체 민관 협약..’야생동물 가축화 실패의 전형’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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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채취용으로 멸종위기종 곰을 가둬 기르는 사육곰 산업이 40여년만에 종식된다.

환경부와 사육곰협회, 동물보호단체, 구례군, 서천군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국내 곰사육 종식을 함께 선언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구례군과 서천군에는 남아있는 사육곰이 여생을 보낼 보호시설(생추어리)을 들어선다. 동물보호단체로는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녹색연합이 참여했다.

종식에는 합의했지만 실제로 곰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기까지는 과제가 남았다. 생추어리를 늘리고 구조에 드는 비용도 마련해야 한다.

40년에 걸친 사육곰 논란을 야생동물 가축화 실패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와 사육곰 농가, 동물보호단체, 지자체가
2026년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 동물권행동 카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1993 CITES 후 실제 종식까지 30년 걸렸다

국내 사육곰 산업은 1981년 정부가 웅담채취를 통한 농가 수입 증대 목적으로 곰 수입을 장려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1993년 한국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국제거래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수입은 금지됐고, 웅담 수요가 점차 줄며 사양산업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부 농가에서 웅담 채취를 위한 사적 이용은 계속됐다. 사육곰은 웅담 채취를 위해 도축될 때까지 좁은 뜬장이나 콘크리트 바닥에 지내야 한다.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인한 동물학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4년부터 3년간 중성화사업을 벌여 원론적으로는 더 이상의 사육곰 증식이 없어져야 했지만, 걸려도 제대로 처벌받거나 압수될 수 없는 환경 속에 불법 증식이 이어졌고 탈출사고도 거듭됐다.

2010년 이후 확인된 곰 탈출 사례만 23건에 달했다. 사육용을 전시관람용으로 변경한 것처럼 꾸며 불법 증식한 개체도 24마리 확인됐다.

증식을 막고 기다리기만 하면 사육곰들이 결국에는 다 사라질 것이란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발했다. 2018년 녹색연합이 사육곰 3마리를 구조해 국내 동물원으로 옮겼고, 동물자유연대가 사육곰 22마리를 미국의 생추어리로 이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농장의 곰들을 별도의 보호시설로 이주시켜 사육곰 산업을 보다 조기에 종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민관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8월부터 정부, 농가, 시민사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곰 사육 종식 방안을 논의한 끝에 12월 종식에 합의했다.

환경부는 “사육곰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데 공감하고, 민관이 함께 노력해 웅담 채취용 사육을 끝내고 남은 곰은 인도적으로 보호하자는 뜻을 모았다”며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악용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성숙한 시민의식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값진 사례”라고 자평했다.

동물자유연대가 확인한 불법증식 사육곰
(사진 : 동물자유연대)

남아 있는 사육곰 360마리

25년까지 자율 처분 후 순차적 보호시설 이송

이번 협약에 따라 2026년부터 사육곰의 웅담채취가 금지될 전망이다. 1981년 시작된 사육곰 산업이 45년만에 끝나는 셈이다.

2021년 기준 국내에 남아 있는 사육곰은 360마리. 2025년까지 농가가 자율적으로 처분하고, 나머지 곰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호시설에 이송된다.

불법 증식된 몰수 개체를 우선 이송하고, 농가가 무상 기증하거나 농가-시민단체가 양도양수를 계약한 개체가 보호시설에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보호시설은 환경부와 구례군, 서천군이 설치·운영을 지원한다. 시민단체는 후원·모금을 통해 실질적인 이송에 협력한다.

일부 농가에서 중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전시관람용 곰을 이용해 증식하는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불법증식 개체는 몰수할 방침이다.

아울러 곰 사육 종식을 법제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함께 추진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이번 곰 사육 종식 선언은 정부, 농가, 시민사회가 함께 곰 사육이라는 40년간 묵은 사회문제를 해결한 사례”라며 “이번 선언이 종식의 시작인만큼 농가, 시민사회와 지속 협력해 이행계획을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사육곰 개체수 추이
(자료 : 환경부)

정부 보호시설로는 수용 한계 우려

민간 생추어리 조성 프로젝트도 지속 추진

야생동물 가축화 실패의 전형’ 교훈

구례와 서천에 마련될 보호시설의 수용 규모는 곰 130여마리분으로 알려졌다.

2014년 1,007마리에 달하던 사육곰은 매년 줄고 있지만, 감소하는 개체수도 줄어들고 있다. 2025년까지 농가가 자율적으로 개체수를 줄인다 해도 남아 있는 사육곰에 비해 정부 보호시설이 모자랄 우려도 있다.

사육곰 구조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민간 차원의 생추어리 조성 프로젝트를 지속할 방침이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정부의 보호시설만으로는 부족하고 생추어리의 모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민간 생추어리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사육곰 산업의 종식은 근현대 야생동물의 가축화 시도 실패”라고 규정하면서 “오소리, 타조 등을 가축으로 기르는 산업 역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해야 할 우리 사회의 숙제다. 이미 가축화된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 지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육곰 2026년 종식` 선언, 40년 고통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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