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의무 동물약 7% 뿐` 동물 진료부 발급 강제, 약물 오남용 조장 우려

농해수위 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 `분쟁해결·알 권리 있지만 자가진료 약물 오남용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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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부 발급을 강제하려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전문위원실도 진료항목 표준화 미흡, 자가진료 약물 오남용, 법적 분쟁 촉발 등 우려점을 지목했다.

 

수의사 처방 필요한 동물약 6.6% 불과..진료부 공개되면 자가진료 오남용 우려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사가 진료한 동물의 증상, 병명, 치료방법 등을 기록하고 서명한 ‘진료부’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동물병원은 전자차트(EMR)나 수기차트를 통해 진료부를 작성하고 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부평갑)은 지난 7월 동물 진료부 발급 요구를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동물 소유주가 수의사에게 진료기록을 요구해도 발급을 강제할 수 없어 수의료사고 시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취지다.

농해수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이) 분쟁해결의 공정성과 동물 소유자의 알 권리 보장 측면에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진료부 발급의무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처방전이 없으면 전문의약품을 유통할 수 없는 사람의료체계와 달리 동물용의약품 대다수는 수의사 처방없이도 일반인이 구할 수 있다. 진료부를 받아 어떤 약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하면, 굳이 수의사를 찾지 않고 자가진료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반려동물의 경우 자가진료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소, 돼지, 가금 등 가축의 경우에는 금지되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전문위원실은 “주사용 항생제, 생물학적제제를 제외하면 수의사 처방없이도 동물용의약품 구입이 가능하다. 사실상 반드시 처방전이 필요한 경우는 6.6%에 불과하다”며 “진료부를 발급받은 동물 소유자의 자가진료에 의한 약물 오남용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사법 상 진단서는 주요증상, 치료명칭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행법도 진단서 발급은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진료항목 표준화’가 먼저..신원확인·사유재산 침해 우려도

제3자 유출 금지해도 진료부 공개 부작용 막기 어렵다

대한수의사회는 진료항목 표준화 이전에는 진료비 공개나 진료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중성화수술’, ‘슬개골탈구교정술’ 등 같은 제목을 가진 진료라도 동물병원마다 구체적인 내용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표준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동일한 증상에 동일한 진단을 해도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며 “(수의사회는) 적절한 지식이 없는 소유자가 진료부를 발급받을 경우 불필요한 혼란이나 법적 분쟁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이라고 제시했다.

진료부 발급을 요청한 사람이 동물 소유주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대한수의사회는 “사람의료는 의료법에 따라 신원 확인되는 경우 진료부를 공개하고 개인정보 누설도 금지하고 있지만, 수의사법은 동물소유자의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고 과거 이를 위한 법제화가 추진됐지만 무산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젖소의 유방염 치료기록이나 종축의 산과질환 기록, 경주마의 근골격계 질환 기록 등은 소유주의 재산가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질병기록이 유출되면 사유재산 피해도 우려된다.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 취지에는 긍정적이나 제3자에게 진료부 정보를 유출할 경우 처벌하는 등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료부 공개에 따른 수의기술과 개인정보 유출, 축산농가 자가진료에 의한 약물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3자에게 진료부를 노출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에 어떻게 약을 쓴다’는 단편적 정보만 확보되면 자신이나 이웃이 소유한 동물에게 자가진료로 약물을 오남용하기는 충분하다.

진료부 유출을 제한하는 조건을 단다 한들 진료부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수의사회는 지난 8월 ‘동물병원 진료부·처방내역 공개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고, 소유주가 진료기록을 요구할 경우 진단서나 진료항목이 포함된 영수증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수의사법 상 진단서 서식에 주요증상, 치료명칭 등의 표기가 추가된 만큼 진단서로도 소유주의 알 권리 충족에는 충분하다는 취지다.

대한수의사회는 “수의사처방제 정착, 의료용어·치료방법·기록방법 표준화 등의 선결이 필수적”이라며 “기반 마련 전에는 발급 의무가 있는 진단서 활용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법안소위 위원장으로 선임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

22일 법안소위서 다룰까..위원장 위성곤 의원으로 교체

국회 농해수위는 오는 22일 농식품법안소위를 연다. 이성만 의원안이 21대 국회 출범 직후 발의된 만큼 법안소위에 상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대부분 본회의 의결까지 이어지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농해수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을 농식품법안소위 위원장으로 새로 선임했다.

농식품법안소위는 위성곤 위원장과 어기구(충남 당진),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 이원택(전북 김제부안),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정운천(비례),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으로 구성됐다.

`처방의무 동물약 7% 뿐` 동물 진료부 발급 강제, 약물 오남용 조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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