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살률 1위 한국,반려동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 연구 필요하다

등록 : 2020.11.25 11:12:54   수정 : 2020.11.25 11:26:04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우리나라는 최근 15년 동안 2017년 한 해만 빼면 매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고, 노인 자살률도 OECD 1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과 신체 건강증진에 관한 국내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9일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와 20일 ‘반려동물과 사람의 유대, 원헬스 포럼 2020’에서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는 각각 원광대의 임은경 박사와 김옥진 교수(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회장, 사진)가 맡았다. 원광대 김옥진 교수팀은 반려동물연구사업단 ‘아동용 반려견 교감교육 모델 개발’ 국책 사업을 수행 중이다.

“해외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반려동물의 긍정적 효과”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관한 해외 연구 결과는 수도 없이 많다.

반려동물과의 하루 한 번 눈 맞춤만으로도 보호자의 행복도가 상승하고, 동물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감소하는 것이 증명됐다.

집을 떠나 있는 대학생들의 향수병에 대한 연구에서도, 동물과 함께 있는 학생들의 향수병 정도가 훨씬 낮았다. 전쟁에 참여한 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군인들도 반려동물과 함께 활동할수록 우울과 불안이 줄어들었다.

반려동물에 의한 스트레스 완충 효과(Stress-buffering effect)도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는데, 산수 뺄셈 문제를 통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5분간 산수 문제를 연속으로 내면서 참가자가 스트레스 정도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는데, 혼자 있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 배우자와 함께 있을 때, 친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참가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반려동물과 함께 있는 그룹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것으로 증명됐지만, 배우자와 함께 있는 그룹은 오히려 스트레스 정도가 커졌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수학 문제를 틀려도 비난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전적으로 의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람의 스트레스가 반려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사람과 반려동물은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장기 스트레스의 인간-동물 동기화에 대한 연구. 보호자의 생활패턴과 스트레스가 반려견의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국내 현실에 맞는 연구 결과로 증거를 보여줘야 사회적 기여 가능”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연구가 드물다는 것이다.

김옥진 교수에 따르면, 사람과 반려동물의 유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승인은 물론,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효과 분석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학이 아닌 민간 기관에서는 관련 연구를 시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원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 현실에 맞는 기존 연구 결과가 없으므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나 관련 정책도 나오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사람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런 효과가 의료비 절감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결과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펼치게 된다. 사람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증진하면서 동시에 국가 전체의 의료비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 독일,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반려동물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산출한 적이 있는데,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까지 의료비를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이런 연구와 객관적 데이터가 없어서 관련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자들을 설득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김옥진 교수는 “증거가 없으면 과학이 아니라 신화”라며 “해외자료로는 한계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연구한 결과가 이렇다는 걸 보여주면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관련 연구가 더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소외, 외로움, 고독 등에 의한 사회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옥진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지만, 행복지수는 꼴찌고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며 “반려동물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것이 해외 연구에서 입증됐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런 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할 수 있으면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욱 KBVP 회장 역시 “반려견을 키우고 사람이 건강해진다면, 오히려 의료비지출이 줄어들고 예산이 절감된다”며 “사회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연구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HAB의 생애주기별 긍정적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로얄캐닌코리아 윤성은 상무는 “정부에서도 반려동물의 사회적 가치와 효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예산을 투자해서 좋은 효과를 연구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