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실습후기 공모전 우수상] 옵티팜/제주대 노현욱

기간 2016년 7월 25일 ~ 8월 23일 / 지원자격 본과 2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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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노현욱, 정승기 학생이 동일한 실습경험으로 우수상을 공동수상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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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옵티팜 박철세 대표, 정승기 실습생, 노현욱 실습생
김현일 대표, 신성호 동물임상평가센터 사업부장

지원 계기

대부분의 수의학도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소동물 임상수의사를 꿈꾸며 수의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소동물 임상에만 과도하게 몰리는 현실을 알게 되고, 유기견 안락사 문제나 유기동물에 대한 수의사들의 고뇌 등을 접하게 되면서 ‘개가 좋아 수의대에 진학하긴 했지만, 과연 평생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이런 저런 진로고민이 늘어가던 차에,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돼지를 접할 기회가 어렵지 않게 생겼다. 친구네 돼지농장에 직접 가보기도 하면서 양돈 수의사에 관심이 향하고, 소동물 임상수의사에서 산업동물 수의사로 내 장래희망이 굳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예과 때부터 본과 2학년까지 그저 생각만 하는 선에서 멈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남들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며 물 흐르듯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 학교를 다닌 기간보다 앞으로 다닐 기간이 더 짧아져 있었다.

이대로 졸업하면 큰 일이라는 조바심에 이번 방학기간동안 어떤 것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하던 중 교수님으로부터 인턴쉽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양돈농장을 다니며 진료하는 수의사를 그려 왔는데, 이러한 회사경험이 과연 연관이 있을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옵티팜에서 일하는 동문 선배님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유용한 시간이 되리란 생각에 지원을 최종 결정했다.

‘나로 인해 생기는 안 좋은 인상은 내가 아닌 학교에 놓이게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청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옵티팜 동물임상평가센터란

한 달 간의 실습후기를 전하기 전에 ‘옵티팜 동물임상평가센터’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본인도 이번 인턴쉽 프로그램 전까지는 전혀 몰랐을 정도로, 학생들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곳이리라 생각한다.

‘옵티팜(Optipharm)’은 크게 6가지 업무를 수행하는 바이오기업이다. 동물용의약품을 판매유통하는 동물약품 사업부, 의학 연구용 실험용 미니돼지를 생산하고 관련된 실험을 진행하는 메디피그 사업부, 형질전환동물을 생산하고 연구하는 형질전환동물개발센터, 생물학적 자원을 연구하여 질병의 치료 및 예방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생물제제사업부, 질병에 대한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진단사업부, 마지막으로 본인이 인턴쉽을 지원한 동물임상평가센터로 나뉘어진다.

옵티팜 동물임상평가센터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정 민간병성감정 기관으로 연간 약 5,000여건 이상의 가검물을 검사하는 기관이다. 지난해에는 검역본부로부터 질병진단 진단능력 정도관리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될 만큼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주로 돼지나 닭의 장기조직, 혈액, 분변, 사체 등의 가검물을 의뢰 받아 혈청검사팀, 세균팀, 바이러스팀, 병리조직팀 총 4개의 팀에서 병원체의 감염 유무를 검사한다.

 

한 달 동안..

위에서 소개한 동물임상평가센터 내 4개의 팀을 약 일주일 단위로 순회하면서, 교육받고 업무를 도우며 또 기회가 될 때는 실습도 할 수 있었다. 옵티팜의 배려로 사체의 부검을 참관하거나 양돈농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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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배양

첫 주에 교육 받은 세균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혈액, 장기조직, 분변 등에서 세균을 검사하는 일을 담당한다. 균이 검출되면 병원체로 의심되는 균의 군락만을 골라 선택 배양하고 검사가 완전히 끝난 균체는 앞으로의 연구를 위하여 보관하기도 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항생제 감수성 검사’였는데, 분리된 세균을 배지에 바른 후 18종의 항생제 disk를 삽입해 배양함으로써 해당 균에게 어떤 항생제가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였다.

아래 사진과 같이 전체적으로 균이 잘 자라다가도 어느 한 disk를 중심으로 세균이 배양되지 않은 원이 생기는데, 이 원의 지름을 균의 해당 항생제에 대한 감수성으로 평가한다. 세균은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고 하는데, 나중에 내가 진단한 돼지에서 어떤 균이 검출된다면 필히 이 검사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방향과 현장이 반대 방향이라 좀 낯설기도 했다.

아직 본과 2학년이라 ‘어떠한 세균으로 인해 어떠한 증상이나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는 형식으로 배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어떠한 증상이나 질병으로 미루어 봤을 때 어떠한 균이 의심된다’는 형식으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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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감수성 검사

다음으로 혈청검사팀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 팀은 주로 혈액으로 의뢰된 가검물에서 혈청을 분리하여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ELISA나 HA/HI Test를 통해 질병의 유무를 검사하는 곳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세균팀이나 바이러스팀이 병원체 자체의 유무를 판단한다면 이 팀은 혈청 내의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통해 해당 병원체의 유무를 판단한다는 점이었다.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기존에 의뢰가 들어와 검사가 끝난 가검물을 대상으로 위의 두 실험을 직접 해보고, 선생님들이 진행하셨던 결과와 비교해볼 수 있었다.

ELISA는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에 대하여 온도에 따른 결과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4℃, 실온, 37℃, 56℃ 중에 항체의 반응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는 흡광도가 돼지의 체온(평균 38.8℃)과 비슷한 37℃에서 가장 높게 나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HA/HI Test는 뉴캐슬병과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실시했다. 흡광도라는 객관적 지표가 있었던 ELISA와 달리, 적혈구 응집여부에 따라 기울였을 때 혈액이 흘러내리는지를 육안으로 판독하는 방법이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실습생들의 실험결과는 옵티팜 선생님들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 있을 정도로 미숙했다. 하지만 HA/HI Test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을 아니라, 조금 더 능숙해진다면 필드 수의사로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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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영동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

3주차에는 가검물 내에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검사하는 바이러스팀에서 교육을 받았다.

바이러스는 핵산(DNA 또는 RNA)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핵산을 통해 존재의 유무와 종류를 판단한다. 혈청, 분변, 장기조직 등의 시료 내에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핵산의 양이 너무 적기 때문에 PCR로 그 양을 증폭시켜 검사한다.

실험의 전체과정과 주의할 점을 교육 받은 후, 돼지써코바이러스 2형(Porcine circovirus Type2, PCV2) 검출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 보았다. 워낙 작은 단위(ul)를 쓰기도 하거니와 과정이 익숙하지 않던 터라 쉽지 않았다.

전기영동 실험결과 띠가 명확하지 않고 그을린 듯 보였지만, 그래도 기존 선생님의 실험결과와 일치해 위로가 됐다.

2016년도 7월분 돼지열병바이러스 모니터링 검사도 볼 수 있었다. 돼지 열병이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얼마 전 제주에서 발병된 사태에 대한 내 무지함이 부끄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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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슬라이드 제작 중 염색 과정

마지막 주는 동문 선배님이 속해 있는 병리조직팀에서 보냈다. 사체나 장기를 부검하여 의심되는 병원체에 따라 병변부위를 다른 팀에게 보내거나 직접 조직 슬라이드를 제작하여 현미경 상에서 이상 병변을 확인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있었다.

앞 선 기간부터 틈틈이 부검을 참관하며 설명을 듣기도 했었지만, 이 기간 동안에 기존의 3주보다 더 많은 부검에 참관할 수 있었다.

또한 조직 슬라이드 제작 및 보존방법, 면역염색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보통 쉽게 접할 수 있는 H&E염색과는 달리, 면역염색은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하여 알고자 하는 특정 병원체만을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방법이다.

부검 과정 중에 직접 채취한 정상조직으로 조직 슬라이드를 제작해 보기도 했는데 ELISA, HA/HI test 및 PCR보다 큰 단위를 쓰기도 하고, 과정 자체가 복잡하지 않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허나 검경 과정에서 조직이 접혀 진하게 염색되기도 하고 찢어지기도 하며, 먼지가 들어가 잘 안 보이는 등의 수많은 인공산물(artifacts)를 볼 수 있었다. 깔끔한 조직 슬라이드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는 슬라이드 제작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진로에서도 간단해 보이고 쉬워 보이는 부분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개팀의 교육과는 별개로 옵티팜 측의 배려로 중간중간 양돈수의사와 관련한 교육기회들도 있었다.

신성호 평가센터 총괄 사업부장님께 옵티팜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듣고 주요 양돈질병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강상철 병리조직팀 팀장님께 부검 기초교육을 받기도 했다.

아직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도 있고, 이미 배웠으나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탓에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법정 전염병의 개념과 양돈의 주요 질병들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부검을 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정리할 수 있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많은 부검을 참관할 수 있었던 것도 유익한 경험이었다.

유산태, 돼지 부종병, 제대를 통해 감염이 진행되는 배꼽병(navel ill) 등 다양한 케이스가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위궤양’이었다.

위궤양은 위 내에서도 주로 점막이 없는 식도 연접부분이 위액의 만성적인 자극에 의해 깊게 파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로 인하여 장 내에 흑변이 보일 수 있고 위 내에 혈괴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번 인턴쉽 기간동안 가장 많이 보기도 했고, 팀장님께서 한번 자세히 교육을 해주시기도 해서 그런지 위궤양만큼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한번은 정상 상태의 돼지를 부검해볼 수도 있었다. 항상 어딘가 문제가 있는 돼지의 부검을 참관해 왔었는데, 정상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었고, 내가 직접 할 수 있어 의미가 깊었다.

마지막으로 두 차례 양돈농장을 방문하여 보정법을 배우고 실습하면서 채혈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친구네 농장을 잠깐 들린 것이 전부였던 나에겐 정말 뜻 깊은 경험이었다.

첫 방문 때는 나 스스로도 답답할 정도로 보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었는데, 두 번째에는 조금이나마 수월해지는 것을 보며 현장에서의 경험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인턴쉽을 마치며

‘양돈수의사’라고 하면 그저 필드에서 일하는 경우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턴쉽 프로그램을 통해 옵티팜과 같은 진단 기관 내에서의 수의사에 대해 직접 알게 됐다. 사내에 계신 양돈수의사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새로운 길도 알 수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많은 교육과 회사에 의뢰되는 가검물을 통해 주요 돼지 질병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많은 부검과 양돈 농장을 경험할 수 있어 값진 시간들이었다.

실습 전까지 나의 길은 막연히 방향만 알고 있었을 뿐, 앞이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인턴쉽 기간을 거치면서 길이 훨씬 선명해졌다.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갈래의 길도 보인다.

한 달 동안 여러 테크닉적인 부분을 배우고 익히기도 했지만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배운 것 같다.

양돈수의사나 실험실 업무에 관심이 있는 수의학도가 있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인턴쉽 프로그램이다.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숨가쁘고 갑갑하기만 하겠지만, 흥미가 있었던 본인은 한 달을 재미있게 정신없이 보낼 수 있었다.

졸업 후 어떤 양돈 수의사가 되어 있을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앞을 보여주고 기회를 주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며 이번 인턴쉽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를 마친다.

[제2회 실습후기 공모전 우수상] 옵티팜/제주대 노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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