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태국 Kasetsart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방사선치료·재활수영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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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부터 18일까지 태국 방콕 센터라 그랜드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제40회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국제 콩그레스’ 참가차 태국에 다녀왔습니다.

태국 방콕을 방문한 김에 ‘Kasetsart 수의과대학 동물병원(KUVTH, Kasetsart University Veterinary Teaching Hospital)’을 탐방하기로 하고, 약 20여명의 한국 수의사들과 함께 KUVTH 방콕캠퍼스를 견학했습니다.

동물병원 견학은 ‘Kasetsart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방콕캠퍼스(KUVTH-BK)’에 근무하고 있는 Wijit Sutthiprapa 수의사의 도움으로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Wijit Sutthiprapa 수의사는 2001년 Kasetsart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3년 수의외과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KUVTH-BK에서 일반외과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수의사입니다.

동물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건물의 규모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방문한 다른 수의사들도 병원 건물과 1층 대기실만 보고 모두 놀랐습니다. 마치 사람 대학병원처럼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이죠.

병원 시설을 둘러보기 전 Wijit Sutthiprapa수의사가 KUVTH 소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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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etsart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캠퍼스는 태국 전역에 총 4곳이 있습니다. KUVTH는 1954년 지어졌으며, 방콕캠퍼스(BK) 외에도 깜팽쌘캠퍼스(KPS), NP캠퍼스, HH캠퍼스가 있습니다.

방콕캠퍼스 동물병원은 반려동물 중심으로 운영되는 동물병원이며, HH캠퍼스도 반려동물 위주의 동물병원입니다. 다른 캠퍼스는 대동물 진료 중심의 농장을 갖춘 병원입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HH캠퍼스는 저희가 방문한 방콕캠퍼스보다 더 시설이 좋고 크다고 합니다.

KUVTH는 1954년 설립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의과대학 중 최고가 되며 수의학 분야의 리더십을 키운다’는 목표아래 지금까지 1,500명이 넘는 수의사를 배출했습니다.

또한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대학들과 MOU를 체결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교는 수의과대학 졸업반 학생 전부를 KUVTH로 실습 보낸다고 합니다.

참고로 태국에는 총 5개의 수의과대학이 있으며, 1년에 배출되는 수의사는 약 1,500명입니다. 5개의 수의과대학 중 사립대학은 1개뿐이며 나머지 4개는 국립대학인데, 저희가 방문한 Kasetsart 대학도 국립대학이었습니다.

수의과대학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6년제이지만 ‘예과 2년, 본과 4년’의 우리나라와 달리 ‘기초·예방 3년, 임상 2년, 로테이션 1년’의 6년 과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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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를 처음으로 놀라게 한 대기실 모습입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됐는데, 한국의 웬만한 사람 대학병원 대기실을 보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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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처의 모습도 마치 사람 대학병원의 수납처 처럼 넓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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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만 개 진료실 18개, 고양이 진료실 3개가 있었으며, 층별로 안과, 치과, 종양과 등 15개의 세분화된 진료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지하에는 방사선치료 장비도 있었습니다.

9층짜리 건물 2개를 동물병원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니 규모가 상상이 되시나요? 2000년에 지은 9층 건물이 부족해 2013년에 9층짜리 건물을 새로 증축했습니다.

하루 진료 케이스는 약 600케이스이며, 근무하는 수의사는 125명입니다.

24시간 운영되며, 소비자상담센터 또한 24시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국립대학인 만큼 정부의 지원금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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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이나 처치실, 입원실 모습은 한국 동물병원과 비슷했습니다. 다만 공간이 훨씬 넓고 근무하는 인력이 더 많았습니다.

수술실은 총 30개였으며, 수술은 하루에 평균 40케이스 정도 진행됩니다. 수술실 안쪽을 음압으로 만들 수 있고, 공기흐름도 한쪽으로만 흐를 수 있도록 수술실이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수의테크니션과 함께 수의과대학 학생들도 많은 부분을 커버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다는 점입니다. 흰색 상의, 검정색 하의의 교복을 입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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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VIP고객이 방문했을 때, 원할 경우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잘 수 있는 VIP room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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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진료실 입구 모습입니다.

고양이 진료실은 개 진료실과 별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1층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개 진료실은 전부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양이 진료실은 왼쪽에 위치합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Cat Friendly Clinic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태국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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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 치과, 안과 등 15개의 세부 진료 과목이 있습니다.

각 진료과 앞에 또 다시 대기실이 있는데, 1층의 공통 대기실 만큼 크지는 않지만 개별 진료과 대기실 크기가 웬만한 우리나라 대학 동물병원 대기실 만한 크기였습니다.

이 날도 고객이 상당히 많았는데 ‘WSAVA’ 때문에 진료진 상당수가 자리를 비워 고객이 매우 적은 날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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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물병원에 흔히 있는 Observation room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을 수액을 맞는 동안 보호자가 함께 지켜보는 공간인데, 약 10여명의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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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를 위한 수중런닝머신입니다.

Kasetsart 동물병원 견학을 마치고 가까운 로컬 동물병원도 잠깐 방문했는데, 로컬 동물병원에도 수중런닝머신과 초음파 재활 치료기가 있었습니다. 재활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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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중 매우 인상깊었던 시설은 바로 ‘혈액 은행’ 이었습니다.

Wijit Sutthiprapa 수의사는 “아마 이곳이 전세계에서 가장 큰 동물 혈액 은행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이 헌혈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헌혈차에서도 헌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헌혈을 위한 헌혈차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로얄캐닌에서는 ‘고양이가 수혈 받는 모습’으로 핸드폰 충전기를 설치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단, 모든 동물이 헌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1~7살 ▲17킬로그램 이상(고양이는 4킬로그램 이상) ▲정규 백신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개체 ▲마지막 백신 접종 후 최소 21일이 지난 개체 ▲기생충 감염이 없어야 하며, 심각한 질병을 앓았던 병력도 없는 개체 ▲헌혈 기간 동안에는 심장사상충 예방을 제외한 어떤 약도 투약되지 않아야 함 등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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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Blood, Give Life’ 등 헌혈을 요청하는 많은 홍보물이 곳곳에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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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역시 대단했습니다.

64채널 CT와 1.5T MRI는 물론 SPECT(사진 아래)와 방사선치료 장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방사선 치료 장비(사진 위)는 장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규정에 맞는 차폐시설 등이 함께 갖춰줘야 하므로, 이곳에서는 아예 지하 1층 전체를 방사선 치료 시설로 만들어놨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방사선 치료 시설을 갖춘 동물병원이 없는 데, 몇몇 수의사님이 큰 관심을 보인 만큼 조만간 방사선 치료 시설을 갖춘 동물병원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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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밖에는 재활을 위한 수영장이 있었습니다.

흔히 관절질환이나 정형외과 수술 이후 “재활에 수영이 좋다”고 설명하지만, 반려동물이 수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 이 곳에서는 재활을 위한 수영장을 야외에 만들어놨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도 한 마리가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수영장은 사실 태국 국왕이 선물한 수영장 입니다. 아픈 자신의 반려견을 잘 치료해 준 KUVTH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왕이 직접 만들어 준 시설이죠.

KUVTH에는 뇌, 안과, 척추 등 6개의 특별 수술 분과가 있는데, 뇌 수술을 하게 된 계기도 국왕 때문이었습니다. 국왕의 반려견이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국왕에게 ‘뇌 수술은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의료진은 인의 뇌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뇌수술 방법을 공부한 끝에 결국 국왕의 반려견 뇌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 정도 노력을 하는 만큼 국왕이 ‘재활수영장’을 선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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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입니다.

동물병원 1층 로비에 있는 기념품 가게입니다. 동물병원과 Kasetsart 대학교 로고가 찍힌 옷, 컵, 가방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판매 수익은 병원 운영비와 동물보호 활동기금으로 사용됩니다.

한국 동물병원에서는 이러한 기념품 가게를 본 적이 없었던 만큼, 매우 신기했습니다.

태국은 국민의 95%가 불교를 믿을 정도로 강력한 불교 국가라고 합니다.

따라서 태국 국민들은 자연스레 ‘윤회 사상’을 믿고, 이 윤회 사상 때문에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길거리에 있는 개도 자신의 조상이 다시 태어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방콕 길거리에는 많은 개와 고양이가 있는데, 이들을 해치거나 위협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길거리 동물에게도 그렇게 하는데, 자신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도 그만큼 적겠죠? 이 때문인지 개들이 거의 짖지를 않습니다. 우리나라 동물병원의 경우 늘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KUVTH를 견학하는 내내 개 짖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수 많은 개들이 짖지 않고 그저 주인 옆에 조용히 있습니다(사실 제일 놀랐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날 “태국에서 동물병원 하고 싶다”고 말한 수의사들이 꽤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아픈 개를 발견하면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는 시민도 많다고 합니다. 이 때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고자 일정 금액의 기금이 구성되어 있고, 이 기금에서 진료비의 일부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또 재밌었던 점은 특수동물진료 케이스가 하루에 60케이스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호랑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병원을 찾고 있었습니다.

사실 KUVTH를 방문하기 전에는 ‘시설이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한국보다 수의사의 실력이나 동물병원 시설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동물병원에 방문해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국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탐방기]태국 Kasetsart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방사선치료·재활수영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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