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동물 생태계 교란 막고, 환경 단계에서 인수공통감염병 막는다
2026년 야생동물 질병 전문가 양성 워크숍 개최..수의대생 100여명 참석
2026년도 야생동물 질병 전문가 양성 워크숍이 7월 10일(금) 세종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은 야생동물질병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대학원(이하 특성화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원대, 전북대·제주대, 충북대, 서울대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100명이 넘는 수의대생들이 전국에서 모여 외래야생동물 대응과 야생동물 질병 예찰, 특수동물·동물원동물·야생동물 임상, 국제 학술 교류 등 야생동물 질병 관련 현안을 접했다.

2주기 야생동물 특성화대학원 순항
“수의사 공무원이 야생동물 정책 확장 큰 역할”
기후부는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통해 2021년부터 특성화대학원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3년 주기로 진행된 사업은 현재 2주기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이창규 원장은 “4~5년여간 특성화대학원을 지원하면서 야생동물 질병 분야의 많은 연구자들이 배출됐다”면서 “지난해부터는 각 특성화대학원별로 수행하던 커리큘럼이나 연구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워크숍을 통해 수의대생들이 야생동물 질병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특성화대학원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이날 워크숍은 국내외 전반의 ESG 동향을 전한 정연만 전 기후부 차관의 기조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기후부의 초대 생물다양성과장을 역임했던 김종률 전 기후부 자연보전국장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과 사육곰 종식, 외래생물 관리 등 야생동물 정책의 발전상을 소개했다.
김종률 전 국장은 “기후부에 온 수의사 공무원들이 야생동물과 질병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공을 살려 관련 정책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수의대생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밀수·유기 외래야생동물 생태계 위협하는데..보호시설은 이미 포화
과학적 근거 기반 생태계 교란 예찰·대비
외래야생동물 대응은 이날 야생동물 정책의 주요 축으로 소개됐다. 밀수·유기된 야생동물이 자연으로 방사될 경우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신종 질병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생태원 이혜림 선임연구원은 최근 크레스티드 게코 약 100마리가 유기된 사건을 소개하며 “외래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항만 밀수 과정에서 적발되는 등 불법과 연루된 외래야생동물은 국립생태원에 있는 ‘CITES동물보호시설’이나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갈 수 있지만, 이미 이들 수용시설은 포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2028년 강화된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른 동물원 허가제가 시행되면, 소규모 동물카페나 사육시설들이 운영을 포기하면서 외래야생동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연구원은 이들 밀수·유기 외래야생동물을 동물복지 수준이 높은 국내외 기관과 협력해 적절한 보호시설로 이관하는 방안과 함께 보호시설 추가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 백혜준 연구원은 외래생물 대응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분자유전학적 접근법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mtDNA를 동물의 종 동정에, nDNA를 외래종·토종의 잡종 판별에, eDNA를 광역적인 분포조사에서 활용한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반려 목적으로 들여온 외래야생동물이 유기되면 국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백 연구원은 중국줄무늬목거북(Mauremys sinensis)을 예로 들었다. ‘보석거북’으로 불리며 반려 목적으로 들어왔다가 유기됐고, 2012년 야생에서 처음 확인됐는데, 천연기념물인 ‘남생이(M. reevesii)’와의 교잡을 통한 유전자 오염 우려가 대두된 것이다.
백 연구원은 남생이와 중국줄무늬목거북이 함께 사는 서식지 5곳을 대상으로 143개체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nDNA 분석을 통해 잡종 여부를 판별한 결과 4곳에서 잡종 사례가 확인됐다. 나아가 유전자 염기서열분석보다 빠른 판별법을 개발하는 노력도 소개했다.
백 연구원은 “분자유전학은 외래생물 관리에서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종 동정에서 집단유전학 분석까지 외래생물 관리 전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 단계에서 인수공통감염병 막는다 ‘원헬스 정책 실행’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정혜성 연구관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중심으로 국내 야생동물 질병 감시체계를 소개했다.
최근 겨울마다 반복되고 있는 고병원성 AI는 야생조류(철새)를 통해 해외로부터 유입된 후 가금농가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조류뿐만 아니라 야생포유류 동물에 대한 예찰도 펼치고 있다. 2020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clade 2.3.4.4b H5N1형 고병원성 AI가 포유류로의 종간 전파를 활발히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2025년 3월 화순에서 발견된 삵 폐사체로부터 H5N1형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포유류 간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됐지만, 현장-실험실-방역대응이 연결된 사례로 꼽힌다.
SFTS는 원헬스 관점의 대응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당국은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된 야생동물에 부착되어 있는 진드기로부터 SFTS를 예찰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약 1%의 양성률을 보였다. 봄~가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양성이 다수 검출된 점이 특징적이다.
사람에서 SFTS 환자가 발생해도 농식품부-기후부가 공동역학조사를 벌인다. 지난해 충북에서 SFTS 감염 환자로부터 병원 관계자로 전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후 주변의 개·고양이뿐만 아니라 고라니를 대상으로도 예찰을 벌였다. 고라니에서 SFTS가 검출되진 않았지만, 원헬스 관점에서 대응 폭을 넓히고 있다.

전북대·제주대 특성화대학원을 이끌고 있는 한재익 전북대 교수는 야생동물, 동물원동물, 특수동물을 포함한 ‘Zoological Medicine(특수동물·야생동물의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Zoological Medicine을 가축화되지 않은 다양한 야생동물의 질병을 진단·치료·관리하는 수의학 분야로 설명하면서, 야생동물의 다양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임상의 기본 원칙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야생동물이 질병을 최대한 숨기는 특성(masking phenomenon)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임상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태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특징으로 지목했다.
한 교수는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와 정기적인 예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향후 Zoological Medicine이 수의사뿐만 아니라 사육사, 재활사, 임상병리사, 보전의학 연구자 등 다양한 직군이 참여하는 다학제적 분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원대 특성화대학원의 안상진 교수는 올해 10월 인도네시아로 예정된 아시아보전의학회(ASCM) 학술대회를 비롯한 야생동물의학 분야 국제 학술행사를 소개하면서 국내 수의사 및 수의대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했다.
손하나 기자 gksk87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