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따위 없다’ 우리는 모두 적이면서 동료
“서로 다른 생각, 다른 걸음으로 걸어왔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위를 넘어 함께 웃고, 달리고, 땀 흘릴 한마음 체육대회의 시작을 선언합니다!”
5월 20일(화) 사회자를 맡은 김상규(본3), 정진(본3) 학생의 개회 선언으로 경북대 수의대 한마음 체육대회의 시작을 알린다. 짝수와 홀수 학년으로 팀을 나누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한 학년이 한 팀이 되어 서로 다른 색의 반다나를 차고 경기에 참여한다.


이날 오전에는 예선전, 오후에는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첫 번째 경기는 축구 예선, 승부차기로 진행되는 예선전에서 이원재 교수(수의산과학)의 강력한 슛이 골문을 흔든다.
“……와!!” 강력한 슛에 놀란 학생들의 뒤늦은 함성이 터져 나온다. 예과 1·2학년, 본과 4학년이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본과 3학년이 패자부활전에서 치열하게 슛을 10번이나 주고받으며 간신히 본선 티켓을 따낸다.
다음 순서는 피구 예선, “던질까 말까” 공을 잡고 코트를 돌며 선후배는 물론 교수도 위협하는 학생들의 섬뜩한 웃음은 조커를 연상케 한다. 삼파전으로 진행된 피구에서는 최강자인 본과 4학년이 나머지 두 팀의 협공을 받아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나며 본과 2·3학년이 결승에 진출한다.


줄다리기에서는 박병용 동창회장과 교수진이 대거 참전하며 사회자가 소리친다. “와 이건 별들의 전쟁이에요! 이게 엘 클라시코에요!” 이만휘 학장의 힘찬 진두지휘는 물론 교수와 학생들이 밧줄에서 바드득 끊어지는 소리가 날 정도로 전력을 다한 결과 예과 1학년, 본과 2·4학년이 승리한다.
오전 마지막 경기는 100m 달리기, 앙증맞은 자세로 여자부에 나온 건장한 남학생이 잠깐 웃음을 선사하고 돌아간다. 남자부는 이도경 학생(본3), 여자부는 안준영 학생(예1)이 1등으로 들어오며 후원받은 닭강정 상품을 따낸다. 특히 안준영 학생은 본과 3학년 대표로 나온 친언니를 제치며 젊은 피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전년도 학생회장인 이정현 학생(본3)은 “모두 더운 날씨에도 참여해 줘서 감사하고, 점심 맛있게 먹고 오후에도 재밌게 참여하기를 부탁드린다”며 오전 일정을 마무리한다.

먹을거리도 즐길거리도 풍부하게 준비…지루할 틈 없다
이날 점심은 대구시수의사회, 동창회, 보비벳에서 후원해주는 고품질 도시락이다. 공짜 도시락에 학생들은 더위도 잊고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다. 그뿐 아니라, 시원한 논알콜 캔맥주가 제공되며 학생들은 축제 분위기를 낸다.
운동장 옆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학생과 교수들이 소화도 시키고 선후배들과의 놀이를 즐긴다. 임상학술동아리 프리벳(Prevet)에서 준비한 동물 타투샵에서는 사탕도 먹고 여러 귀여운 동물들을 몸에 새기고 사진을 남긴다.
‘수탑원: 수의대의 Top one’ 부스에서는 팔굽혀펴기, 플랭크, 팔씨름, 농구, 악력, 유연성 등 다양한 능력을 선보이며 기록을 대결한다. 외에도 블로우 건 체험, 물풍선 넣기 등 다양한 게임의 부스가 운영된다. 모든 게임이 호응이 좋지만 특히 물풍선 넣기 게임이 인기다. 한 명이 물풍선을 던지면 다른 한 명은 물풍선이 터지지 않도록 바구니로 받아야 한다.
물풍선이 터지지 않도록 던지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합이 중요하지만, 이 기회를 틈타 일부러 세게 던져 물폭탄을 선물하는 모습에 모두들 크게 웃는다. 물에 젖은 사람은 다시 물폭탄을 선물해주고 사이좋게 더위를 식히며 활짝 웃는다.

34도의 폭염보다 뜨거운 열정, 우리는 이열치열
오후에는 운동회의 우승을 결정짓는 본선이 시작된다. 5월임에도 34도를 기록하며 뜨거운 햇빛이 운동장을 데우지만, 교수진과 학생들의 승부욕은 더욱 불타오른다.
오후 첫 경기는 축구 결승전, 예1·본4, 예2·본3이 짝을 이루고 교수들이 참여하며 팀을 이룬다. “응급 슛! 응급 태클!” 구윤회 교수(수의응급의학)의 기습적인 슛과 날카로운 태클에 학생들이 기술 이름을 지어준다. 결국 결과는 2대2 동점, 승부차기의 마지막까지 가서야 결국 예1·본4 팀이 우승한다.

이어지는 피구 결승, 교수들과 학생들이 각 사이드에 골고루 분포하며 공을 돌리는 전략으로 본과 3학년이 우승한다. 전략의 승리에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환호하며 기뻐하던 중 곽동미 교수(수의기생충학)가 쏘는 치킨이 도착한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족구는 교수 팀, 홀수학년 팀(예1·본1·본3), 짝수학년 팀(예2·본2·본4) 삼파전을 펼친다. 발뿐만이 아니라 머리까지 온 몸을 쓰며 공을 넘겨내는 모습을 보며 사회자가 감탄한다. “공부할 때보다 머리를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이게 진짜 두뇌게임이죠”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쫓고 쫓기는 싸움을 지속하다 결국 모두 비기며 끝이 난다.


마무리는 역시 운동회의 꽃인 계주이다. 올해는 1m짜리 바통을 들고 뛰는 ‘여의봉 계주’로 압도적 크기에 주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기도, 헛웃음을 짓기도 한다.
“셋 둘 하나 출발!” 시작을 알리는 깃발과 함께 본3·본4 연합팀이 앞서 나간다. 바통을 이어받은 교수진 또한 학생들 못지않게, 어쩌면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달린다. 결국 본3·본4 연합팀 임태운 학생(본4)이 1등으로 들어오며 운동회의 대미를 장식한다.
각 종목의 점수를 합산한 결과 예과 1학년의 우승으로 운동회가 끝이 나며 이만휘 학장의 폐회사로 마무리된다. “경기 결과와는 관계없이, 서로를 응원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우리 학과의 끈끈한 정과 단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색의 반다나를 차고 있는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이 사이 좋게 모여 있다. 최선을 다한 경기와 폭염에 몸은 힘들지라도 모두들 밝은 얼굴을 하고 있다.
오늘 모든 종목에 참여한 이도경 학생(본3)은 “몸은 힘들지만 그 이상으로 재밌게 즐기고 배부르게 먹었다”며 “운동회를 준비해준 후배들과 음식을 지원해주신 교수님들, 선배님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박성오 기자 1231bil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