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실` 수의학 교육만 전담할 교수·행정기구 필요하다

교육학 전공교수 둔 의대만 25곳..신임 수의교육학회장에 남상섭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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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교육학회가 지난 1월 25일 충남대 동물병원에서 개최한 2022년도 워크숍은 ‘교육실’에 초점을 맞췄다.

수의대 커리큘럼 개편과 같은 큰 업무뿐만 아니라 교수법·학습법 개발, 교수의 교육역량 증진, 학생지원 등을 다각도로 추진하려면 전담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학회에 따르면, 국내 40개 의과대학 중 25개소가 의학이 아닌 교육학 전공 교수를 채용했다. 교육지원뿐만 아니라 의학교육 자체를 연구·개발하는 의학교육학교실을 따로 두는 의대도 늘고 있다.

이승희 서울대 교수

의대로 간 교육학 전공자들

통합·나선형 교육을 탑다운 방식으로 적용해야

이날 초청강연에 나선 이승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입학, 학생평가, 교육평가, 교육과정 개편 등 실질적인 교육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에만 헌신할 수 있는 전담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아닌 교육학 전공자인 이승희 교수는 연대 의대를 거쳐 서울대 의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학교육 분야에서만 16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의학교육은 이미 2010년대 초반에 역량바탕교육으로 전환해 해당 교과과정을 평가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조만간 기존 2+4 학제가 변화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탑다운 방식 ▲통합·나선형 교육 ▲학생 포트폴리오 등을 역량바탕 교육의 주요소로 지목했다.

의학·수의학은 기초지식부터 환자진료까지 모두 연결된다.

기존의 수의학교육이 학년별 과목만 구성해두고 실제 연계는 학생·수의사 개개인의 역량에만 맡겨 두었다면, 최근에는 수의학 교과과정과 실제 교육내용에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목별로 무엇을 가르치고, 교과과정 전후의 다른 교육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는 개별 과목, 개별 교수에게 맡기기 어렵다. 교과과정 전체를 두고 설계해야 한다.

이 교수가 대학 차원의 위원회·기구를 통해 교과과정 전반을 설계해 제시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탑다운 방식으로 제시할 교과과정 형태로는 통합·나선형을 제시했다. 과거에 기초의학을 다 배우고 임상의학과목으로 넘어갔다면, 이제는 기초·임상 내용을 함께 다뤄야 한다는 것.

각 학년이 이전 학년의 주제를 다시 다루되 더 높고 복잡하게 확장해나가는 나선형 교육과정이다.

포트폴리오 형태의 교육도 강조했다. 학생 스스로 무엇을 배웠고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점검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해도 연대 의대에서는 1천 페이지가 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낸 학생이 나왔다”면서 “앞으로는 포트폴리오가 (의학교육의) 대세가 될 것이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컨소시엄도 구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료 : 이승희 교수)

학생이 수업을 동료평가(PEER REVIEW)한다?

수준미달 수업은 퇴출

이날 초청강연에서는 의대 선후배 사이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버려야 할 수업’을 실제로 퇴출시킨 사례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PPT로 구성된 강의내용과 실제 강의 녹화본, 강의계획서를 학생과 교육실이 이중으로 평가했다.

학생들은 본과 1~4학년별 대표자 지원을 받아 호텔에서 합숙하며 강의를 평가했다. 교육실에서는 교육실 담당자와 각 과목별 전공자, 비전공 의사가 함께 동료평가에 나섰다.

그 결과 양쪽 모두에서 최하위로 평가된 수업의 교수진은 강의에서 배제하는 대신 교수법 교육을 받도록 했다. 강의평가가 실질적인 효력을 갖게 만든 셈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받은 교육은 점검하고 대안도 내놓게 했다”며 “일종의 동료평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전임교수 고사하고 전담인력조차 두기 어려운 수의대 교육실

이날 이 교수가 소개한 국내 의대의 의학교육기구는 대학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전임교수, 겸임·연구교수, 조교, 행정직원 등 5~10명으로 구성됐다.

조직도 교육실뿐만 아니라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나 학생들을 지원하는 별도 기구 등으로 다양하다.

이 교수는 “의대에서는 혜안이 있었던 일부 대학에서 교육 전공자를 채용하는 등 좋은 변화가 선행됐고, 이를 바라보던 다른 의대까지 변화를 원하면서 인증평가기준에 반영되며 (의학교육 개편이) 실현되어 갔다”고 전했다.

반면 수의대의 교육기구는 아직 열악하다. 그나마 건국대, 서울대 등이 교육실을 수 년간 운영해오고 있지만 타 과목 교수가 교육실 업무를 겸임하는 구조인데다, 전담 행정인력도 1명에 그친다.

이날 학회에 따르면, 다른 수의대의 사정도 별반 나을 것이 없다. 1주기 인증평가를 거치며 대부분의 대학이 명목상으로라도 교육실을 만들었지만, 인증 업무만 담당하는 일시적인 기구로 여겨지거나 전담인력을 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담 교수는 고사하고 조교나 행정인력 1명 두기 어려워, 연구예산 등에서 차용하는 실정이다.

수의대의 의대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대는 거대한 대학병원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교수도 훨씬 많고, 기회만 주어지면 강의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펠로우 이상급 인력도 많다.

서울대 수의대 교육실장을 맡고 있는 천명선 교수는 “결국 교육실은 손발이 되어줄 뿐 (수의학 교육에 대한) 학장·부학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각 수의대의 교육기구들이 모여 관련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남상섭 신임 수의교육학회장

신임 수의교육학회장에 남상섭 건국대 교수

한편, 수의교육학회는 이날 2022년도 정기총회를 함께 열고 남상섭 건국대 교수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남 교수는 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매년 실시하는 수의학교육 개선 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교육학 석사학위과정을 별도로 이수할만큼 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남상섭 신임 회장은 “수의교육학회가 학회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업계획과 조직구성을 조만간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실` 수의학 교육만 전담할 교수·행정기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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