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라면 대응할 줄 알아야 할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

수의교육학회 연구진, 진료수행항목 초안 설정 ‘임상교육 순서 뒤집기’ 출발점

등록 : 2021.08.25 05:51:23   수정 : 2021.08.25 09:57:21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토해요’ ‘오줌을 자주 싸요’ ‘눈이 빨개요’

보호자·환자가 호소하는 주증상으로 수의학교육의 기준점을 재조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수의교육학회(회장 이기창) 연구진은 24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7차 회의를 열고 진료수행항목 초안을 잠정 확정했다.

초안에 포함된 보호자의 주호소, 환자의 주증상은 67개다. 수의사라면 최소한 67개 주호소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증상에서 시작해 원인을 찾아가는 실제 진료 순서에 교육 순서도 맞춘다

수의대생이 수의과대학에서 익혀야 할 진료역량은 크게 ‘진료수행’과 ‘임상실기’로 나뉜다.

이중 어떤 임상실기를 반드시 배워야 하는지는 지난해 구체화됐다. 동물의 보정부터 각종 신체검사, 채혈, 수술절차, 심폐소생술 등을 포함했다.

‘진료수행’은 보호자나 환자의 주호소(chief complaint), 주요 증상에서 출발한다. 증상에서 출발해 병력청취, 신체검사, 추가적인 정밀검사, 감별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는 실제 진료의 순서에 교육을 맞추기 위해서다.

고전적인 임상교육은 질병이나 병원체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울혈성 심부전이나 천식 등을 배울 때 ‘숨쉬는 게 이상하다(호흡곤란)’는 증상이 내용에 포함되는 식이다.

반면 진료수행은 순서를 뒤집는다. ‘숨쉬는 게 이상하다’는 보호자의 주호소를 시작으로 원인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가령 숨쉬는 게 이상한 환자를 만난 수의사는 호흡곤란의 원인이 호흡기계에 있는지, 심혈관계에 있는지, 그 외에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감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호자로부터 반드시 파악해야 할 병력이 있다. 청진 등 우선적으로 필요한 신체검사도 있다. 보다 세부적인 감별을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면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처럼 수의사는 주증에 따라 감별진단목록을 떠올리고 문제해결방법을 구조화(scheme)해야 한다. 병원체의 특성이나 치료법, 예후평가 등의 지식도 이 구조 위에 쌓여야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

숨소리가 이상하다(숨쉬는 게 이상하다)는 주호소에서 출발해
감별진단목록을 세우고 그에 따라 병력청취, 신체검사 등을 실시하는 문제해결역량을 구조화한 진료수행지침 예시
(자료 : 이기창 교수)

보호자 주호소+수의사가 발견한 주요 증상까지..67개 항목 초안

의학교육은 이미 이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전적인 방식으로는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환자 상황에 따라 적합한 지식을 꺼내어 쓸 수 있을지 없을지를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의학계의 기본진료수행지침은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 활용된다. 주증별로 반드시 체크해야 할 병력을 청취하는지, 신체검사를 어떻게 실시하는지를 환자역할 배우를 섭외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이 올해 진료수행목록을 추린 것도 이를 위해서다. 일단 목록을 확정하고, 추후에 각 항목별로 진료수행지침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만 환자의 표현에 초점을 맞춘 의학교육과 달리, 보호자의 주호소 이외에도 수의사가 신체검사 과정에서 포착하는 주요 증상까지 포함시켰다.

말 못하는 동물 환자에게서 보호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수의사가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상증상을 알아내 진료가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의교육학회 연구진이 초안으로 작성한 진료수행항목.
진료실에서 보호자가 하는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지난 4월부터 7차례의 온·오프라인 회의를 거쳐 67개의 항목을 구체화했다. 2019년에 수행했던 진료역량 학습성과 연구에서 제시했던 주요 증상을 기준으로 진료수행항목을 도출했다.

가령 ‘구토’와 ‘역류’는 감별해야 할 서로 다른 증상이다. 하지만 보호자가 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냥 ‘토해요’라는 호소로 귀결된다. 진료수행항목도 ‘토해요’로 구체화된다. 그 안에서 구토와 역류의 감별을 구조화하여 다루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날 갈무리된 초안을 바탕으로 9월초 전국 수의과대학 임상교수진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일선 임상수의사와 수의대 재학생에게 설문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용준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장은 “의학교육계의 진료수행지침처럼 수의임상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유용한 교육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