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0개의 캠퍼스, 하나의 수의과대학으로 / 신성식

(가칭)한국수의과대학 컨소시엄을 제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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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신성식

2019년 4월 15일 우리나라 수의과대학 역사상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헌신적인 노력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수의사회(AVMA) 교육위원회의 수의학교육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늦었지만 인증과정에 노력을 쏟은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동문들께 축하를 드린다.

과거 농과대학 소속이던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이 모두 단과대학으로 승격한 것이 수의학 발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면, 이제는 서울대학교가 세계적인 수의과대학으로의 발돋움에 모범을 보였다.

하지만 제반 환경이 열악하기만 한 대부분의 지방대 수의과대학으로서는 미국수의사회 수의학교육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실로 요원한 일이다.

어느결에 연구실적을 SCI급 저널에 내는 것이 일상화됐을 정도로 각 수의대 교수진의 연구실력은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지만, 서울대 수의대를 제외하면 9개 수의대의 전임교원 수는 평균 26.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지방 국립대에 소속되어 있는 수의과대학들은 미니 사이즈로 인한 피해가 크다.

자연대, 공대, 농대 등 학생이 많은 대학은 본부로부터 받는 예산지원도 크다. 반면 수의과대학은 아무리 입시성적이 좋고 취업률이 높아도 한 학년 학생수는 50여명에 불과하다.

학생 수로 예산을 책정하는 대학본부로부터 받는 예산의 규모는 수의과대학내 1개 교실의 평균 연구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 본부의 지원을 받아 수의대의 수준을 높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열악한 교육시설과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수진의 부족이 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수의과대학별로 전임교수를 1~2명 증원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는 상황이다. 전임교원만 해도 2017년 기준 평균 145.2명인 미국의 수의과대학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미국의 수의학교육인증은 수의과대학의 조직, 재정, 시설, 임상자원, 교육프로그램, 입학제도, 학생, 교수, 연구, 교과과정 및 교육성과 평가 등 11개 분야에 대해 규정된 기준을 충족한 학교에 부여된다.

2019년 현재 미국의 30개 수의과대학, 영미권 16개, 유럽과 중미지역 4개대학과 아시아지역에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유일하게 인증을 받았다.

미국수의사회 인증을 친미 성향의 정치적인 관점으로 보기 보다는 양질의 대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로,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프로그램으로 공인을 받는다는 의미로 바라봐야 한다.

*   *   *   *

(가칭)한국수의과대학 컨소시엄

이에 (가칭)한국수의과대학 컨소시엄 (Korean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러한 컨소시엄을 설립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는 이미 구축이 되어 있다.

전세계 교육시스템을 위협한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필자도 2020년 3월부터는 현재 소속된 전남대 수의대 학생들에게조차 담당과목을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있다. Zoom와 유튜브 생방송을 이용한다. 대면수업 시 혹여라도 수강생들 사이에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대면으로 진행해야 하는 실습도 한꺼번에 하지 못한다. 2~4개 조로 나누어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의사회 연수교육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현재 서울대 수의대에 담당교수가 공석인 수의기생충학 과목을 작년 2학기부터 강의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필자가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강의를 할 수 있다. 온라인시스템 덕분이다. IT강국 한국의 프리미엄을 교육계가 누리고 있는 셈이다.

대면수업이 여전히 가장 좋은 교육 방식 중 하나이지만, 온라인 교육의 이점 또한 상당히 많다. 끝을 모르는 다양한 주제와 디테일하고도 매우 유용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유튜브가 문서 기반의 인터넷 사이트들을 뒤이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단적으로 이를 증명한다.

 

컨소시엄에서 구현할 교육프로그램의 컨셉

이미 교수 자신이 속한 대학의 학생들에게 조차도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것이 일반화된 지금,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지방이든 서울이든 상관없이 우수한 수의학 교육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전국의 수의과대학들의 전임교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 하나의 과목을 팀티칭 형식으로 온라인 기반에서 강의하는 것이다.

각 대학별로 수의과대학 조직과 행정은 그대로 두지만, 10개 수의과대학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온라인 상에서 수의과대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개념이다.

국내 수의과대학의 전임교원은 대학별로 20~35명에 불과하다. 국내 10개 수의과대학을 합쳐도 미국의 1~2개 대학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운영하면 최소한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의 수의과대학 교육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각 대학별, 특히 지방 수의대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여 전국 모든 수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양질의 표준화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모든 이론강의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실습은 온라인 상에서 공통으로 진행하고, 실습 내용 중 반드시 대면으로 진행해야 할 부분은 각 대학에서 해당 과목의 담당교수가 진행하면 된다.

각 대학별로 교수는 자신이 맡은 교과목의 담당교수로 그대로 있지만, 실제 강의진행은 전국 수의과대학의 동일 교과목 담당교수들이 분담하여 온라인상에서 팀티칭으로 강의를 하는 것이다.

컨소시엄 공통 필수 교육프로그램과 각 대학별로 진행하는 선택교과목으로 나누어 운영할 수도 있다.

과목마다 각 대학들의 담당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수집하거나 제작한 멀티미디어 컨텐츠들을 모두 모아 유튜브 등과 같은 곳에 공통강의안으로 올려서, 학생들이 수업시간 전에 학습한 후 들어오게 할 수 있다. 담당교수는 Q&A나 사전에 듣고 들어온 강의에 첨언/보충을 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형태로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각 대학의 과목 담당 교수들은 자신이 맡은 분야의 강의의 질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다.

50명이던 수강생이 10개 수의과대학 520명으로 늘어나면, 그 책임감이 막중해지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교육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강의를 준비할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학생들은 훨씬 질이 좋은 국제적 수준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실습의 경우, 각 대학에서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만일 여건이 가능하고 해당 과목의 교수들이 동의한다면 대학별로 특화된 실습 내용으로 라운딩을 진행할 수도 있다. 특히 임상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화된 수의학교육의 구현 가능

이렇게 한국수의과대학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운영하면 자연스럽게 수의학교육의 표준화를 구현할 수 있다.

전국의 수의과대학 교수가 참여하게 되면 그동안 각 수의과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각기 다르게 운영해 오던 교육 커리큘럼을 하나로 일치시켜야 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점은 그동안 고질적으로 난제였던 우리나라 수의학 교육프로그램의 낙후된 현실을 한 번에 개선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한수의사회의 교육분과 위원회에서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현장에서 꼭 필요로 하는 교육을 요구하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국제적 수준의 수의학교육 프로그램 운영

업무와 관련하여 해외 출장을 가거나 학회에 참석하여 전 세계의 많은 대학교수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주눅이 들었던 점은 내가 속한 대학의 규모를 말해야 할 때였다.

단과대로서의 수의과대학의 규모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설과 인력인데, 각 대학별로, 특히 지방대의 경우 평균 26.3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할 때 그들의 표정에서 읽혀지는 무시하는 태도는 항상 나를 분개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칭 한국수의과대학을 운영하면 최소한 교육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모든 수의과대학이 하나의 수의학 교육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 수업의 장,단점과 극복방안

대면수업은 모든 수강생들이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그 반응을 보며 강의를 할 수 있다. 학생들도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온라인 강의는 그러한 생동감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마치 야구 경기에서 코리안시리즈를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것과 거실에서 TV로 보는 것의 차이 같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들로서는 뒷자리에 앉아 잘 보이지 않는 글씨를 걱정하여 로얄석을 놓고 학기 초마다 자리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어느 자리에 앉든, 자택의 책상, 카페, 등 장소에 상관없이 인터넷이 되는 곳은 전 세계 어디서나 수강할 수 있다. 비록 온라인이기는 하지만 열정적인 교수의 표정을 대면 강의실에서보다 훨씬 가까이 보며 수강할 수 있다.

또한 각 대학과 교수의 정책에 따라서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강의를 자동으로 녹화하여 대면수업에서는 어려운 ‘다시 보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아울러 온라인, 특히 유튜브 생방송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동시접속자의 수가 500명이든1,000명이든 상관없이 우수한 화질과 음질을 학생들이 사용하는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들 중의 하나다.

온라인 수업의 또다른 단점으로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의 즐거움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이 부분은 이미 COVID19 상황으로 겪은 일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우는 20학번 수의예과 신입생들은 개강 첫날부터 온라인수업 체제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캠퍼스 생활이라는 것은 아예 없었고, 대면으로 기말고사를 치룰 때에 비로소 캠퍼스에 들어설 수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입학동기들의 얼굴 조차도 대면하여 볼 수 없었고, 동아리 활동을 포함하여 MT, 미팅, 축제 등과 같은 캠퍼스 생활의 즐거움과 낭만 같은 것도 누릴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수의과대학 컨소시엄 시스템 하에서는 이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록 이론 강의들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실습과 Q&A 세션들은 각 대학에서 대면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고,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면 강의를 제외한 모든 캠퍼스 활동들은 재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이론 강의도 학생들이 원한다면 강의실에 모여서 함께 수강할 수도 있다.

 

실현을 위한 기획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그동안 제한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한국수의과대학교수협의회나 수의과대학학장단 모임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만들어 진행하되, 교육부에 시범사업을 제안하여 재정지원을 받으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교육프로그램을 하나로 일치시키고, 과목별로는 대학마다 해당 교과목 담당교수들이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모여 교육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하는 것을 연차적으로 구현하면 된다.

교육부로서도 대학, 특히 지방대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 어려운 과업을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고 시범사업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많다.

교육프로그램은 컨소시엄 홈페이지를 만들어 모든 학사과정과 온라인 강의실을 운영하면 된다.

그동안 각 대학별로 온라인 교육용 서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여 시범적으로 진행하거나 대면강의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여 오고 있었지만, 코로나19가 터져 대면강의가 100% 온라인강의 체제로 돌아선 2020년 1학기 이후 짧은 기간동안 비약적인 발전이 일어났다.

초기에는 한꺼번에 하나의 서버로 대학의 모든 강의를 소화하려다 보니 강의실 접속이 자주 끊기거나 아예 먹통이 되었고 화질·음질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대용량의 과제를 서버가 소화를 하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대부분 개선되고 안정화되어 가고 있어 대부분의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소되고 있다. 화질이나 음질도 데스크탑 사용기준 10-20만원 정도의 PC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하면 유튜브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다.

강의 컨텐츠가 문제이지, 더이상 열악한 장비와 시설을 핑계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국내, 외적으로 좋은 솔루션들이 다수 출시된 것도 한 몫을 하였다. 현재 국내 국립대급 대학교들이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강의용 솔루션들은 모든 단과대학과 소속 학과들이 한꺼번에 진행하는 강좌들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런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을 이용하면 컨소시엄이 진행하는 본과/예과 강좌들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

*   *   *   *

마무리하며

인터넷은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이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수한 양질의 지식과 통찰을 받을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컨텐츠 제공자로서 자리잡을 수도 있으며, 자신만의 컨텐츠로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아직도 움직임이 굼뜨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와는 달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것은 우수한 컨텐츠가 들어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라 학벌과 졸업장이 더 중요하게 되어 가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의 수의과대학이 모여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표준화된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구현함으로써, 오프라인 대학 캠퍼스에서 온라인 교육 플렛폼으로 급변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교육시장의 흐름에서 뒤쳐지지 않고 수의학 분야의 양질의 지도자를 양성해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10개 수의과대학이 함께 온라인 강의하자` 실현 접근법은 [인터뷰] 참고 – 편집자주>

[칼럼] 10개의 캠퍼스, 하나의 수의과대학으로 / 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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