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코로나19 진단·백신·치료제 개발 앞장선다

서울대 수의대 ‘COVID-19와 수의사의 역할’ 온라인 콜로퀴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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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학장 서강문)이 4일 ‘COVID-19와 수의사의 역할’을 주제로 온라인 콜로퀴움을 개최했다.

이날 콜로퀴움에는 코로나19 진단, 백신, 치료제 개발 일선에서 활약하는 업계와 학계의 수의사들이 연자로 나서 최신 경과를 공유했다.

전세계로 4억개를 공급한 진단제품부터 임상시험에 진입한 백신, 줄기세포를 활용한 위중증 환자의 치료 가능성까지 제시됐다.

서강문 학장은 “미국에서는 의사와 함께 수의사가 코로나19 대응의 중심에 서있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수의사의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수의사가 진단기술, 백신, 치료제 개발에 이바지하고 있다. 수의사의 능력과 역할을 알리고 관련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응의 수의사 역할을 조명하는 콜로퀴움을 개최한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학장

전세계에 코로나19 진단제품 4억개 공급, 국내 첫 반려견 감염환자 검출

동물 코로나19 진단에는 당국-업체 협업 ‘K-방역’ 작동 안 해 아쉬움도

바이오노트와 SD바이오센서는 동물과 사람의 체외진단제품을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진단제품을 개발해 전세계에 공급했다.

확진에 필요한 PCR 키트뿐만 아니라 항원진단키트, 항체진단키트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

조병기 바이오노트 대표는 “현재까지 4억개 이상의 코로나19 진단제품을 전세계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조제열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프로탄바이오는 국내 반려견에서 첫 코로나19 감염환자를 찾아내 눈길을 끌었다. 동물용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를 개발해 검증작업을 진행하던 중 확진자 가정의 반려견에서 양성반응을 확인했고, RT-PCR로 확진했다.

프로탄바이오는 코로나19 감염환자의 항체진단키트를 개발해 미국 FDA의 허가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백신접종 후 항체 형성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키트도 개발했다.

조제열 교수는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1회차 접종 30일 후에는 검출되지 않던 항체가 2회차 접종 후면 잘 검출된다”며 “(화이자 백신이) 2회 접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오진식 메디안디노스틱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질병관리본부와 인체 진단기업은 협업을 통해 진단에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공급했다”며 “동물에서 감염사례가 나왔지만 동물질병진단기업과 정부는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는가. 사람에 비해 중요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해도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프로탄바이오는 코로나19 백신 항체 형성 여부를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 미국 허가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 : 조제열 프로탄바이오 대표)

수의사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임상시험 앞둬

백신주권’ 국산백신, 느려도 반드시 필요

백신 제조, 바이오의약품 CRMO 사업을 벌이는 유바이오로직스의 백영옥 대표도 수의사다. 백 대표는 이날 콜로퀴움에서 자사 코로나19 후보백신 유코박19(EuCorVac19)의 개발경과를 소개했다.

유전자재조합 백신인 유코박19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될 때 부착하는 결합부 단백질만 항원으로 채택했다. 유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면역증강 기술과 항원전달 기술을 적용해 불필요한 항체 형성은 최소화하면서 방어력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백영옥 대표는 “지난달 국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이달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며 “상반기 중에 임상 1,2상을 마치고 하반기 3상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휴벳바이오, 옵티팜, 고려대, 생명공학연구원 협의체도 유바이오로직스(CDMO)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전임상시험이 마무리단계로 올해 상반기 내로 임상시험계획 승인이 목표다.

송대섭 고려대 교수는 “국산백신이 조금 느리긴 하지만 백신주권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26억~31억명이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내로 백신을 통한 코로나19 종식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줄기세포치료제가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을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자료 : 강경선 서울대 교수)

전장유전체연관분석, 줄기세포..신기술 적용 모색

강스템바이오텍은 제대혈 줄기세포를 활용해 류머티스관절염, 아토피피부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을 설립한 강경선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막기 위해 줄기세포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위중증으로 악화되면 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로 인해 사망하게 되는데, 줄기세포치료제가 타겟으로 삼는 자가면역질환의 염증반응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는 것이다.

강경선 교수는 최근 학술지에 발표된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대조군(42%)의 두 배에 달하는 91%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강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은 53건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전무하다”며 “강스템이 개발한 퓨어스템RA주를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적용해보고 있어 조만간 관련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전체분석 전문기업 디엔에이링크의 이종은 대표는 코로나19에 대한 개인별 반응이 다른 원인을 연구하는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 동향을 소개했다.

GWAS는 특정 질병에 걸린 사람과 아닌 사람들의 전체 유전체를 대조해 연관성이 있는 유전자 마커를 찾아내는 연구 분야다. A유전자 마커를 가진 사람이 B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식으로 질병 대응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개체차는 관심의 대상이다. 확진자와 함께 접촉했는데 전염 여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과도 연관이 있지만,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작용한다면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종은 대표는 “54개국의 과학자 2천여명이 컨소시움을 통해 코로나 환자 3만명, 대조군 150만명 규모의 GWAS를 기획하고 있다”며 “디엔에이링크도 이에 참여해 한국 환자 1천명의 검체를 수집했다”고 전했다.

이종은 대표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감수성뿐만 아니라 치료반응, 백신효과에 대한 유전자 마커를 분석할 수 있다”며 “보다 취약한 집단을 집중관리하는 방식으로 질병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상준·김은지 기자 ysj@dailyvet.co.kr

수의사가 코로나19 진단·백신·치료제 개발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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