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의학교육 실습 부족 `코로나 학번 낙인 찍힐까` 걱정

수의교육학회, 수의대생 비대면교육 경험·만족도 조사..녹화 강의 선호, 실습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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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2학기마저 비대면 교육으로 출발한 가운데, 온라인 강의에 대한 수의대생의 만족도 조사가 실시돼 주목된다.

학생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비대면 교육 필요성과 편의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습교육 부족, 교수 간 강의 질 편차 등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한국수의교육학회(회장 이기창)는 전국 수의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상황의 비대면 수의학교육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8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수의대생 1200여명이 참여했다.

실시간 강의보다 녹화 강의 선호

실습교육 부족에 ‘코로나 학번’ 낙인 찍힐까 걱정

이번 조사에서 학생들은 실시간 강의(2.8점/5점척도)보다 녹화 강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의 영상과 PPT 자료가 포함된 사전제작 강의(3.76점)가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응답자의 서술형 응답에도 이 같은 인식이 드러났다.

온라인 강의에 만족한다는 응답의 상당수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들을 수 있다’,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반복 학습할 수 있다’는 등 녹화 강의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실시간 강의를 더 선호한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지만, 녹화 강의를 늘려달라거나 실시간 강의도 아카이브화 하여 복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가 반복됐다.

출결에서는 온라인 강의로 ‘더 성실히 참여했다’는 응답이 66%로 다수를 차지했다. 통학으로 인한 부담이 줄어든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대면 교육의 효과 부분에서는 ▲수의학 지식 습득 ▲수의사로서 필요한 술기 습득 ▲국가시험 준비 ▲교수와의 소통 ▲교우 관계 ▲진로 선택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이 더 많았다.

특히 실습 교육에 대한 불만이 컸다.

비대면 교육이 술기습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은 절반을 넘었다(59.4%).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요인에서도 ‘실습 부족으로 인한 실기 미숙에 대한 걱정’이 48.9%로 1위를 차지했다.

한 응답자는 “실습 부족으로 인해 졸업 후 로컬에서 코로나 학번으로 낙인 찍힐까봐 걱정”이라고 답했다.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실습 교육 부족 현상이 고쳐지지 않으면 졸업생들의 전반적인 역량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수의학 특성상 비대면 실습을 채택하기 어려운 과목이 많다. 일부 교수진은 실습내용을 녹화하여 공유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직접 동물을 다루는 대면 실습에 비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는 1학기에 더 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실습의 재개 여부가 방역상황에 따라 연거푸 미뤄지면서다. 결국 실습수업의 볼륨이 줄어들거나, 학기 후반에 몰아서 진행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실습교육 부족에 대한 불만은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습교육이 축소됐는데 등록금은 왜 동일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다른 응답자는 “비대면으로도 실습할 수 있는 방식이나, 소수의 학생들은 로테이션 해가면서라도 실습할 수 있는 장을 학교에서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기응변식 대응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비대면 교육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험은 오프라인 선호..강의별 비대면 교육 품질 편차 지적

코로나19는 시험에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시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54.5%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 학기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며 다수의 대학이 중간고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기말고사도 결국 일부 온라인으로 진행된 점을 반영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시험을 더 선호했다. 온라인 시험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학생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온라인 시험이 오프라인 시험에 비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응답(34.3%)도 공정하다는 응답(26.7%)에 비해 높았다.

대부분의 학생이 특별한 부정행위없이 온라인 시험에 참여했다고 응답했지만, 단체 메신저방을 활용하거나 일부 학생이 특정 장소에 모여 문제를 같이 푸는 등 온라인 시험환경을 악용한 부정행위 정황을 파악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수의 적극성에 따라 온라인 강의의 질에 편차가 크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비대면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학습할 수 있는 강의가 있는 반면, 수업자료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거나 PPT 읽기 식의 무성의한 강좌도 있다는 것이다.

실시간 강의의 경우 인터넷 접속환경이나 음질 문제로 인해 전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태블릿 펜 등 IT기기 활용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교수와 학생 모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의교육학회 연구진은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번 설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추후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비대면 수의학교육 실습 부족 `코로나 학번 낙인 찍힐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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