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면허대여·불법처방 의심 동물병원 연이어 고발

‘동물병원·약품’ 한 몸으로 진화하는 사무장 동물병원 우려..eVET 시스템상 불법 의심 사례 단속해야

등록 : 2021.06.09 13:04:25   수정 : 2021.06.09 13:04:29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영)가 강원도 원주시 소재 동물병원을 수의사 면허대여·불법 처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8일 밝혔다.

특위가 직접 진료 없이 불법 처방전을 발행한 수의사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은 전북 김제, 경기 양평에 이어 세 번째다.

특위는 지역 농장동물수의사의 후원과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불법처방에 대한 자정권고·사법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수 농장동물진료권특위는 8일 강원지방경찰청에 원주 소재 사무장동물병원 의심 수의사와 실소유주를 고발했다.

사무장 동물병원 실소유주·면대원장 함께 고발

‘OO동물병원·약품’ 한 몸으로 진화하는 사무장 동물병원

특위는 원주시 A동물병원·약품의 실소유주 B씨와 고용된 수의사 C원장을 함께 고발했다. A병원·약품이 강원도 전역에 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사건을 원주경찰서가 아닌 강원지방경찰청에 접수했다.

특위는 실소유주 B씨가 C원장의 수의사 면허를 대여해 동물병원을 개설하고, C원장의 명의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처방전을 발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 출신인 C원장은 면허와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 명의, 공인인증서 등을 빌려주고, 실질적인 약 판매나 농장 방문 시 진료행위 등은 실소유주 B씨 주도로 불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사무장 동물병원을 활용한 전형적인 불법 진료 형태다.

최종영 위원장은 “원주시수의사회와 함께 현지 상황을 파악했다. 예전부터 수의사 면허 대여에 기반한 사무장 동물병원, 불법 처방 문제가 심각했던 곳”이라고 전했다.

동물용의약품도매상(약품)과 사무장 동물병원이 점차 한 몸처럼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특위의 우려다.

아예 상호를 ‘OO동물병원·약품’, ‘ㅁㅁ동물약품·병원’으로 정해 마치 하나의 업소인 것처럼 꾸미고, 처방전을 이들 내부에서만 주고받는 형태다.

최종영 위원장은 “동물병원 사업자와 약품 사업자는 분리되어 있지만 상호·주소가 같다. 그 안에서 약품은 농장의 주문을 받아 약을 배달 판매하고, 동물병원이 형식상의 처방전을 약품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사업자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실제로 동물병원이 약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처리한 후, 거래에 쓰이는 면허대여자(동물병원장 수의사) 명의의 통장을 실소유주가 관리하는 ‘대포 통장’ 형태”라며 “이는 단순한 수의사법·약사법 문제를 넘어서게 된다. 명백한 금융실명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지자체 점검, 수의사회 관리체계 만들어야’

특위는 정부와 지자체가 사무장 동물병원, 불법 처방 문제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지난 4월 전북 김제의 불법 처방 동물병원을 제보해 면허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지고 전북도청이 이달 관련 업소의 집중점검에 나선 것처럼, 수의사회의 자정 노력이 실질적인 행정관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 상에서 확인되는 불법처방 의심사례만이라도 우선 점검하는 것을 첫 과제로 지목했다.

가령 수의사 1명이 하루에 10건 이상의 처방전을 eVET에 입력했다면, 직접 진료가 선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국이 확인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최종영 위원장은 “(이런 문제는) 지금도 시스템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당국이 조치에 나서든가, 수의사회가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농장동물수의사 후원·제보 이어져

특위는 앞으로도 불법 처방, 수의사 면허 대여에 대한 자정권고와 법적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최소한 항생제를 포함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은 실질적으로 독립한 동물병원이 농장 진료 후 약을 공급하고,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은 동물병원과의 도매 거래에 집중하는 형태가 목표다.

특위는 최근 전국 농장동물 수의사들에게 활동 경과와 ‘나는 불법진료를 하지 않습니다’ 캠페인 스티커를 담은 홍보물을 발송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 수의사들의 후원과 제보가 더 늘었다.

최종영 위원장은 “특위가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불법 정황도 있지만, 지역 회원들의 제보도 많이 들어온다”며 “최근 고발한 양평, 원주건 외에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만 여러 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