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임상수의사가 가금농장에 불법 처방전 남발‥수의사회 첫 고발

대수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위, 전북도청서 기자회견 후 고발장 제출 `불법 처방전 근절`

등록 : 2021.04.21 10:29:53   수정 : 2021.04.21 10:57:2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축산 현장에 만연한 불법 처방전을 근절하기 위한 수의사회 내부의 자정 작용이 본격화된다.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영)는 20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불법처방전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전북 산업동물 임상연구회와 특위는 전북 김제의 소 임상수의사가 동물약품 판매소와 결탁, 전북 각지의 가금농장에 불법 처방전을 발행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위는 이날 해당 수의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전북도청에 제출했다. 수의사처방제 관련 불법을 저지른 수의사를 수의사회가 직접 고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북도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최종영 위원장

농장에 닭이 들어오기도 전에 얼굴도 모르는 수의사가 처방한 약이 도착했다

주요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수의사처방제는 8년째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항생제 등 오남용 위험이 높은 의약품은 수의사가 직접 진료 후에 사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지정했지만, 실제로는 농가가 주문해 마음대로 쓰는 행태가 유지되고 있다.

동물약품 판매업소와 결탁해 직접 진료 없이도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처방전 전문 수의사’들 때문이다. 처방전은 동물을 진료하지 않은 수의사가 문서로만 남기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이날 특위가 고발한 수의사는 김제에서 소 사육농가를 진료하는 A원장이다.

불법 정황을 포착한 전북 산업동물 임상연구회에 따르면, A원장은 소만 진료했고 심지어 김제시 공수의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뒤로는 전북 전역에 불법 처방전을 발행했다.

연구회 관계자는 “김제 외에도 남원, 진안 등 전북 각지의 가금농장에 A원장 명의의 처방전이 날아다니고 있다”며 “소 진료를 하면서 그 넓은 지역의 가금농가를 일일이 다닐 수 없다. A원장의 병원과 결탁한 약품상의 거리도 멀다”고 지적했다.

이날 특위가 고발한 불법 처방 의심사례는 더 심각하다. 전북 남원에 위치한 육계농장에 아직 닭이 들어오기도 전인데, 이미 약은 도착했고 A원장 명의의 처방전도 나와 있었던 것이다.

연구회 관계자는 “입식예정일 전에 이미 처방전이 발행돼 약품까지 와있었다. 농장 사장은 A원장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애초에 닭이 없는데 직접 진료 후 처방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지역수의사회에서 아무리 불법 행위를 만류해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공수의 업무를 줄이고 가금 쪽 일에 전념하겠다고 하더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발 준비가 마무리된 3월 초 이후로도 수차례 설득작업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얘기다.

연구회 측은 불법 처방전 중에서도 축종을 넘나드는 형태가 더 나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금은 전혀 모르는 소 임상수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 자체가 약품 판매업소에 종속된 사무장 병원으로 전락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소 임상을 병행하거나 양돈·양계농장 진료를 함께하는 동물병원이 없지는 않지만, 불법 처방전 문제를 줄이기 위해 축종을 넘나드는 발급 행위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위, 난무하는 불법 처방전이 축산물 안전 위협..불법 고발 1회성 이벤트 아니다

전북 연구회, 도 일제점검 주시..재발 방지 활동 지속

A원장의 불법 처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1년 이하의 수의사 면허 효력 정지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교부할 경우 의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방전을 수령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의료법에 비하면 처벌 수위가 상당히 낮다.

최종영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난무하는 불법 처방전이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방해하고 있다”며 “무자격자의 불법 진료와 가검물 채취,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불법 처방전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직접 진료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 수의사 스스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약품상에 고용·결탁해 동물을 진료하는 사무장 동물병원 문제도 꼬집었다.

대한수의사회는 “일부 수의사가 동물진료 없이 처방전만 발급하거나, 동물약품 판매점에 고용되어 동물병원을 개설해 처방전을 발급하는 등 불법 행위로 제도 시행 취지를 왜곡하고 농장동물 수의사의 진료행위를 방해했다”며 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제3자에게 발급업무를 위임하는 면허대여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특위는 “결단코 1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 감시를 통해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만연한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역 수의사 사회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의사 내부 계도는 물론 이번 고발건처럼 불법행위를 잡아내는 일도 지역 회원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북 산업동물 임상연구회 관계자는 “가금보다 양돈의 불법 처방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번 고발로) 벌써 지역 사무장병원들이 긴장하는 눈치”라며 “불법 처방 방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전북도청에서 관련 문제를 일제 점검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