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은퇴 후 새 삶 찾기’ 지원해야…퇴역마 이력정보 DB 구축

마사회, 경주퇴역마·교배 및 번식분야 복지 가이드라인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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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말 복지 증진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섰다. 마사회는 13일 경주퇴역마, 경주마 교배 및 번식 분야에 대한 가이드라인 2종을 발표했다.

마사회는 지난 2019년 경마·동물복지·법조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말복지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 복지 가이드라인을 개정 배포하는 한편 분야별 가이드를 세분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이날 발표된 세부 가이드라인 2종은 경주마의 시작과 끝을 다뤘다. 교배·번식 단계에서 씨수말·씨암말을 동물복지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경주마의 퇴역 전반에 걸친 복지 증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사진 : 한국마사회)

경주퇴역마 새 삶 찾기, 말 복지의 중요 이슈

용도 개발 지원, 퇴역마 이력DB 구축 과제로

‘경주퇴역마 복지 가이드라인’은 퇴역한 경주마가 승용, 번식, 관상 등 새로운 용도로 제2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경주마 퇴역과 용도 전환에 대한 기본적 책임은 말의 주인(마주)에게 있다. 언제 어떤 형태로 퇴역할 것인지는 마주가 결정할 문제다. 때문에 마주는 퇴역 후 용도나 소유권 이전, 위탁 관리 등 퇴역마의 복지증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마주뿐만 아니라 말관리사, 조련사, 수의사, 훈련시설 관계자 등 말관계자들이 용도 개발을 지원하도록 했다.

경주마의 안락사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 대한 기준도 구체화했다. 수의학적 검사와 진단을 바탕으로 안락사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인도적인 방법으로 실시해야 한다.

치료가 불가능한 부상을 당하거나 삶의 질이 지나치게 열악한 경우, 치료법이 없는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노화 및 부적절한 기질로 적정한 관리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경마시행체(한국마사회)는 경주마가 건강하게 퇴역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퇴역 후 용도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제도를 추진하는 한편 ‘경주퇴역마 이력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련 현황을 파악하도록 했다.

(사진 : 제주비건·제주동물권연구소, 동물자유연대)

이 같은 경주퇴역마 문제는 말 복지의 중요 이슈 중 하나다. 상당수의 경주마들이 짦은 선수생활을 마친 후 고기 용도로 도축된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경주퇴역마를 도축해 반려동물 사료를 제조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다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로 최근 무산되기도 했다.

은퇴한 경주퇴역마들이 어떻게 되는지 실태파악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주마가 퇴역한 이후 정확한 용도가 파악되지 않은 기타 용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22.5%에 달했다.

경주마 퇴역시 번식용·승마용·휴양 등으로 용도를 신고해야 하지만 마주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 보니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교배·번식 가이드라인 구체화..건강관리·스트레스 저감

‘경주마 교배 및 번식분야 복지 가이드라인’은 교배·번식 과정에서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고 학대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자마를 생산하는 씨수말, 씨암말이 불필요한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번식에 임할 수 있도록 준수사항을 구체화했다.

씨수말은 경쟁심과 공격적 성향을 보일 수 있는 만큼 다른 말이나 사람과의 부상을 방지하는데 유의해야 한다. 수의사에 의한 정기 검진을 실시하고, 말인플루엔자·일본뇌염 등에 대한 백신접종과 구충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가급적 환경변화를 줄여야 하며, 자유로운 운동이 가능한 방목장을 제공해야 한다. 씨암말 마방과 떨어진 곳에 씨수말 마방을 두고, 씨암말 마방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환경에 두지 않아야 한다.

씨암말도 적절한 건강검진과 초지방목 등 동물복지적 관리를 받아야 한다. 자마의 성장이 집중되는 임신 후반기의 사료관리에 유의하며, 자마 분만 시 공격성을 완화하기 위해 말관계자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교배 시에도 건강·심리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교배과정에서 무리하거나 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코틀이를 사용해 보정하는 경우도 최대 15분을 넘지 않도록 권고했다.

망아지도 태어난 직후부터 향후 접하게 될 사람, 동물, 사물 등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순치 및 사회화 훈련을 점진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마사회는 향후 말복지위원회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안락사 등 다른 주제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 제·개정도 추진한다.

마사회 송철희 회장직무대행은 “말산업 발전에 동물복지는 기본이 되는 중요한 가치”라면서 “한국마사회는 국내 유일 경마시행체이자 말산업육성전담기관으로서 국내 말 및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주마 ‘은퇴 후 새 삶 찾기’ 지원해야…퇴역마 이력정보 DB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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