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의 법적 모호성을 고발한다

[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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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개 식용의 법적 모호성을 고발한다 : 김도희 변호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10일 후면 다시 초복, 복날 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보신탕이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80년대 초부터 국제동물보호단체에서 우리나라의 잔인한 개의 도살행위에 대한 비난과 이의 금지를 위한 법 제정 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86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개식용 논란은 동물보호법 제정 30년째를 맞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혹자는 묻는다. 소·돼지·닭 먹는 건 아무 말 안 하면서 왜 개 먹는 것만 가지고 그리 야단이냐고. 그에 대해서는 다양한 층위의 답변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법률가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여기서는 현행 법령만 놓고 따져보기로 하자.

식품위생법상 개는 식품이다

우선 ‘고기’가 된 ‘개’를 관리하는 법은 ‘식품위생법’이고, 소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식품위생법’은, ‘개고기’가 식품으로 제조·가공·판매·유통되는 이상 식품으로 본다. ‘식품위생법’은 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을 식품으로 규정하고, ‘식품공전’이란 고시를 통해 식품원료가 되는 식육류를 규정하고 있는데, 개고기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고기’라고 명시되어 있는 건 아니다. ‘개고기’, ‘고양이고기’란 단어는 어디에도 없지만, 식육류 품목에 ‘소고기, 돼지고기 … 메추리고기 등’이라고 되어 있다. 동물의 고기를 먹기(食)만 하면 식품이 되는 “-등”의 마법이랄까. 그래서 법원도 시중에 유통되는 ‘개고기’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조·가공·판매·유통에 위반사항이 있으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

개는 가축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한편, 축산법 관련 법령은 좀 더 복잡하다. ‘축산법’과 동법 시행령에는 소·말·양·토끼 등과 함께 ‘개’가 가축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축산물위생관리법’과 동법 시행령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개’만 없는 건 아니고 타조, 기러기, 꿀벌, 각종 곤충도 없다. 게다가 “-등”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닫힌 구조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축산법’은 가축의 등록, 개량·증식, 축산 환경·구조 개선, 수급조절·가격안정 등 축산업 전반을 규정하는 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장한다. 농림부에 개식용 및 도살에 관해 질의하면, ‘축산법’에 ‘개’가 있긴 하지만,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은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가축으로 정의하고 있고, 이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은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하니, 개식용이나 도살에 관한 사항은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을 관장하는 식약처에 문의하라는 미로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다시 말해, ‘축산법’상 가축에 ‘개(를 비롯해 타조, 기러기, 꿀벌 등)’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이 중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없는 ‘개(를 비롯해 타조, 기러기, 꿀벌 등)’는 식용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 축산물의 위생관리를 위해 사육·도살·처리 및 가공·유통, 검사에 관해 규정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가 없다.

20년 넘게 사회적 분열을 방조한 정부

이를 뒷받침하는 건 2018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이다. 당시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축산법’에서 사육 가능하고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을 가축으로 지정·고시하고 있는데, 가축에 대한 기존 정의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측면이 있고,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으므로 축산법 관련 규정에서 ‘개’를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개식용 및 개도살 문제가 법적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사안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법안이 발의되었고, 관련 정책연구도 수없이 수행되었다. 연구들을 통해 다양한 정책 대안들이 도출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도록 그 어떤 사회적 합의를 시도하지도, 법의 구멍들을 정비하지도 않음으로써 사회적 분열을 조장해 온 사실을 정부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각자 구미에 맞는 해석으로 법령은 형해화 돼

‘식품위생법’에는 식품인 채, ‘축산법’에는 가축인 채,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가축이 아닌 채 모호한 법적지위에 개가 방치되어 있는 사이, 즉 국민의 안전과 위생을 책임지고, 국토와 환경을 보전하며,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실현할 책무를 정부가 방기하고 있는 사이, 현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축산법’은 정부의 ‘오해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개농장 산업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 누군가는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개’를 정식 식품원료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개’가 없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교묘히 해석해 법상 사육·도살·처리 및 가공·유통, 검사 등의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해관계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여름철만 되면 온 국민이 개식용 찬반을 넘어 메타 개식용 찬반 논란으로 안 그래도 더운 여름철을 더 뜨겁게 달군다.

농림부가 앞장서 논의 테이블 만들어야

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들이 필요할까. 먼저, 20대 국회에서 완수하지 못한 법령들을 21대에는 마무리해야 한다. 다행히 수년 전부터 고민되었고 어느 정도 답도 나와 있는 문제다. 다음은 법원이다.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안전성 및 건전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것은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식약처는, 지금까지의 식품 관리가 대부분 식품의 안전성 위주로 관리되어 왔으나, 건전한 식생활문화의 정착과 소비자 기대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건전성과 가치성 등을 심도 있게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식품관리 판단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시점에 ‘개고기’는 법령과 관계부처의 사이를 돌고 돌아 식약처에 멈춰 있는 듯하다. 최근 식약처는 ‘개고기’를 식품원료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거부하여 전국육견인연합회 등으로부터 거부처분취소소송을 당했다가 각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나 법원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개식용과 개도살 문제는 국민의 법감정이 동반되는 결정이 아니면 의미가 퇴색되기 쉽다. 다만, 제아무리 숙의 민주주의라 해도 제도 밖에서의 공론화는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더 이상의 농림부와 식약처의 책임 떠넘기기는 소모적인 논쟁 이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제안하건대 이제는 광장보다 테이블 앞으로 모이자. ‘축산법’과 ‘동물보호법’의 소관부처인 농림부가 앞장서서 식약처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논의를 시작하자. 개식용과 개도살로 인한 갈등과 피로감을 그만 종식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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