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사이들 HSI 독성연구국장 `사람 위해서도 검증된 동물대체시험법 필요`

OECD 검증 동물대체시험법, 화장품성분 등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규제에 반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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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르고, 만지고, 뿌리는 많은 상품들은 여러 화학성분으로 구성돼있습니다. 그러한 화학성분들이 정부가 요구하는 안전성 평가시험을 통과해야만 판매될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안전성 평가시험은 ‘동물실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약품과 화장품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시행되면서 동물실험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전망입니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전세계 각국에서 검증된 동물대체시험법(이하 대체법)의 활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가 동물대체시험법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사람의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나?’며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HSI는 “동물에서의 결과가 사람에서도 보일 것이라는 단순한 가정은 부정확하다”며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검증된 대체법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방한한 HSI 독성연구국장 트로이 사이들 박사(Dr. Troy Seidle)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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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사이들 박사

Q.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인가? 대체법과 관련한 HSI 독성연구파트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HSI는 단계적인 동물실험 중지를 목표로 대체법 개발과 국제적으로 검증된 대체법의 활용증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성연구파트에만 25명의 전문가가 일하고 있다. HSI의 본부는 미국 워싱턴DC와 영국 런던에 있지만, 독성연구파트 전문가들은 전세계 각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HSI는 유럽, 미국정부의 규제 담당기관과 지난 15여년간 긴밀히 협력해왔다. OECD에 과학적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본인은 HSI에 오기 전에는 대체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담당하는 EU 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화장품 동물실험 중지를 위해 업계 관계자와 한국 동물보호단체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Q. 대체법이 생소한 독자들에게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동물실험을 활용한 독성평가가 사람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올해 9월 갤럽조사에서도 안전성 측면에서 필요한 동물실험을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대체법 활용은 왜 중요한가?

먼저 무조건 모든 동물실험을 대체법으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을 위한 독성평가는 필요하다.

다만 동물실험보다 첨단의 과학적 방법으로, 사람의 안전을 보다 정확히 평가해주는 대체법이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다.

어떤 동물실험은 20세기 초반에 개발된 것이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 ‘동물에서 보인 결과가 사람에서도 보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부터가 잘못됐다. 사람은 70kg짜리 쥐가 아니다. 동물실험에서의 결과는 사람에서 자주 틀린다.

2007년 Nature Reviews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동물실험 독성평가결과가 사람에서의 독성을 동일하게 예측하는 정도(Concordance)는 대부분 40~80%에 그친다. 반면 ‘OECD 가이드라인’이 채택한 대체법은 그 정도가 85~100% 가깝게 나타나는 것으로 검증됐다.

HSI의 제안은 비효율적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 사람의 안전을 보다 확실히 평가하기 위해 검증된 대체법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Q. 검증된 대체법이 동물실험보다 사람에서의 독성반응을 더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인가?

21세기의 첨단 독성학은 시험관 환경에서 인체의 생물학적 측면에 집중한다. 화학물이 인간의 몸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포나 분자 단위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천식이나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난치병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동물실험 모델이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를 좀처럼 제공하지 못한다’며 대신 인체의 생물학적 측면에서 질병경로를 보다 자세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법은 이러한 접근법에 기반하고 있다.

OECD 가이드라인이 추천하는 대체법은 과학적 검증과정을 충분히 거쳤다. 이러한 검증된 대체법은 기존의 동물실험 ‘만큼’ 좋은 것도 아니고 ‘더 좋은’ 평가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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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국회토론회에서 21세기형 안전평가에 대해 발표한 트로이 사이들 박사

Q. 유럽에서는 2013년 화장품 성분의 동물실험을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화장품에서의 대체법 적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화장품 업계는 이미 동물실험이나 제품사용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2만여개의 성분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신제품도 이 성분들을 조합해 만들어진다. 이미 검증된 성분을 다시 동물실험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물론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일부 새로운 성분개발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극소수다. 한국의 화장품업계에서도 새로운 원료를 개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이미 많은 수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제품을 개발한다.

게다가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화장품을 위해 많은 동물들이 고통 받고 죽어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항암제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지 않나.

동물실험을 금지해서 유럽의 화장품업계가 타격을 입었을까? 전혀 아니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Q. 국내에서도 불산누출사건과 그에 따른 화평법 제정으로 화학물질의 안전성 입증이 이슈화되고 있다. 화장품은 안 쓰면 그만이지만, 화학물질의 노출에 대비한 안전성 평가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EU에서도 화학물질 안전성평가제도(REACH)가 2006년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대체법 활용을 요구해왔지만 2015년 들어서야 조금씩 수용되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대체법 적용은 피부자극시험, 안구자극시험 정도고 나머지 독성평가 동물실험에는 3R원칙을 반영하도록 추진 중이다.

그만큼 정부 규제의 변화는 보수적이다.

한국 화평법이 규정한 ‘등록대상 기존화학물질 518종`의 등록시한은 2018년 6월까지다. 화평법의 안전성평가제도에 대체법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많은 동물실험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대체법이나 3R원칙 적용을 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기존의 동물실험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검증된 대체법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사람의 안전성을 보다 더 보장할 수 있는 시험법이다.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점은 덤이다. 업계의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법이 좀처럼 제도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당국의 소극적, 보수적 자세가 주요 원인인 것 같다. 100년 가까이 잘 써왔으니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대체법 적용을 ‘동물실험을 하지 말자’라는 시각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다. EU에서도 동물실험 규제당국자들이 모였지만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내 임무고, 대체법은 동물 일이니 내 우선순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대체법의 적극적인 개발과 수용이 EU REACH 법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유감스럽다. 당신의 건강, 당신 자녀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7, 80년된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첨단 과학을 선택할 것인가?

 

Q. 한국이 대체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특별히 조언할 것은 없다. 그냥 하면 된다. (Just do it.)

한국도 OECD의 회원국 아닌가. 한국 전문가가 포함된 OECD 당국이 이러저러한 대체법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됐다고 합의했는데 왜 활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OECD 회원국들도 마찬가지로 느리고 보수적이다.

화평법과 관련해서는 HSI 전문가들이 한국 당국이 요구하는 동물실험에 대한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다. 대체법 적용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정부 담당기관과 국내 관련 업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국내 수의사 및 수의대생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동물실험에서 벗어난 21세기형 독성평가 및 생명공학연구, 의약품개발 분야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전세계적인 연구경향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정부차원의 연구지원사업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수의대생이라면 진로선택에도 고려해보길 바란다.

관련해서 미국 국립위생연구원(NIH)과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유럽연합 위원회를 비롯한 전세계 학계와 HSI가 참여한 리포트가 11월 1일 발표됐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Lessons from toxicology : Developing a 21st-century paradigm for medical research)

 

* 통역을 담당해주신 HSI 한국지부의 서보라미 국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주

 

트로이 사이들 HSI 독성연구국장 `사람 위해서도 검증된 동물대체시험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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