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원? 작은 병원? 초보 수의사 고민에 답한 선배들, 2026 카하 스타터 성료

한국동물병원협회, 역대 처음으로 예비 1년차 임상수의사 위한 입문교육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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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물병원협회(KAHA, 회장 최이돈)가 21일(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KAHA 예비 인턴수의사 입문교육 – 2026 KAHA STARTER(카하 스타터)’를 개최했다.

카하 스타터는 임상 현장에 첫발을 내딛는 1년차 수의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이번에 처음 열렸다. 올해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수의대 본과 4학년 졸업예정자와 공중방역수의사·수의장교 전역 예정자 90여 명이 참가했다.

2026년 카하 스타터는 영양학·임상병리·행동학 강의와 함께 다양한 배경의 임상 수의사들이 참여한 커리어 토크콘서트로 구성돼 호응을 얻었다.

행사는 힐스펫뉴트리션코리아 박모란 수의사의 ‘진료실에서 바로 쓰는 임상 영양학’ 강의로 문을 열었다.

보호자 상담의 상당 부분은 사료 및 영양 관리와 관련되어 있다. 이에 따라, 강의는 이론보다는 실전 적용에 초점을 맞췄다.

박모란 수의사는 “실제 진료에서 보호자들의 질문이 영양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영양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부질환, 소화기 질환, 비뇨기 질환, 비만 등 주요 질환별로 어떤 처방식을 권고할 수 있는지, 보호자 상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황에 맞춰 쉽게 설명했다.

박모란 수의사는 영양 길잡이로서 수의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수의사는 “임상가는 감이나 마케팅 문구가 아닌 근거를 바탕으로 사료·영양제를 판단해야 한다”며 “WSAVA 영양 가이드라인, 교과서, NRC·AAFCO·FEDIAF 기준, 영양학 아카데미 등을 활용해 영양학적 지식을 꾸준히 쌓아야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강의는 바이오노트의 후원으로 마련된 혈액검사 강의였다. 리본동물의료센터 이종원 원장이 ‘GPT는 말해주지 않는 혈액검사 해석의 주의점’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원장은 검사 수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재고를 당부했다.

임상 현장에서는 reference interval과 cut-off 값을 중심으로 정상과 이상을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특정 집단의 통계적 분포에 기반한 값에 불과하며 개별 환자의 상태를 완전하게 대변하지는 못한다”는 게 이 원장의 지적이었다. 정상 범위에 포함된 결과라 하더라도 개체별로 임상적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검사 장비와 실험실 환경에 따라 결과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원장은 같은 이유로 “참고 범위(reference range)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즉각적으로 질병으로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며 검사 수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종합적인 판단을 하라고 당부했다.

세 번째 강의 주제는 동물행동학이었다. 설채현 원장(놀로 행동클리닉)이 ‘수의사가 알아야 할 개 행동에 대한 오해’를 주제로 강의했다.

설채현 수의사는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보호자의 양육 방식 문제로만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개는 사람보다 유전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고 한다. 개의 행동은 공포·불안·생존과 관련된 변연계와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 차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는 사람에 비해 전전두엽 발달이 미숙해 행동 조절에 한계가 있다. 안내견의 경우 최종 합격률이 30% 정도로 낮은 편인데, 이는 타고난 기질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 행동을 서열 문제로만 판단하는 것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으르렁거림은 서열 문제 때문이 아니라 위협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반응일 수 있다. 공격성 문제도 서열 중심의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공격성은 갈등에서 비롯된다. 서열은 자원에 대한 우선 접근 권한을 의미하는데, 개는 이러한 서열 중심의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설채현 수의사는 “개 행동 문제는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유전과 환경, 보호자와의 소통 문제가 맞물려 나타나는 결과”라며 “수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이 아니라 이해와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토크콘서트는 1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사회는 FM동물메디컬센터 김건우 원장이 맡았다.

‘모든 게 처음이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주제로 진행된 1부 토크콘서트에서는 첫 직장 선택, 전공 결정, 개원 여부, 연봉 협상까지 특정 키워드에 대해 예비 수의사들이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고, 선배 수의사들이 솔직한 답변을 건넸다.

“첫 동물병원, 규모가 정답일까”라는 질문에 패널들의 답변은 단호했다.

이태호 원장(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은 “병원의 규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라며 “병원의 향후 성장 가능성과 그 병원에서 내가 어떤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를 병원 선택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VIP동물의료센터의 김수민 외과과장 역시 “결국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개원에 관한 질문에서는 솔직한 경험담이 쏟아졌다.

황윤태 원장(빌리브동물병원)은 “10년 동안 페이닥터로 일했고 개원 계획이 원래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개원을 할 수밖에 없도록)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커리어가 반드시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이태호 원장 역시 “개원을 목표로 하기보다 대체할 수 없는 수의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질문하는 인턴과 가만히 있는 인턴 중 어떤 태도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패널들은 “질문해서 혼나는 게 가만히 있어서 혼나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을 전했다.

토크콘서트 2부는 ‘초보 수의사의 고민! 당신의 선택은?’을 주제로 밸런스 게임 형식으로 진행됐다. 근무 환경, 환자 유형, 보호자 유형, 응급 상황, 배우자 선택, 교육 환경, 진료실 빌런, 인생 2회차 선택 등의 키워드에 패널과 청중이 모두 투표에 참여했다.

근무 환경에서는 평생 ‘9 to 5 주 6일’ 근무보다 평생 ‘9 to 9 주 4일’ 근무를 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류자연 원장(본동물의료센터)은 “생각보다 퇴근시간 직전에 환자가 몰려오는 경우가 많아 퇴근 시간에 퇴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9 to 9을 일하고 주 3일을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수의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 만큼, 평생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잘 쉬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참관 중심 병원’과 ‘실습 중심 병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허찬 원장(에스동물암센터, 춘옥컴퍼니)은 “외과 수의사로서 직접 참여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기초를 참관 위주로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고, 류자연 원장은 “잘못된 습관을 배우는 것보다는 잘하는 사람의 좋은 습관을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이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정형래 수의사(스탠다드동물의료센터)는 “잘못된 습관을 배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핸즈온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즉석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AI 시대에 수의사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과 현업에서 체감하는 변화’에 대한 질문에 허찬 원장은 “보호자의 예산, 의지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진료 특성상 AI가 수의사를 대체하는 속도는 느릴 것”이라며 “결국 AI를 잘 활용하는 수의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체되지 않는 수의사가 되기 위해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하면서 직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AI가 먼저 진단하고 수의사가 치료를 채택하는 것보다 수의사가 진단하고 AI에 검증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이재경 수의사는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를 곧 마치고 인턴을 시작하게 되면서 막연한 부담과 고민이 컸다”며 “강의를 통해 실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정리할 수 있었고, 선배 수의사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현실적인 방향을 그려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국가시험에 합격한 채유경 수의사는 “이미 근무할 병원을 정했지만, 오늘 행사를 통해 어떤 태도로 수의사 생활을 시작해야 할지 정리할 수 있었다”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최이돈 KAHA 회장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회장은 “영양학, 행동학 등은 보호자분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인데,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느냐가 보호자의 신뢰를 얻는데 굉장히 큰 영향을 준다”며 “학교에서는 잘 배우지 못했지만, 보호자들이 수의사의 실력을 판단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카하 스타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1년차 수의사의 여러 가지 걱정과 두려움, 답답함, 그리고 안개 낀 미래를 밝혀주기 위해 한국동물병원협회가 카하 스타터를 기획했다”며 “카하 스타터를 통해 얻은 내용이 수의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데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한희 기자 hansoncall911@gmail.com

박나린 기자 022182@snu.ac.kr

심현정 기자 shj5387@naver.com

박연우 기자 pyw2196@naver.com

큰 병원? 작은 병원? 초보 수의사 고민에 답한 선배들, 2026 카하 스타터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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