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oCVAM 10주년, 동물실험대체법학회를 가다/서보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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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서보라미 국장

8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동물실험대체법학회 워크샵과 학회가 개최됐다. 매년 열리는 동물실험대체법학회는 보통 첫 날에는 국내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검증과 활성화를 위한 산·학·관 워크숍이 열리며 학회는 두 번째 날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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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검증·활용 활성화를 위한 산·· 워크숍

23일 식약처 주관으로 열린 산·학·관 워크숍에는 국내 독성 평가 및 시험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유해화학물질과 농약의 대체시험 적용 현황을 소개했다. 또한 실제 독성연구와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안전성평가연구소와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관련 사례를 발표했다.

2015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을 위한 법(화평법) 시행 이래로 동물실험이 증가해 논란이 되어 왔다. 화학물질 평가에 대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동물대체시험이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권장되고 있다.

‘척추동물대체시험의 개발 수립’을 국가 책무로 명시한 개정안에 따라 환경부는 유해성 심사에 대체시험을 반영, 촉진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동물대체시험법 31항목은 환경정보도서관 홈페이지(http://ecolibrary.me.go.kr/nier/)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in vitro 시험과 in vivo 시험을 비교하여 in vitro가 신빙성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면 굳이 동물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이러한 방향으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준비가 진행중이다.

또한 비동물(non-animal)시험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한 신독성평가 방법론을 마련하고, 신뢰성 높은 비동물 시험법(1) 활용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심일섭 연구관의 발표
국립환경과학원 심일섭 연구관의 발표

국립농업과학원 역시 현재 동물실험이 요구되는 시험 항목에 대해 in vitro 등과 같은 동물대체시험법 적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험 고시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발표를 맡은 농자재평가과 정미혜 연구관은 고등동물 대신 하위동물을 사용해도 대체(replacement)라고 일컫는 경우가 있지만 결국엔 동물을 사용하면 대체를 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란 의문이 든다며, 동물 사용을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람의 세포를 사용하는 방법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그 동안 독성분야 관련 3개 부처(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대체시험법에 대한 논의를 하며 발견된 문제점 중 하나는 ‘공통으로 적용되는 시험법에 대해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처간 핵심 용어에 대한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동물실험대체법의 실제 활용’을 소제목으로 열린 학회

24일 학회는 최신 기술을 이용한 비동물 안전성 평가 선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정자영 독성평가연구부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정자영 부장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의 주도로 식약처와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 함께 준비하고 있는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소개하며 학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기를 기대했다.

첫번째 기조강연은 일본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Sciences) 야스나리 칸자 박사는 ‘사람의 iPS cell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안전 평가 방법 개발과 국제 조화’에 대해 발표하며, 임상시험과 동물을 이용한 비임상시험 사이의 결과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일본의 산업계와 학계는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연구, 검증을 위한 OECD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칸자 박사는 사람의 신체에서 약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며 사람의 세포를 이용한 연구 프로토콜 준비를 강조하면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람에 대한 안전성의 예측 평가도 나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수와이 박사가 중국에서 화장품 대체시험으로 받아들여지는 시험법을 소개했다
이수와이 박사가 중국에서 화장품 대체시험으로 받아들여지는 시험법을 소개했다

두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중국 대체독성·연계독성학회(Society of Toxicological Alternatives and Translational Toxicology, TATT)의 이수와이 박사는 중국의 대체독성 연구 분야에 대한 관심과 참여 동향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Innovation과 Development에 중점을 두는 대체시험법 연구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OECD 시험법 개발과 검증, 메카니즘에 기반(mechanism-based)을 둔 평가인 독성발현경로-AOP(Adverse Outcome Pathway)(2) 연구가 점점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 내에서 대체시험에 관심 있는 부처를 묻는 질문에는 ‘화장품 관리 부처를 포함하여 모든 부처가 대체시험 지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열리는 대체독성학회(TATT)는 출범한 지 5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회 수백여명이 참여하고 있다(3).

이어서 국립환경과학원이 화평법과 관련하여 실제 사용이 되고 있는 비동물 시험법 사용 현황을 분석한 내용을 공유했다.

공식 자료는 아직 준비 중이지만 국외자료 활용, 시험면제, (추가 동물실험 없는)기존시험자료 활용, QSAR, WoE, Read-across가 사용되는 비율을 분석했다. 올해 말 분석이 마무리가 된 후에는 어떤 부분에 대한 대체시험 활용도가 높은 지, 그에 적절한 대체법 활용 대응 방안이 조사될 예정이다.

농약에 대한 동물실험 대체(Replacement) 적용 현황에서는 현재 인체각막모델을 이용한 안점막자극성시험, 인체피부모델을 이용한 자극성 시험, 인체 세포주 활성화 시험법이 사용되고 있다.

동물 수 및 고통 감소(Reduction, Refinement)에서는 국소림프절시험(LLNA)과 포유류 세포 이용 소핵시험 등이 사용되고 있다.

연구과제 현황으로는 농약의 동물대체시험법 적용을 위한 시험법 확립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람과 생체 유사도가 높은 기능성 유사체 제작(인공 생체모델)을 위한 연구가 계획되어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차세대의약평가연구단 김기석 단장은 차세대 독성예측을 위한 동물대체시험법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가상으로 20만개의 세포로 구성된 심장 모델을 만들어 실제 사람의 심장을 형상화하는 방법을 이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러한 가상 모델은 화학물질의 반응을 살펴보는데 활용이 되고 있다.

이날 제시된 자료에 27개 제약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람의 생체를 모사하는 기술이 만들어지면 이것을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하는 답변이 98.4%에 달한 것은 흥미롭다.

신약 R&D에 있어 임상시험 성공을 위해 생체 모사 기술을 이용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96.8%가 “필요하다”는 답변했다.

이렇게 여러 부처와 기관에서 진행중인 동물대체시험 연구를 활발히 지원하고 활성화 하기 위한 입법안 필요성도 소개되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과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이 작년부터 준비해 온 법안에 대해 필자(HSI 서보라미 국장)는 관련 배경과 현재 추진 상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입법안의 목적은 대체시험 검증, 연구, 개발, 시험법 산업화를 포함하여 각 부처가 지원하는 비동물시험법 정보를 교환하고 전략적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KoCVAM을 중심으로 범부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NAM(New Approach Methodologies)은 해외에서 점점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용어인데 미국과 유럽에서는 in silico, in chemico, in vitro와 같은 방법을 포함하여 ‘any non-animal technology’를 일컫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미국내 화학 제품 및 의약품 안전 평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확립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4)에서 NAM을 언급하며 화학 제품과 의약품 관리 분야에서 동물사용을 줄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비동물시험법 지원·활용하기 위한 방향을 소개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식약처의 지원으로 한국법제연구원이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올해는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 10주년

2009년에 처음 생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내 동물대체시험검증법센터(KoCVAM)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동물대체시험법학회가 열릴 때마다 산학관 워크샵을 주관해오고 있는 센터는 올해 센터의 컨트롤타워 역할 필요성을 조명하고 산업계, 학계에서 대체시험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적용되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KoCVAM의 김태성 연구관은 10주년을 맞으며 “올해 4월에는 토끼 실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사람의 세포를 이용한 안자극 시험법이 오랜 기간의 검증(validation) 절차를 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식 시험(5) 안으로 승인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시험법의 국제적 조화를 이루기 위한 기구인 OECD 뿐만 아니라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도 비임상 시험과 안전성 평가시 우선적으로 실험 동물 복지와 3R (대체, 감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KoCVAM 김태성 연구관의 발표
KoCVAM 김태성 연구관의 발표

하지만 현재 KoCVAM은 평가원내 특수독성과에서 겸임하고 있어 관련 학계에서도 그 활동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물대체시험법 연구와 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KoCVAM이 검증연구에 머물렀던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넘어서, 여러 산업분야에 걸쳐 시험법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사용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이 외에도 이틀간 열린 워크샵과 학회에는 한국화학연구원, 아모레퍼시픽, KTR 동물대체시험센터 등이 참여하여 현장에서의 동물실험대체법 적용 현황과 연구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학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연구소 대표는 ‘동물에 실험을 해도 그 결과가 사람과 일치하지 않아 새로운 비동물 시험법을 개발했지만 실제로 상업화가 어렵다’고 토로하며 함께 자리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KoCVAM, 2007년 출범 이례로 학술 행사를 통해 동물대체시험법 정보 교류를 위해 힘써 온 학회 관계자들 및 참석자들은 일본, 중국에 이어 2021년 한국에서 열릴 아시아 동물실험대체법학회를 기약하며 올해 행사 마무리를 했다.

 

참고

(1) 비동물 시험방법의 예시 <‘늘어나는 동물 없는 실험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관련 내용 보기 (클릭)

(2) 독성평가의 혁명적 변화, 독성발현경로(AOP) 연구 소개 <화학물질 독성 예측 기술로 동물실험 줄일 수 있죠> 관련 내용 보기 (클릭)

(3) 중국 독성학회(Society of Toxicology)의 소속으로 대체독성과 연계독성 학회(TATT, Toxicological Alternatives and Translational Toxicology)와 독성시험과 대체 학회(STTA, Society Toxicity Testing and Alternatives)가 2014년 만들어짐. 2017년에는 TATT 회원수가 500명을 넘었으며 현재까지 3차례의 국제 학술 대회를 개최함. 2018년 열린 제4회 TATT 국제 학회 프로그램 간략 보기 (클릭)

(4) ‘미국내 화학 제품 및 의약품 안전 평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확립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은 KoCVAM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로드 가능. 홈페이지 (클릭)

(5) OECD의 시험법은 OECD 각 회원국이 참여하여 개발 된 시험법의 재현성과 반복성을 평가하여 과학적으로 신뢰성을 입증하는 절차를 거침. 시험법 연구에서부터 개발, 사전검증, 시험법 제안, 검증관리, 전문가 평가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 동물대체시험법 개발,검증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 수 있음. 홈페이지 (클릭)

* 추가정보: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Replacement)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 신진연구자, 단체, 기업 등에 상을 주는 러쉬 프라이즈가 올해 9월부터 후보자 접수를 시작 할 예정. 세부 내용 보기 (클릭)

[기고] KoCVAM 10주년, 동물실험대체법학회를 가다/서보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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