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국제기구 방문기 [下] OIE 동남아대표부/이규영 수의사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동남아시아 대표부 로넬로 아빌라 수의사를 만나다

등록 : 2016.10.14 14:44:48   수정 : 2016.10.14 14:44:48 데일리벳 관리자

FAO 아태지역 사무소를 방문한 [上]편(보러가기)에서 이어집니다

 

들어가며

태국의 수도 방콕은 세계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매년 해외에서 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수의사들에게도 방콕은 친숙하다. 지난 해에는 세계소동물수의사대회(WSAVA 2015)가 방콕에서 열렸다. 2018년에는 세계수의역학경제학회(ISVEE) 개최를 앞두고 있다.

또한 방콕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물보건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의 지역사무국이 자리잡고 있다. UN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FAO-RAP)와 세계동물보건기구 동남아시아 대표부(OIE SRR-SEA)가 대표적이다.

필자는 두 기관에서 일하는 수의사들과 만나 아시아의 동물보건정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OIE 동남아 대표부에서 만난 로넬로 아빌라 수의사(Ronello Abila)는 필리핀 국립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수의역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OIE 동남아 대표부에서 근무한 로넬로 수의사는 현재 해당 기구의 대표직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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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넬로 아빌라 대표(왼쪽)와 이규영 수의사(오른쪽)


Q.
최근 OIE 동남아 대표부가 집중하고 있는 주요 이슈를 소개해달라

OIE-SRR-SEA는 최근 두가지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지역에서 구제역과 광견병을 근절하기 위한 범국가적 대응전략을 구축하는 일이다.

첫번째로는 첫번째는 동남아시아 및 중국의 구제역 관리, 예방 그리고 근절을 위한 전략(Strategic framework to control, prevent and eradicate foot and mouth disease in South-East Asia and China, SEACFMD)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구제역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대표적인 범국경 동물전염병이다.

SEACFMD는 2020년까지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구제역 발생을 줄이려 한다. 이와 함께 구제역 청정국은 청정국의 지위를 유지면서 만약의 유입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 프로젝트를 마련한 1997년에는 ‘SEAFMD’라는 이름으로 OIE와 몇몇 국가들만 참여했다. 이후 2010년 중국을 비롯해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합류하면서 현재는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루네이, 싱가폴, 중국 등 총 11개국이 참여한 SEA’C’FMD로 확대됐다.

SEACFMD 참여국은 전세계 인구의 30%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제역에 걸릴 수 있는 우제류 가축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다.

SEACFMD 프로젝트를 통해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의 구제역 발생을 줄이면 그만큼 축산업의 효율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프로젝트를 통해 개선된 국가 수의서비스는 다른 동물질병 관리능력의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2015년까지는 각국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축산업, 구제역 발생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고 질병관리책을 마련하는 4단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질 마지막 5단계 프로젝트에서는 4단계까지 구축된 구제역 관리능력을 지속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EACFMD 자세히 보기)

 

두번째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 East Asia Nations, ASEAN)과 연대한 광견병 근절 전략(ASEAN Rabies elimination strategy)이다.

대표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인 광견병은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서도 감염되면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나타낸다. 현재 많은 ASEAN 가입국들이 광견병으로 인해 큰 피해를 지속적으로 입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견병은 ASEAN 국가들 사이에서 소외된 인수공통전염병(Neglected Zoonosis)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과학기술로도 충분히 예방관리가 가능하고 지역적 근절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ASEAN 가입국들 사이에서) 적절한 대책이 수립되지 못했다.

2008년 ASEAN 국가들과 한국, 중국, 일본이 함께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ASEAN 국가의 광견병 근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OIE 동남아대표부는 광견병 관련 과학기술과 사회문화적 요소를 포괄한 원헬스 전략을 수립했다.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물론 FAO, WHO 같은 국제기구와 학계, 여러 비정부기구들까지 협력하고 있어 빠른 시간내에 근절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ASEAN 광견병 근절 전략 자세히 보기)

 

Q. 최근 ‘과학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과학과 정부의 의사결정은 근본적으로 상충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불확실한 결과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과학은 시간이 소요되어도 불확실한 결과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동물 분야에서 많은 과학적 의사결정의 경험이 있는 OIE는 이러한 정부와 과학계의 관점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지 궁금하다.

과학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학계와 정부의 관점의 차이가 서로 상충되기 보다는 각자 평행하게 나아가면서 서로를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과학자는 연구 논문에 항상 데이터와 분석방법이 지닌 한계를 명시한다. 정부도 역시 수행하는 정책마다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정부가 더 짧은 시간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학이든 정책이든 모두 좋은 데이터와 좋은 분석이 있으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과학과 정부 정책은 서로 독립적으로 나란히 움직이면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를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는 과거에 내렸던 의사결정을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해야 한다. 객관적인 분석 결과는 미래에 더 좋은 판단을 내리기 위한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계와 협력하며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둘의 조화는 정부의 과학적 의사결정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미래의 정책 운영에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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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수의학계에 원헬스적 접근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타 학문분야의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는 문제해결능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기구인 OIE에서 일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한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싶다.

첫번째로 해당 문제에 대한 명확한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 이 ‘공동의 목표’를 구성원 모두가 확실히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가 있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서로 같은 방향으로 일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절차와 전략이 필요하다.

공동의 목표만 세우고 그냥 단순히 분업으로만 업무를 진행하면 목표에 맞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목표를 향한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토의하면서 구성원 각자의 업무 방향을 세부적으로 조정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Q.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수의보건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의사나 수의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전세계적인 동물보건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의학 교육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기술교육에 중점을 두어 왔던 수의과대학의 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수의과대학은 기존의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OIE는 이러한 교육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지난 6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제4회 OIE 수의학교육 국제 컨퍼런스(4th OIE Global Conference on Veterinary Education, 공식홈페이지)를 개최하여 수의학교육의 변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OIE는 수의학교육 국제 컨퍼런스를 계기로 수의사가 갖춰야할 핵심역량을 제시했다.

11가지 특정 역량(Specific Competency)와 8가지 고등 역량(Advanced competency)을 선정해 ‘졸업 직후의 수의사가 가져야 할 역량(Day 1 graduate, 자세히 보기)’이란 이름의 권고사항을 만들었다.

나아가 이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수의학교육 핵심과정(Veterinary Education Core Curriculum, 자세히 보기)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지침서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의학교육 자매결연 프로젝트(Veterinary Education Twinning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선진국이 보유한 높은 수준의 수의과대학 교육이 다양한 국가에 알려질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2013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과 태국 치앙마이 대학을 시작으로, 최근 뉴질랜드 메시대학교와 스리랑카 대학 수의과대학 또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OIE는 앞으로 더 많은 수의과대학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자매결연 가이드라인 보러가기)

 

마지막으로 수의과대학 학생 그리고 수의사들에게 기존의 동물 보건을 세계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길 당부하고 싶다.

한국의 MERS 사태를 떠올려보라. 멀리 떨어진 국가의 동물보건 문제라도 순식간에 다른 국가로 퍼질 수 있다.

다양한 세계 동물 보건에 관한 이슈에 대한 자료를 꾸준히 접해보고 이를 이해한다면 앞으로의 변화에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